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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효성 노동조합 대의원 강 미

<인터뷰> 효성 노동조합 대의원 강 미

'20대 아가씨'의 몸으로 구속결단 삭발을 한 지 벌써 20여 일이 지났다. 대량 징계와 해고, 지도부 구속, 총회 돌입, 사측의 부결 책동, 구사대와 용역 깡패 투입, 총회 중단 그리고 전면파업 돌입.

24시간 초긴장 상태에서도 늘 푸짐하게 웃고 다니는 강 미(26) 대의원이 어렵게 시간을 냈다.

"다른 사람들은 얼굴이 많이 상했는데, 혈색이 변함이 없다"며 농담을 건네자 "나도 살 많이 빠졌는데…" 억울해한다. 하지만 그가 13년 만에 성사된 전면파업 투쟁의 한 가운데에서 어느 누구보다 행복해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학교를 졸업하고 효성에 입사한 것이 94년.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쟁쟁한 '운동권(!) 선배들'이었다. 지금도 빡빡 머리를 하고 강미 대의원과 함께 투쟁하고 있는 이 선배들은 "생휴 쓸 때 사전 휴무계를 제출하라고 하지만, 어디 생리통이 예고하고 시작하더냐. 자기가 쓰고 싶을 때는 아무 제약 없이 써야 되는 거다"처럼 소소한 것부터 '문제 의식'을 심어 주었다. 그들을 보면서 막연히 '현장에서 바른 생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게 노동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장이 꼬투리 잡아서 부르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나중에는 현장에서 문제만 생기면 반장을 먼저 찾아가 따졌다. "첫 직장인데 찍힐까봐 겁나지 않았냐"고 물으니 "오히려 찍히니까 편하더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강미 대의원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대범함'이다. 투쟁이 본격화될 무렵 '폭언, 폭행, 업무방해' 혐의로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징계위에 회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해고 안되면 이미 해고된 동지들에게 미안해서 어쩌나" 걱정했을 정도라니. 그의 이러한 '대범함'이 올해 초 '초선 대의원, 유일한 여성 대의원, 최연소 대의원'이라는 명패를 줄줄이 달아줬다.

올해 싸움을 준비하면서 강미 대의원이 무엇보다 바랐던 것은 13년 무쟁의를 끝내고 숨죽여 있는 현장을 살리는 것.이를 통해 조합원 스스로 배우는 것, 이것이 그의 절절한 소망이었다.

마침내 5월 25일, 13년을 기다려온 전면파업을 맞이했다. 그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우리는 승리하고 있고, 승리할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온건한 편이었던 조합원들이 집에도 안가고, 노숙을 하면서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사측의 방해로 투표조차 하지 못한 언양 조합원들이 파업 현장으로 달려오고 있다. 자물쇠가 채워진 현장에서 퇴근도 못한 채 교대로 일하고 있는 코드과와 방사과 조합원들이 '함께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계속 전해오고 있다."

강미 대의원이 투쟁하면서 가장 힘이 나는 순간은 언제일까. 당연히 조합원들의 마음이 전해질 때이다.
"반장 교육 저지 투쟁 당시에 조합원들이 '당연히 해야하는 건데 여지껏 못했다'고 말했을 때, 위원장님 구속되고 나서 조합원들이 먼저 분노하며 파업하자고 주장했을 때, 신참들이 '언니, 열심히 하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제일 신나더라구요."

"지역 동지들의 연대가 없었으면 이렇게 기세있게 싸움이 전개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싸움의 절반의 성과는 지역 동지들이 가져가야 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분임 토의를 해야한다며 바삐 자리를 뜨는 강 미 대의원.

아무렇게나 자라있는 그의 빡빡이 머리가 유난히 빛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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