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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프랑스의 한 여대생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
꿈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던 그는 얘를 낳을 상황이 아니었고
당시에는 낙태가 불법이어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었다.
젊고 예쁜데다가 공부까지 잘 했던 그의 삶이 송두리째 날아가게 생겼다.
거의 알몸이다시피 한 상태로 남성의사에게 진찰을 받고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의사는 “당신과 함께 감옥에 갈 수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해버렸다.
평소 여자관계가 문란한 남자 동기 주변에 혹시 낙태 경험이 있는 여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살며시 도움을 요청했는데
도와줄 것 같던 그 남자는 “임신했으면 안전하니까 한번만 하면 안 되겠냐?”라며 달려들었다.
스스럼없는 터놓고 지내던 단짝 여자 친구에게 어렵게 임신 사실을 털어놓았지만
친구들은 “너를 도와주고 감옥에 갈 수 없다”며 뒤로 물러서버렸다.
고민 끝에 같이 밤을 보냈던 남자를 찾아가 임신 사실을 얘기했지만
남자는 현실에서 도피하려고만 할 뿐 닥친 문제를 함께 풀어가려하지 않았다.
삶에 치여 살아가는 고지식한 엄마에게도, 평소 그를 아꼈던 남성 교수에게도 차마 고민을 말하지 못한 채 혼자서 끙끙거리며 온갖 방법을 알아보게 된다.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다른 병원을 찾아 불법 약물을 처방받기도 하고
불에 달군 쇠꼬챙이를 직접 자신의 자궁 속에 넣어 태아를 때어내려고도 했다.
그러나 그 방법들마저 실패한 채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여주인공의 바로 뒤에 서 있는 카메라는 덤덤하게 그 모든 과정들을 보여줬다.
의사의 단호한 말투, 남자들의 야릇한 몸짓과 거친 행동, 친구들의 당혹감과 망설임, 거울로 자궁을 보며 쇠꼬챙이를 밀어 넣는 장면 등 그가 보고 느낀 것을 같이 보고 느꼈다.
그렇게 다양한 노력들이 실패로 돌아갈 때마다 ‘1주차’ ‘2주차’라며 흐르는 시간을 자막으로 보여주는데 그를 보는 나도 점점 마음이 답답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친구로부터 몰래 낙태수술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망설임 없이 찾아갔다.
이미 임신 12주차여서 위험하기는 하지만 수술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수술대 위로 올라갔다.
가정집 주방 같은 곳에서 이뤄지는 무허가 불법수술 과정이 그의 시선으로 여과 없이 보여 지는데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면서 봐야 했다.
그 고통을 오롯이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 참혹함은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수술은 잘 됐지만 낙태에는 실패해서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며 2차 수술을 해야 했고, 그 후 극심한 통증과 함께 하혈과 낙태가 이뤄졌다.
그 과정들 역시 그대로 보여 졌다.
그렇게 낙태에 성공하면서 영화가 끝나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 깊은 심호흡을 반복하면서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가 여성에게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화였다.
주인공의 심리에 집중해서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가 보고 느끼는 것을 오롯이 보여주면서 관객이 보고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었던 막막함과 차가움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이 세상이 여성에게 얼마나 막막하고 차가운 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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