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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1
    [2호 6면] 학내 게시판을 둘러싼 몇 가지 논쟁들
    꼬민/Comin

[2호 6면] 학내 게시판을 둘러싼 몇 가지 논쟁들

학내 게시판을 둘러싼 몇 가지 논쟁들


환희 creepy999@hanmail.net


* 몇 년 전부터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 게시판 사용 허가제도에 대하여 전북대학교의 사례를 중심으로 써 보았다. 학교마다 그 양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에 대해서는 비슷한 무게와 성격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들어 봐라.

2009년 개강을 맞이하기 며칠 전부터 전북대학교 알림의 거리 게시판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총학생회 관리게시판입니다. 사용 희망 시 2학생회관 3층 총학생회실에서 사용 승인을 받은 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런 문구도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승인받지 않은 게시물/상대방을 비방하거나 미풍양속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게시물/자치활동과 관련 없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게시물  ※위와 같은 게시물은 즉시 철거합니다."


학생회가 게시판을 관리하는 것은 몇 년 전부터 행해져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한 번씩 게시물을 청소하는 것에 지나지 않던 학생회의 게시판 관리활동이 언젠가부터 학생회의 도장을 받지 않은 게시물은 무조건 철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즉, 이전에는 학생회의 도장을 받는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누구나 게시물을 붙일 수 있었으나, 언젠가부터 학생회의 도장을 받아야 게시물을 붙일 수 있는 것으로 규칙이 바뀐 것이다. 학생들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그저 학생회 간부들의 임의 판단에 의해서 말이다.

이명박 정권과 전북대학교 총학생회는 왠지 닮은꼴??



나는 대자보를 통한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대학문화의 꽃? 이라고 생각하고, 오늘날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학생회의 도장을 받고 게시물을 붙이는 과정이 사전검열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되었다.
왜냐하면 만약, 학생회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내용을 대자보를 쓸 수도 있을 텐데, 그 대자보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했을 때 '내가 총학생회 간부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될 수 있으면 안 찍어주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학생회에 찾아가서 문의했더니, 총학생회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학내에 게시물이 굉장히 많이 붙어서 게시물 부착 공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효율적인 관리의 차원에서 이런 제도를 시행하게 되었다. 실제로 단대 학생회에서도 이런 제도를 실시해왔는데 오히려 학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게시물 부착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가 되었다. 왜냐하면, 전북대학교에는 학생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업체에서도 굉장히 많은 게시물을 부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럼 외부업체에 해당하는 게시물만 통제하면 될 것이 아닌가?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인 대자보 부착의 권리까지 같이 규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시판에는 이런 문구도 같이 붙어있다.

"※행사관련 게시물은 1주일 전부터 행사종료 후 1일 이내로 합니다. ※기본적인 홍보게시물의 게시기간은 1주일 이내로 합니다. ※단, 총학생회 할인 제휴 홍보게시물은 제외합니다."

 

오잉, 이건 무슨 말인가? 이제는 총학생회에서 대놓고 게시판을 가지고 장사를 하겠다는 건가? (총학생회가 외부업체와 할인 제휴 사업을 하면서 스폰을 받는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게시물의 부착기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기간이 적정할 것인지에 대해 학생들에게는 물어본 적이 전혀 없다. 학생들이 하는 행사의 성격도 다양할 것이다. 예를 들면, 공연도 있고, 전시회도 있고, 농촌봉사활동 등의 현장체험활동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행사의 홍보기간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까? 라고 했을 때,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사를 직접 해보지 않고 탁상공론으로 규칙을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게시판에 정작 학생들의 게시물은 없고, 외부 광고물만 붙어있다. 누구를 위한 게시판 관리일까?

그래서 우리는 게시판 관리에 대하여 동아리연합회와 학내 언론사, 그리고 게시판 사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 것을 총학생회에 제안한 바 있고, 총학생회에서도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중요한 것은 게시판 사용이 우리의 소중한 권리라는 것이고, 그 권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권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소통되고, 그로 인해 합리적인 게시판 사용규칙을 만들어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건 뱀발로 덧붙이는 건데, 요즘 시절이 하도 수상하여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혹시 이 글이 총학생회 명예훼손으로 고소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사이버모욕죄이다, 허위사실유포죄이다 해서 범죄로 규정하기에 기준이 애매한,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 그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그런 법들이 만들어지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총학생회에서 미풍양속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는 게시물은 철거하겠다고 하는 것이 사전검열이 아니고,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총학생회의 판단으로 미풍양속의 기준이 정해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선배들이 자기희생적인 활동으로 이루어낸 형식적 민주주의조차도 이제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토익과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만 관심을 가지는 동안 우리의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받고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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