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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9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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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식물들이 왕성하게 성장을 하는 시기라서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써야합니다.
5월에 감귤나무 전정을 했는데도 새순이 자라서 나무가 무성해진 모습에 흐믓했는데 이파리가 시원찮습니다.
지금쯤이면 진한 녹색이 되야하는데 어린잎처럼 연한 녹색으로 그대로 있어서 걱정을 했습니다.
아는 분에게 물어봤더니 영양공급을 충분하게 해줘야 한다고 그래서 퇴비도 주고 영양제도 뿌려줬지만 나아지질 않더군요.
얼마 전부터는 상황이 더 나빠져서 심한 경우는 이파리가 연두색으로 변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파리를 들고가서 이곳저곳에서 물어봤는데 진단들이 조금씩 달라서 고민스러웠는데, 이파리를 자세히 살펴보니 아주 미세한 응애들이 보이는 겁니다.
이파리가 병에 걸린 걸 모르고 영양분만 공급하다가 병을 키워버린 거죠.
변명을 하자면 일주일 전에 예방한다고 응애약을 뿌리기는 했는데 그 약이 시원찮아서 잘 듣지 않았던 겁니다.


아차 싶어서 황급히 응애약을 사왔습니다.
장마 기간이라서 비가 오지 않는 날을 기다려서 부랴부랴 약을 했습니다.
흐린 날에는 농도장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약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응애는 이파리 뒤쪽에 주로 붙어있는데다가 상황이 심해서 구석구석 꼽꼽하게 약을 하느라 다섯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약을 분사하는 줄이 중간에 찢어져서 약이 새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약을 다하고 났더니 하늘에 구름이 점점 몰려들더니 급기야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애써 뿌려놓은 약이 빗물에 씻겨갈까 싶어서 황급히 하우스 지붕을 닫았습니다.
고온다습하면 농도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해서 지붕을 닫아놓고도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작년에 여름철 방제를 잘못해서 일년 농사를 망쳐버린 경험이 있어서 더 조마조마했지요.


그렇게 긴장 속에 하루를 보내고나서 저녁에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조금은 여유로워지더군요.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지나간 일에 너무 초조해지지 말자고 위로를 했습니다.
잡초들이 다시 올라왔으니 제초기로 잡초를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따뜻한 차를 한잔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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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이는 물체는 참외입니다.
약간 어두운 곳에서 찍은 사진이라 상태가 좀 않좋기도 하지만
실물도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조금 큰 자두만한 크기에 겉색깔도 노란색이 조금 비치는 정도지요.


이렇게 볼품없는 참외가 올해 처음 먹어보는 참외입니다.
지난 방송에서 얘기했다시피 텃밭에 심어놓은 참외모종은 상태가 영 아닙니다.
잠시 둘러봤더니 대여섯개 정도 열매가 달리긴 했지만 그것도 익으려면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텃밭 한쪽 구석에서 자연발아한 참외줄기가 뻗어나고 있었고, 그 줄기를 들추다보니 이렇게 조그만 참외 하나가 익어서 달려있더군요.
작년에 참외를 먹을 때 씨를 파내서 음식물쓰레기와 함께 거름 만드는 곳에 던져좋았더니 그 중에서 하나가 자연발아를 한 모양입니다.


정성들여 심어놓은 모종들은 포기해야하는 상태인데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이렇게 자라나온 것이 있어서
그 인연이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이놈을 깨끗이 씻어서 껍질을 벗기고 한입 집어넣었더니 맛은 그저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인연이 너무도 소중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꼭꼭 씹어먹었습니다.
올 여름에는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야겠네요.

 

3


오늘 방송은 여름 얘기로 채워지네요.
혼자서 살아가는 얘기를 하다보니 요즘 얘기가 다 그런 얘기뿐이라서...
뭐, 이렇게 된김에 여름얘기 마저하면서 방송을 마쳐볼까요?


제가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서 여름은 끔찍하게도 싫어합니다.
기온이 30도만 넘어서면 몸과 머리가 멈춰버리곤 하지요.
하지만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보면 여름이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먹을거리가 많습니다.
고추, 호박, 토마토, 가지, 오이 같은 건 기본이고 수박과 참외까지 풍성한 과일과 야채를 원없이 먹게 됩니다.
올해는 망쳐버린게 많아서 풍족함이 덜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름은 풍요의 계절입니다.


일거리도 많습니다.
식물들이 왕성하게 자라는만큼 잡초도 왕성하게 자라고 병충해도 왕성하게 활동합니다.
감귤농사는 초보라서 긴장감 속에 병충해와 전쟁을 벌여야하는게 제일 고민입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나무가지들을 살피고 묶어줘야 하는 것도 인내심이 필요하지요.
오전 중에 대부분의 일을 마치고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고 나서 점심을 먹으면 기분이 너무 상쾌합니다.


일거리가 많아도 여유를 즐길 수는 있습니다.
오후에는 너무 더워서 일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집안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쉽니다.
재미있는 드라마가 있으면 빠져서 보기도하고, 책을 읽거나 간단한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오전이 바쁜만큼 오후의 여유는 달콤하지요.
그렇게 오후를 보내고나서 저녁에 조금 선선해지면 사랑이와 함께 나가는 산책시간이 보너스처럼 주어져서 그 또한 삶의 에너지가 됩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나면 열대야 속에 견뎌야 하는 밤이 힘들기는 합니다.
그래서 시원한 맥주나 막걸리 생각이 자주 나기는 하지만 그 유혹을 견디는 것도 여름나기의 과제입니다.
잠들기까지 1~2시간의 힘겨움을 어떻게 견디냐에 따라서 몸과 마음의 건강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 스스로를 잘 달래려고 노력해봅니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왔기 때문에 밤에 잠을 자는 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지금부터 슬슬 준비를 해야겠네요.
여름과 맞서 싸울수는 없겠지만 즐길수는 있으니 그렇게 또 올 여름을 견뎌봅시다.



(슈팅스타 –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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