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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구속자의 편지

 

김성민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순천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창수입니다.

몇 차례의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서신과 책을 받고, 참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이제야 인사드림을 너그러이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모든 게 익숙치 못했습니다. 투쟁도, 재판도, 현재 있는 수감생활도.

그러다보니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도 익숙치 못했던 것 같습니다.

용산의 아픔이 잊혀지는 것 같아 한숨이 나오더라도, 선생님처럼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처음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책을 열어 보았을 때 서울구치소였던 것 같습니다. 책속에 끼워져 있는 응원의 메시지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주소가 제주도여서 조금은 멀리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더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제주도는 신혼여행 갔던 것이 저에게 있는 기억이 다입니다. 그때 제주도에서 아내에게 10년 후에 다시 제주도에 오자고 약속했었는데 그것이 구속 중이었던 작년이었습니다.

여기서 나가게 되면 언젠가 꼭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저에겐 아이가 둘 있습니다. 11살 남자아이와 6살 딸아이입니다.

제가 지켜야 할 가족들이지만 이렇게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서 항상 미안합니다. 가끔 화상면회로, 편지로 만나곤 하지만, 환경이 그래서인지 그리움이 떠날 줄 모릅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아 소신대로 살아온 것이 더 큰 시련에 부닥쳤습니다. 하지만 그 소신은 잃고 싶지 않습니다. 여전히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이곳에서도 열심히 살아버릴 겁니다. 나가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있으니 더 힘을 낼 겁니다.

접견오신 박래군 공집장님께 선생님을 아시는지 여쭈었더니 책들을 모아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운동을 하신다고 말씀하시던데 맞는지 모르겠군요. 여하튼 멋진 발상입니다. 그리고 연대의 마음도 고맙게 받겠습니다.

또 이번에 보내주신 인쇄물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당연한 것을 찾기 위한 투쟁은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왜 당연한 것을 싸워서 얻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제주에도 개발은 피해갈 수 없나보군요.

누굴 위한 개발인지 알고 있다면 잔인하게 내쫓는 개발은 다시는 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제발, 그들이 깨닫길 바랍니다.

두서없이 서신을 드린 것 같습니다.

어디가 결승점일까요? 그리고 얼마만큼 왔을까요? 아무것도 모르지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같이 호흡하고, 같이 뛰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항상 힘이 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2011. 4. 19.

순천교도소에서 김창수 드림

 

 

(우) 540-600

잔남 순천우체국 사서함 9-1110

김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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