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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2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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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폭설이 내리고 기온도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제주에서는 드문 일이지요.


2년 전 이보다 조금 더한 추위에 몰려왔을 때
감귤이 모두 얼어버려서 한해 농사를 망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긴장을 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다행이 감귤에는 별탈이 없었지만
제가 사는 곳은 꽁꽁 얼어버렸습니다.


주위는 온통 눈으로 덥혀버려서 부모님도 올라오시지 못하고
수도는 얼어버려서 미리 받아놓은 물을 아껴서 써야하고
추운 날씨에 눈보라는 계속되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냈습니다.


평소에도 혼자서 지내는 삶이라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는데도
왠지 심리적으로 이곳에 혼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tv에서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재방송 하고 있어서
따뜻한 이불 속에서 편하게 드라마를 보는데
이곳이 교도소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교도소에 있으면 하게 되는 생각들을 하게됐습니다.


술병으로 고생하는 찬영이는 혼자서 어떻게 지내고있을까?
서울에 간 동수씨네 가족들은 춥지않으려나?
조성웅이는 강원도에서 요양 중인데 눈에 묻혀있는 것은 아닌지...
혜영이도 강원도에서 요양 중이라고 했는데...
최도은은 병실에서 남편을 간호하고 있겠지...
정하형은 정년퇴직 후 마음이 더 심란할텐데...
애월항에서 일하는 국남이형은 추운 날씨에 고생일텐데...
정중석 동지는 섬에서 별탈없이 잘 지내나?
엄길정은 농성장에 있을까?
박현정은 묘를 옮긴지 얼마 안됐는데 적응이 됐을까?
그리고 또 많은 이들이 심란한 마음으로 이 날씨를 견디고 있을텐데...


그러다 페이스북을 들여다봤더니
지난 방송에 댓글이 하나 달렸더군요.

 


엄길정님 : 너의 췌장을... 잼있죠!
포항교도소서 읽었는데 간만에 신선 하더군요

 


그 날씨에 농성장을 지키던 해고자가 찾아온 거였습니다.


폭설로 온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날
이렇게 서로의 마음의 통했습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이 내린 날
매화나무에 눈꽃이 화사하게 피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루만에 눈이 다 녹아버리고
매화나무에는 꽃방울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아직 한겨울이지만
조금 있으면 매화가 피겠군요.

 

 

 

 

(Paco De Lucia, Al Di Meola, John McLaughlin - ‘Mediterranian Sun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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