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다시! 49회 – 오열, 듣는 이를 부드럽게 담금질한다

 

 

 

1

 

오열이라는 가수를 알게 됐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2016년 데뷔해서 나름 활발하게 활동을 해오고 있는 가수더군요.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도 출전해서 얼굴도 살짝 알렸다고 합니다.

그런 가수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습니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조금 오묘합니다.

살짝 하이톤에 가벼운 목소리로 톡톡 끊어가면서 얘기하듯이 하는 창법이

불편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한데

그런 단점들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중간에 국악을 접목시켜 음악적으로도 나름의 색깔을 만들어보려도 했습니다.

이것 역시 화려한 퓨전국악밴드들의 음악에 비하면

뭔가 살짝 어설프고 덜 여문 듯한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마음을 담아 최선을 다하려는 것이 동시에 느껴져서

선입견 없이 편안하게 즐기게 되더군요.

 

얘기하듯이 풀어놓는 노래인 만큼 가사에도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성찰을 하지만 아주 깊이 있는 고민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면서도 주눅 들지 않으려는 당당함이 느껴져서 듣는 저를 톡톡 건드리더군요.

 

이래저래 부족한 듯이 느껴지면서도 그를 넘어서서 하나로 담아내려는 노력이 충분히 와 닿았습니다.

듣는 이가 교만하지 않으면서도 여유롭게 자신을 돌아보고 담금질하게 만드는 은근한 내공이 있더군요.

 

이러쿵저러쿵 말을 길게 늘어놓는 것보다 그의 노래를 직접 들어보고 느껴보는 것이 좋겠지요.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오며 느꼈던 것들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오열의 ‘강강’ 듣겠습니다.

 

 

 

 

2

 

소박한 꿈을 안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어느 날 문득 자신의 현실을 자각하며 현타가 오는 순간

우리 마음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오열의 ‘비몽사몽’은 그때의 마음을 노래합니다.

씁쓸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하고...

이런 여러 가지 감정들이 묘하게 뒤섞이는데

그런 자신이 밉지가 않습니다.

 

참으로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을 성찰하면서

살포시 등을 두드려주는 노래입니다.

 

 

 

 

 

3

 

예전에 건전가요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밝고 희망적으로 바라보도록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보급했던 노래들이었죠.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그 길에서 꿈을 꾸며

걸어가리라

(이용의 ‘서울’)

 

 

군사독재정권 아래서 숨 막히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런 노래들은 현실을 외면하는 마약처럼 작용하길 바랬을 겁니다.

 

 

꺼져가는 별 서울의 별

꿈을 밝혀라 찬란한 강

바다로 가자 한강이여

더 큰 꿈으로 한강이여

(오열의 ‘한강열차’)

 

 

오열의 ‘한강열차’를 들었을 때 처음 느낌은 그 시절 건전가요였습니다.

이 삭막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한강을 보며 꿈을 노래하고 있으니

과연 몇이나 그 노래에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난 한강에서 노를 젓는다’라며 주문처럼 반복을 하는데

어느 순간 제 마음속 강에서 노를 젓고 있더군요.

그렇게 노래와 함께 노를 젓다보니

저도 꿈을 찾아 바다로 향하는 청춘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기분이 묘했습니다.

머리로는 분명히 비판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마음은 노래와 하나가 돼서 둥실둥실 떠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럴 때는 머리가 마음에 복종하는 것이 편합니다.

머리를 비우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고 보는 거죠.

여러분도 저랑 같이 한강에서 노를 저어보시렵니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