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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삶 16회 – 계절은 변하고, 나이는 들어가고, 삶은 이어지고

 

 

 

1

 

몇 년 전부터 감귤나무에 깍지벌레라는 놈이 자리를 잡았는데 계속 방제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은 다른 병충해에 비해 피해가 심한 편은 아니지만 방제가 힘들어서 고민입니다.

이 약 저 약 다양하게 뿌려봤지만 좀처럼 잡히질 않습니다.

그래서 올 봄에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는 약을 흠뻑 뿌려봤는데, 효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노력들을 하다가 특단의 조치로 깍지벌레가 심한 나뭇가지들을 뭉텅 잘라버렸습니다.

그렇게 나뭇가지들을 강하게 잘라버리고 나면 다시 수세를 회복하는데 2~3년은 걸리지만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녀석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깍지벌레 전용약제로 남아있는 녀석들을 퇴치하려 노력했더니 어느 정도 효과가 보이는 것 같아서 한시름 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다시 깍지벌레가 번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나무는 그동안 깍지벌레가 없던 나무여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허를 찔리고 말았습니다.

깍지벌레에 대한 내용을 찾아봤더니 가을이면 성충이 돼서 방제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 이 녀석들을 퇴치하지 못하면 겨울동안 더 불어나서 익어가는 열매를 뒤덮어버립니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다시 이 녀석과의 전쟁을 시작해야겠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감귤나무에게도 선선해진 가을은 숨통이 트이는 계절입니다.

여름의 그 혹독한 폭염 속에서 열매를 키워내느라 무진장 노력했던 결과 열매들이 꽤 커졌습니다.

열매 무게 때문에 늘어지는 가지들을 매달아 주는 것이 일이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은 풍요롭습니다.

 

나무들에게 고생 많았다고 위로를 전해주려는데 나무들은 남은 힘을 새순과 꽃을 피우는데 쓰고 있더군요.

보통 가을순은 봄순과 여름순에 비해 적게 나오고, 꽃 역시 가을에는 드문드문 피어나는 편인데, 올해는 조금 다릅니다.

지난 해에 너무 많은 열매들이 달렸던 관계로 올봄에는 봄순과 꽃들이 많이 피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가지는 조금 허했고, 열매들은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조금 선선해지니 나무들이 남아있던 힘을 새순과 꽃을 피우는데 쓰고 있는 겁니다.

그 모습에 활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지금 나오는 순과 꽃은 필요가 없습니다.

가을순이 자라서 굳어지기 전에 날씨가 추워지면서 성장을 멈추기 때문에 이파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지금 핀 꽃이 열매를 맺으면 수확할 때 너무 작은 것들이 달리기 때문에 영양분만 뺏어먹는 천덕꾸러기가 됩니다.

 

쓸모없는 꽃들을 따줘야 하지만 꽃들이 너무 많이 피어서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덕분에 생기 넘치고 화사한 모습을 즐길 수 있어서 좋기는 하네요.

계산대로 잘 굴러가지는 않지만 이렇게 활력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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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전에 같이 활동했던 분이 찾아왔습니다.

아주 가까웠던 분을 오래간만에 만나기 기분이 좋더군요.

맛있는 것을 같이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즐겁게 나눴습니다.

 

오랫동안 해고자 생활을 해 오셨던 그분은

8년쯤 전에 어렵게 복직이 되셨는데

이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분과 같이 활동했던 많은 분들도

이미 정년퇴직을 했거나

앞으로 1~2년 사이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퇴직 이후의 삶으로 이어졌는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아쉬움과 고민들이 있기는 했지만

변화하는 삶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어찌 보면 제가 그분들보다 일찍 새로운 삶을 시작한 샘이기는 합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굴곡들이 있기는 했지만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지금의 이 삶이 편안하고 행복한 것처럼

그분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그 삶들도 편안하고 행복하길 빌어봅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봄과 여름의 활기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풍요로웠던 여름 작물들도 대부분 생명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겨울 작물들을 준비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생명력이 움터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삶이 변하고 이어가고 하는 요즘이네요.

 

 

 

(Adam Levine의 ‘Go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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