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정치 학생연합(이하 인학연) 재편위원회(이하 재편위)에서는 활동가들의 자기정체성의 부재가 활동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음을 느끼고 현장투쟁과 동시에 이론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이론 학습은 원전을 중심으로 독해하고 있고, 이 지면은 그 결과를 실은 것이다.
::왜 이론학습인가?
우리는 현재까지 학습을 해왔다. 다만, 이론과 실천을 분리시키는 관념 속에서 급박한 정세에 대해 이론보다는 실천이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우리 안에 팽배했다. 이는 매번 학습은 미뤄도 일정은 참가한다는 양태로 활동공간속에서 드러났다. 한편으로 자본은 우리의 삶을 더욱 세련되게 포섭해나가고 있었고, 활동가들은 자기 스스로를 지키기도 버거워졌다. 이렇게 인학연은 10년이 흘렀다. 그렇다면 98년 인학연 출범이후 우리의 문제의식은 얼마만큼 달라졌는가? 거기에 대해 우리는 현재의 분석을 통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의 우리 중 누구도 이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다.
누군가는 철탑에 오를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세상을 끝장내기 위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어떤 방식으로 나가야하는 것일까에 대해서 최대한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이론학습은 그중에 우리가 선택한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는 역사의 흐름과 나눠져 홀로 가는 고독한 배가 아니다. 때문에 그 역사의 흐름, 그 중에서도 먼저 철학의 흐름들을 짚어보며 우리는 온몸으로 다시 질문하고자 한다.
::철학하기=의심하기?
철학은 단지 생각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사유와 연관되어 특정한 삶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어떤 사회에서 지배적인 사고방식에 문제제기 한다는 것은 그 사회에서 지배적인 삶의 형태에 문제제기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즉, 철학하기란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형태, 사고의 근거, 생활에 근거를 의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미 의심해보며 기존사회에 파열구를 내려했던 사람들을 살펴봄으로서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또 다른 삶의 형태를 사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연재 계획
스피노자, 경험주의, 칸트, 헤겔,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소쉬르, 비트겐슈타인, 이데올로기론, 푸코, 들뢰즈·가따리, 네그리를 비판적으로 살피고 정리한 결과를 실을 계획이다.
댓글 목록
빨간뚱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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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데카르트는 라틴어로 책을 쓰면서 "Cogito ergo sum." 이라 썼고, 이것은 직역하자면 "나는 생각한다. 나는 존재한다." 인데 불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Je pense donc je suis."가 되었습니다. 이 donc(고로, 그러므로)이라는 단어가 문제인데, 이것이 중간에 삽입되면서 데카르트 사상에 대한 큰 오해를 야기하게 되었죠. 내가 생각한다는 것과 존재한다는 것 사이에는 어떠한 선후관계나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만 불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donc 이라는 단어로 인해 원래 의미가 상당히 다르게 해석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은 다시 확인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박종원 저, "서양철학의 이해"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굴뚝청소부는 정말 비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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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뚱띵이/저희가 읽은 방법서설(이현복씨 번역)에는 "그리고 내 스승의 언어인 라틴어가 아니라 내 조국의 언어인 프랑스어로 이 책을 쓰는 것도 전적으로 순수한 자연적 이성만을 사용하는 사람이 옛날 책들만을 신뢰하는 사람보다 더 올바르게 내의견을 판단해 주리라고 기대하기 떄문이다" 라고 나와 있는데요. 데카르트가 라틴어로 책을 쓴게 아니라 저희가 읽은 프랑스어판이 라틴어로 번역된거같네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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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pense donc je suis가 라틴어판으로 번역되며 Cogito ergo sum이 된 것 같기때문에 원전에 비춰 나는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해석이 맞는것 같습니다.그리고 방법서설 각주를 보니 「성찰」에서는 ego sum, ego existo(나는 있다,나는현존한다)는 명제가 앞선 명제로 나온다고 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정리를 하면서 이 Cogito ergo sum 명제를 다시 봐야겠다는 필요를 느꼈던것도 있고요.
