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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음반 낼 "초보좌파" 가수 Z. E. N

 
2집 음반 낼 "초보좌파" 가수 Z. E. N

다섯 전사들. HOT 얘기가 아니다. 바로 Z.E.N이다. 스스로를 '민중문예 일꾼'이라 부르는 남가(22), 혜영(19), 민선(17), 동환(21), 우혁(20)은 노래로서 세상의 전복을 꿈꾼다. 노래라는 무기로 노동자의 조직화·의식화를 고민한다.

라는 데뷔곡으로 한때 순위프로 중위권까지 올라가던 혼성댄스그룹 Z.E.N이 민중가수의 길로 접어든 것은 지난해 4월. 대우차 노조에 대한 정부의 폭력진압을 규탄하는 노래 <그 날 그 자리에서>를 통해 세상을 향한 그들의 거침없는 시선을 드러냈다.

Z.E.N의 등장은 신선했다. 아니, 일종의 충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전태일이, 오월 광주가, 댄스와 테크노 리듬에 실려 거친 랩을 타고 흘러가는 풍경에 익숙치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들' 중 일부는 '정서'를 이유로 그들의 새로운 실험을 유보하거나, 또 다른 일부는 그들을 두고 상업적인 전략에서 나온 해프닝쯤이라 치부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Z.E.N은 그 후로도 계속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투쟁이 있는 현장이라면 어느 곳이든 달려가 노래로, 춤으로 노동자들을 만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Z.E.N을 통해 민중가요와 랩의 절묘한 어울림을 배웠고, 그들은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Z.E.N '동지'가 됐다.

오는 3월 그들이 2집 음반을 들고 돌아온다. 본격적인 민중가요 음반으로는 처음이다. 지난 2일 장애우를 위한 노들야학 일일호프에서 축하공연을 끝내고 기자와 만난 Z.E.N은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녹음 중인 음반 얘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현장에 많이 찾아다녔거든요. 처음에는 전혀 현장 경험이 없었는데, 이번 음반에는 우리가 그동안 겪었던 투쟁현장의 경험과 그걸 통해 우리가 고민했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길 바래요." 바로 이게 12곡 중 10곡의 가사를 Z.E.N이 직접 쓴 이유다. 그동안 다뤄오지 않았던 교육이나 언론, 통일에 대한 노래도 불렀다고.

Z.E.N이 소속된 기획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신윤철씨는 이번 음반을 "Z.E.N이 가진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자본주의 문화에 눈과 귀가 익숙해진 사람들이 쉽게 들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현장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추운 겨울에 난방시설 하나 없이 힘들게 노숙 투쟁을 하시는 시그네틱스 염천동 공장 여성노동자 분들이나, 수배된 지 벌써 1년이 넘었는데도 언제나 결연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대우자동차 아저씨들이 기억에 남아요. 한꺼번에 수천명씩이나 정리해고 된 한통계약직 노조 아저씨들을 만나면서는 '노동'이 뭔지, '운동하는 삶'이 뭔지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구요. 전기도 안 들어오는 열악한 천막에서 투쟁하시던 캐리어 동지들은 언제나 웃으면서 저희들을 격려해 주셨어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Z.E.N의 노래에 노동자들의 이런 정서를 담아낼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네요."

Z.E.N은 요즈음 촘스키가 쓴 신자유주의 관련 책을 함께 읽는다. 이들이 처음으로 함께 읽었던 텍스트는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이었다. 그러다가 "점점 왼쪽으로, 왼쪽으로 가더니 이제는 '초보좌파'가 됐다"고.

가끔씩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도 접속한다. 최근 당 홈페이지에서 벌어지는 조선노동당 관련 토론을 주의 깊게 지켜본다니, 우리 당에 대한 관심도 상당할 듯 하다. 혹시 당원이냐고 물어보니까 "멤버중 몇 명은 예비 당원"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당에 대한 한마디도 잊지 않는 Z.E.N. "민주노동당 동지들이 창당 때의 첫 마음을 언제나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집회 현장에서도 더 자주 만나고 싶구요. 그리고 이건 Z.E.N의 꿈인데요. 민주노동당 같은 진보정당이 집권할 때, Z.E.N이 꼭 그 자리에서 노래 부르고 싶어요." 몇 년 후쯤엔 꼭 그 자리에서 Z.E.N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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