그러니까, 어언 일주일 전.

 

"반찬 몇 가지 준비해놨으니까 와서 가져가라"

어머님의 연락을 받은 영길샘. 종민, 설해와 함께 오창으로 가기로 합니다.

 

당일날 식사 당번이었던 종민. 오창 다녀오자는 영길샘의 말에

'유후~ 오늘 한끼 벌고 배 한가득 채워서 오겠네~'

쾌재를 불렀습니다. 설해에게도 당당하게

"오늘 점심은 영길샘 고향집에서 배부르게~!!"

외쳤드랬죠.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출발한 오창.

출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불길한 얘기를 꺼내놓는 영길샘.

오늘의 어머님은 뭔가 달랐다는. 아마도 식사 못하고 바로 와야할지도 모른다는.

종민은, 설마 그래도 끼니를 걸러서 보내실까 싶으면서도 내심 집에 무슨 일이 있으신건가 걱정도 됐다는.

 

그렇게 도착한 오창.

여느 때처럼 인사를 드리고 집 안으로 들어섰는데,

아니나 다를까 뭔가 부산한 움직임으로 검은 봉지들을 옮기시는 두 분.

반찬들을 다 싣자마자 청주로 출발. 말 그대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ㅜ

 

고픈 배를 부여잡고 돌아오는 길에 전해 들은 내막.

 

그러니까...

오늘 반찬꾸러미의 핵심은 영길샘 부모님이 직접 농사지으신 꿀이었는데요,

아무리 자식이라도 고춧가루와 꿀에 한에서만큼은 엄격하신 아버님에 반해

몸에 좋은 음식이라 더 많이 챙겨주고 싶으셨던 어머님이 나름 작전을 짜십니다.

작전명은 속전속결 속에서의 허허실실?

 

평소와 달리 점심은 준비하지 않으시고, 아들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짐을 옮기십니다.

그 선봉은 아버님이셨죠.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신 아버님이 마뜩찮은 표정을 지으시자 떠밀다시피해서 아버님을 보내시고는 그 찰나에 영길샘에게 꿀 큰 단지로 두 개 쌌다는 기밀사항을 얘기해주시고는 제빨리 나머지 짐을 차에 옮기십니다. 그러고는 얼른 아들 일행을 보내버리셨죠.

 

점심 못 먹여 보낸걸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흐뭇하셨을 어머니.

하지만 웃긴 건, 아버님은 이미 진작부터 견제를 하고 계셨다는 거고, 어머니가 첫 짐을 아버님 손에 쥐어주는 순간 아버님과 심지어 영길샘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었다는 거?ㅋㅋ

결국 아버님과 영길샘은 울며겨자먹기로 꿀을 주고 받으셨다는ㅋㅋ

아무튼, 영길샘에 대한 애정의 결실로 이해하기로 했다는ㅋㅋ

 

그렇게 받아 온 선물 보따리~

 

 

그리고~ 고추장 한 단지ㅋㅋ

어머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공룡 식탁이 풍부해졌어요ㅎㅎ

잘 먹고 열심히 일할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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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8 21:09 2010/07/0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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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  | 2010/07/08 21:31
오오오!!! 밥 할 때 넣으라고 검은 콩을 불려서 싸 준신 거 보고 정말 맘이 짠했다는...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도 잘 먹고, 그리고 자꾸 자꾸 마르는 영길 샘, 야무지게 잘 먹일께요!(실은 우리가 영길샘 요리에 목 매고 있지만 ㅋㅋㅋ) 무튼, 아자아자아자자자자!!! 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