데카르트 원전을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지만 이진경씨의 책도 철학에 대한 해석영역의 차이들이라는 점에서 참고하기 좋은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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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뚱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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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서설이 불어로 써진 것은 맞구요, 데카르트가 대부분의 저작을 라틴어로 썼다는 말이었는데 정확하게 쓰질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술 마시고 급히 댓글을 작성하다보니...ㅋ불어 단어 donc이 종종 "그러므로" 라고 해석되지만, 데카르트가 초지 일관 이야기하는 cogito 문제를 고려할 때, "그리고" 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데카르트는 사유와 존재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나 선후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유명한 철학개론서들이 있지만, 지나친 단순화 내지는 도식화 문제가 있고, 해석영역의 차이로 인정하기엔 좀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서 특히나 굴뚝청소부는 권장하고 싶지 않네요. 최대한 원서를 통해 접근하시길 권해드리고 싶어요~
물론 이현복 선생님 덕에 제대로 된 데카르트 번역서가 나오고 있고 다른 책들도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서양철학 전반을 제대로 이해하기엔 대부분 철학자나 저서에 있어서 오역이라는 난관을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무척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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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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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잡지가 하나 나왔네요. 창간 축하드립니다.저도 <방법서설>은 프랑스어로 씌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두 분의 덧글들을 보고 좀 찾아봤더니, 프랑스어로 1637년에 처음 출판된 것이 맞더군요. 이후 1656년에 라틴어로 번역되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 사이인 1644년에 라틴어로 쓴 저작 Principia philosophiae에서 cogito ergo sum이라는 구절이 (딱 그대로는 아니지만)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cogito ergo sum이란 구절이 딱 그대로 쓰인 곳은 <방법서설>의 라틴어 번역판에서인 것 같은데.. 이건 그리 확실친 않네요..)
결국 룩님 말씀이 맞단 말씀인데... 그렇다고 해도 위 덧글에서 룩님께서 구사하신 추론방법은 그다지 설득력 있어 보이지는 않는군요. 그보단 오히려 저는 빨간뚱띵이 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셨던 것인지 더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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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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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뚱띵이/아 donc 해석이 '그러므로'와 '그리고' 사이에서 나눠지는군요. 저희가 해석에 관한 것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다만 각주에 나는 있다, 현존한다는 명제를 보며 cogito 명제에 대한 보편적인 '그러므로 존재한다'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저희가 원전을 보며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굳이 원전을 볼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서설이나 정념론을 보면서 더욱더 원전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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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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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음. 저는 설득을 위한 추론을 하려했던 것은 아니고 책의 내용이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려했답니다. 사실 빨간뚱띵이님이 다시 달아주신 댓글을 보며 저희가 원전을 읽으며 cogito명제에 대해 느꼈던 의문과 비슷한 내용인것 같습니다.그리고 꼬민은 잡지는 아니구요. 짧은 소식지 형태랍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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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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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 || "저는 설득을 위한 추론을 하려했던 것은 아니고 책의 내용이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려했답니다." --> 여러모로 황당한 대답이네요.. 어쨌든 무슨 말씀인지 알았습니다.부가 정보
멍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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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룩의 어떠한 추론에서 설득력이 부족했는지를 말씀해주시면 더 좋을 듯해요.. ^^;빨간뚱띵이/댓글을 읽고 이리저리 뒤적이며 생각을 많이 해보고 있습니다. 궁금한 것들이 많은데, 조금 더 설명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존재하는 나의 속성이 '생각한다'"인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 같은데 맞는지요?
그리고 보통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고 언급될 때에도 존재론이 아닌 인식론의 전제로 받아들여 지는 것 같습니다. 인식론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잘못 해석된 것이라고 보시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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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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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 || 이제와서 "룩의 어떠한 추론에서 설득력이 부족했는지"를 말씀드릴 필요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만 만들 뿐인 것 같아서요. 실제로 멍청이님께선 결과적으로 "룩은 '추론'을 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시고 계시지만, 정작 룩님께선 본인은 추론을 한 게 아니라 "책의 내용이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시려고 했다지 않나요?위 덧글을 달 때 제가 생각했던 것을 전부 다 말씀드릴 수는 없고, 그냥 간단히 조금만 말씀드리죠. 처음에 제가 룩님의 덧글에서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룩님께서는 "<방법서설>이 원래 라틴어로 쓰였느냐, 아니면 프랑스어로 쓰였느냐"라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에 대한 문제, 즉 이미 "사실"로서 확립되었지만 오직 논의 당사자(룩님과 빨간뚱띵이님)의 무지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어떤 사항에 대한 문제를, 엉뚱하게도 "추론"의 형태로 해명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룩님께서 제시하신 "근거"가 완전히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이 경우엔, 당사자들의 "무지" 때문에 문제가 생긴 만큼, 하다못해 백과사전이라도 찾아보고서, 앞서 말씀드린 "이미 확립된 사실"을 "확인"하면 그만인 것이죠.
뿐만 아니라, 그런 어설픈 "추론"에 기대, (<방법서설>은 프랑스어로 쓰였다는) 자기 의견이 옳다고 "전제"해 버린 뒤에, 룩님께서는 "Je pense donc je suis가 라틴어판으로 번역되며 Cogito ergo sum이 된 것 같기때문에 원전에 비춰 나는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해석이 맞는것 같습니다"라고 주장하시기까지 했죠. 저는 이런 식의 "추론"이 데카르트를, 그것도 "다시" 보신 분한테서 나온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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