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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을 생각하면 즐겁다

 
2001년에 술을 많이 드시기로 유명한 오세철 선생과 함께 밤새 술을 먹으면서 “선생님은 그렇게 술을 드시는데 정정하실 수 있는 비결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오선생 왈 “혁명을 생각하면 이렇게 죽도록 술을 먹을 수 있어”라는 것이었다. 우문현답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질문에 쇼킹한 대답이었다. 내가 나이 50이 넘었을 때 일선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동지들과 밤새 술을 먹으면서 “혁명을 생각하면서 죽도록 술을 먹자”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35살이 되어서 맞이한 이번 설에도 나는 고향에 가지 못했다. 그래서 연휴 동안 어디에 나다니지도 않고, 누군가를 특별히 만나지도 않고 말 그대로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연휴 동안 내가 한 것은 아무 생각 없이 tv와 비디오, 인터넷으로 시간을 죽이는 한편, 휴가 이후 벌어질 투쟁을 구상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더니 너무 누워서 지낸 영향으로 허리가 좀 뻐근한 것말고는 몸과 마음이 무척 가쁜 했다. 몸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면서, 마음은 복잡한 일은 다 뒤로 넘기고 투쟁을 생각하면서 즐거웠던 것이다.
휴가가 끝나는 시점을 전후로 해서 연휴 동안 생각해왔던 것들은 하나 둘 씩 점검하고 실현시키고 있는 기간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내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지저분하고 어지러운 일들이 하찮은 일로 느껴졌다. 그리고 투쟁이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면서 더없이 즐거워졌다. 그러다가 꿈에서까지 투쟁이 나타났다.
이 투쟁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 투쟁에 대한 의지를 서로 확인하는 동지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실은 나의 의지와 달리 더욱 복잡해져가고, 투쟁을 현실화시키기에 조건은 더욱 어려워져 간다. 그러나 이미 결심을 한 이상 투쟁을 중심으로 다른 일들이 보이기 시작하였고, 그를 위한 생각밖에 없다. 그러면서 불안과 희망은 더욱 증폭된다.
이렇게 투쟁을 생각하고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서 중요한 활력소임을 새삼스럽게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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