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살자 80회


1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귤 수확을 마쳤습니다.
방제실수로 상해버린 감귤을 보면서 마음을 졸였던 것도 끝났습니다.
수확을 앞두고 상인과의 관계 때문에 마음을 상했던 것도 끝났습니다.
1년 농사 열심히 해서 겨우 천만원 입금된 걸 확인하고 쓴웃음 한번 짓고 말았습니다.


수확을 마치고 나서도 바빴습니다.
가지를 묶었던 줄을 모두 제거했고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을 깎았고
유기질비료를 풍족하게 뿌려줬고
영양제도 뿌려주고
물을 아주 흠뻑 줬습니다.


열매를 따내고 줄을 풀어버려서 편안해진 나무를 보며
내 마음도 조금은 홀가분해졌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1년 농사는 끝났고
이제부터 또 새로운 1년 농사의 시작이니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열심히 해보자고요.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 보리가 한창 자태를 뽐내는 때입니다.
겨울농사들이 끝나서 정리된 밭들 사이에서
홀로 폼을 잡는 보리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자질구레한 것 없이 쭉쭉 뻗은 모습을 보면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화살처럼 생긴 겉모습과 달리 줄기는 유연해서 바람이 불면 하늘하늘거립니다.
수만 개의 줄기들이 무리를 지어있으니 바람과 함께 물결을 이루기도 합니다.


화살처럼 강한 모습과 달리 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을 보면 내유외강을 생각하게 되고
반대로 바람에 살랑이면서도 본모습을 유지하는 걸 보면 외유내강을 생각하게 되는데
홀로 꼿꼿하면서도 무리지어 춤을 추는 모습은 자유로운 공동체를 생각하게 됩니다.
보리를 바라보며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기분은 좋습니다.
캔 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라는 영화도 생각이 나는군요.

 

3


독립불구 돈세무민(獨立不懼, 遯世無悶)
홀로 서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과 멀리 했어도 근심하지 않는다.

 


주역에 나오는 내용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어떤 책을 읽다가 이 문장이 가슴에 박히더군요.


홀로 서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데
세상과 멀리 있은 것에 대한 근심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음...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저를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면 됐죠.

 


(한태주의 ‘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