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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접한 삶 13회 –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
-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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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을 사러 가면 괜히 풍요로워집니다.
너무도 다양한 모종들이 펼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펼쳐진 모종들을 살펴보면 이름도 생소한 것들이 많습니다.
농사를 짓기 전에 상추는 파란 상추, 붉은 상추, 양상추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상추를 심다보니 청상추, 적상추, 양상추 외에도 꽃상추, 아삭이상추, 흑상추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모종을 사러 가면 로메인 상추, 생채, 오크 상추, 치커리 등 다양한 품종의 상추들이 참 많습니다.
새로운 상추들의 독특한 식감과 맛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다양한 상추를 심어봅니다.
올해는 버터헤드, 레드 비소라는 이름도 생소한 품종이 있어서 한번 재배해 보려고 사왔습니다.
올해 도전해보는 상추 종류만 열 종 정도 됩니다.
상추만 다양한 것이 아닙니다.
해마다 다양한 허브 종류들도 새로 나오고
배추도 열 가지가 넘는 다양한 모종들이 나와 있고
비트, 콜라비, 알타리, 월동무 등 무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 모든 걸 다 심을 수는 없지만
하우스 주변 텃밭 공간을 잘 활용해서
다양한 모종과 씨앗들로 파종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욕심을 조금 냈더니 모종 가격만 10만원이 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채소재배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즐거움도 좋지만
마음속에서 은근슬쩍 욕심이 자리 잡는 것 같아서 신경이 조금 쓰입니다.
2
지난 주에 육지에서 손님이 왔었습니다.
반가운 이를 만나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술도 한 잔 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는 시간은 즐거우면서도 조금 힘들었습니다.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이였지만
저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제주도를 찾아온 것이었기에
관광지 기분 살리면서 손님 접대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가 떠나고 난 후
몸의 피곤함이 사라지는 데 사흘이 걸렸는데
마음의 피곤함이 사라지는 데는 일주일이 걸리더군요.
사랑이와 함께 감귤나무들을 돌보면서 일을 하고
텃밭에 심어놓은 모종들에도 매일 물을 주며 살피다보니
불편했던 마음들이 조금씩 사그라져갔습니다.
주변 밭들에는 여러 모종들이 다양하게 심어져 있습니다.
가을이라 선선하고 기온도 살짝 높은 것이 식물들이 자라기에는 좋은 조건입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비가 오지 않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3
보름이 넘도록 비가 오지 않고 있었는데
오래간만에 비 예보가 있었습니다.
비가 예보된 전날 일기예보에서는 폭우가 예상되니 주의하라고 하더군요.
가물었던 땅에 충분한 비가 내린다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너무 많은 비 때문에 주변 밭에 심어진 어린 모종들이 상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됐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밤 늦게부터 비가 시작된다고 해서
미리 하우스 천장도 닫아두고 주변 정비도 했습니다.
살짝 더운 기운이 있었지만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창문도 닫아두고 잠을 잤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밖을 살피니 아주 약하게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더군요.
막 바로 일기예보를 살폈더니 비 예보는 오전으로 미뤄져있었습니다.
그나마 가는 빗방울이라도 내리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하우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빗방울 소리가 사라지는 겁니다.
그래도 하늘은 잔득 흐려 있으니 곧 비가 내릴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빗방울이 떨어지다 말다를 반복할 뿐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오전 일을 마치고 들어와 다시 일기예보를 살폈더니 비 예보는 오후로 또 미뤄졌습니다.
그런데 하늘의 구름을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고 비 예보는 또 다시 늦은 오후로 미뤄졌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미뤄지는 비 예보를 살피며 간절히 비를 바랐지만 결국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고 열심히 다가갔지만
바로 앞에 보이는 물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신기루 같았습니다.
오히려 갈증만 더 심하게 만들어버리는 이런 현상이
장마가 시작되는 6월부터 계속 되고 있습니다.
장마는 2~3일 만에 끝났고
여름에는 오랜 가뭄이 이어지더니
가을이 돼서도 비다운 비는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 비 예보가 있었지만
비 소식은 눈앞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지길 반복했죠.
태풍이 오지 않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도 오지 않고 있으니 마음이 더 타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잔득 흐려있지만 비는 오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싱숭생숭한 제마음이 이런저런 불만들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너무 메말라서 푸석푸석하더군요.
메마른 텃밭에는 물을 흠뻑 뿌려줬는데 푸석한 제 마음은 어찌해야할지...
(한영애의 ‘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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