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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B, 생생하고 강한 질문을 던지는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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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중국으로 탈출한 여성이 있었다.

북쪽 끝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도착했지만 브로커에 속아 중국의 가난한 농부에게 팔려가고 말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포자기 하듯이 가난한 중국 농부와 같이 살았다.

나중에 조선에 있는 두 아들과 남편도 차례로 탈출을 시켰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에서 외톨이로 지내느니 한국에 가는 것이 낫겠다며 차례로 한국으로 보냈다.

 

조선에서 탈출하는 이들을 도와주는 브로커를 하기도 하고, 탈북 여성들을 노래방 도우미로 알선해서 수수료를 받아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고민 끝에 한국행을 결심한다.

탈북민 신분인 그가 먼저 한국으로 가고, 한국에서 정착하게 되면 중국 남편은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데려오기로 하고 다른 탈북민들과 함께 한국으로 향했다.

중국의 북쪽 끝 지린성에서 출발해 중국의 남쪽 끝인 원난성까지 내려와서,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밀입국하고, 다시 태국의 남쪽 끝에 있는 방콕까지 가서 탈북민임을 밝히고 한국으로 향하는 엄청난 여정이었다.

중국 공안의 단속을 피하면서 중국대륙을 횡단해야 하고, 라오스와 태국 국경을 넘을 때는 외진 길을 찾아 걸어서 다녀야 했다.

일행 중에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는 젊은 여성도 있었는데, 마구 울어대는 아이를 업은 채 그 험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한국에서의 상황은 예상과 많이 달랐다.

이미 그의 가족이 한국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별도의 주거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두 아들과 북한 남편이 살고 있는 좁은 집에 얹혀살아야 했다.

국정원에서의 심사과정에서 중국에서의 행적이 의심을 받기 시작했고, 심지어 간첩여부에 대한 조사까지 이뤄지고 있었다.

생계를 위해 정수기 매니저로 일을 하고, 이미 마음이 떠난 북한 남편을 한집에서 마주해야 하고, 두 아들에게는 도움이 되기는 고사하고 짐만 되고 있는 현실이 갑갑하기만 했다.

중국 남편과 통화를 해보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아 그는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고민을 한다.

 

참으로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였다.

중국에서의 악착같은 모습, 한국으로 탈출하는 과정의 긴장된 과정, 한국에서의 막막한 상황까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어떻게 찍을 수 있었는지 의아할 정도로 카메라는 거침없었고, 그들의 호흡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었지만 섣불리 내면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조선에서의 삶이 어떠했는지, 중국 남편에게 팔려갔을 때 어떤 심정이었으며 중국에서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됐는지, 탈북 브로커를 하면서 어떤 마음이었는지, 한국의 현실을 마주한 심정은 어땠는지 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았다.

그냥 그의 삶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여줄 뿐 신파조로 그 삶을 채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 아주 밀착해있지만 어설프게 내면을 들추지 않는 카메라는

그의 삶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만들면서

의외로 많은 것들이 보여 지게 만들었다.

가족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기도 했고,

한국 사회를 외부인의 시선에서 돌아보게 만들었고,

상상할 수 없는 삶의 파도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넘어가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도 있었다.

극영화를 다큐처럼 찍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와 많이 비슷했지만

이 영화는 극영화가 아니라 다큐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 질문의 힘이 더 생생하고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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