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노년준비를 위한 6가지 키워드

그동안 수많은 어르신들과의 만남을 통해 저는 여섯 개의 단어를 골랐습니다. 제 나름대로 뽑아 본, 노년준비를 위해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할 핵심이라고나 할까요?


첫째는 관심입니다.
관심 없는 일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노년을 걱정하고 노년준비를 고민하면서 노년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머지않아 만날 나의 얼굴이며, 언젠가는 내가 걷게 될 바로 그 길을 가고 있는 지금의 노년을 보고 또 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노년에 겪는 빈곤과 질병과 할 일 없음과 고독과 소외를, 또한 긴 시간 동안의 역사에서 나온 삶의 지혜와 경험과 통찰력과 너그러움을 보고 느끼고 배워야 하는데, 이것은 모두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둘째는 자기관리입니다.
행복한 노년은 몸과 마음을 다 챙겨야 가능합니다. 병석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나이 들어 점점 변해가는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사이좋게 지낼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이 나만 피해가라는 법은 없기에 혹시 병이 나더라도 억울해하거나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병을 발견한 것을 고맙게 여기며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현명합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월과 함께 찌꺼기가 달라붙어 맑고 순수한 본성을 잃어버린 우리의 마음도 잘 닦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이 들어 노욕(老慾), 노추(老醜)를 피하려면 몸을 돌보는 것 이상으로 매일 마음을 들여다보며 닦고 보살펴야 합니다.


셋째는 사람입니다.
곁에 사람이 없는, 아무도 없는 노년은 아마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고 생각하기도 싫을 겁니다. 인간이 아무리 외로운 존재이고 결국은 홀로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는 해도, 살가운 정을 나누고 따뜻한 손길을 주고받지 못한다면 제 아무리 이룬 업적이 많다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겁니다. 그러니 사람을 얻으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가까운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모두 정성을 기울여야 마음을 얻습니다. 내가 먼저 손 내밀고 마음으로 다가설 때 진정한 동반자, 동행을 만날 수 있습니다. 노년에 이르러 갑자기 얻을 수 없기에 미리 사람을 얻으려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보내는 노년은 참을 행복하고 소중한데, 이 또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넷째는 많은 분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돈입니다.
쌓아놓을 만큼은 아니더라도 먹고살 것은 있어야겠지요. 끝가지 내 입은 내가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어야 할 부분입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돈을 모으느라 그 밖의 준비를 너무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돈 모으느라 열중해서 노년에 대한 관심을 저쪽으로 밀려나고 자기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사람마저 잃게되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으니까요.


다섯째는 바로 할 일입니다.
돈 버는 일도 좋고, 취미 여가 활동도 좋고, 신앙생할도 좋고, 봉사활동도 좋고, 집안일을 돌보는 거도 다 좋습니다. 긴 긴 노년의 시간을 무엇하며 보낼 것인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할 일이 없을 때 스스로 위축되며 쓸모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무력감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할 일이 있고 책임을 져야 할 역할이 있을 때 활력을 얻고 힘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죽음준비입니다.
죽음준비는 꼭 노년준비 항목으로만 꼽을 것은 아닙니다. 삶과 함께 늘 붙어 다니는 죽음에 대한 생각은, 우리가 좀더 정성껏 진지하게 살도록 이끌어줍니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는 과거를 생각하며 보낼 시간이 없습니다. 또한 죽음이 있기에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계획하느라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을 놓치는 것이 참으로 어리석은 일임을 알게 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 일하느라 바빠 사랑한다는 말을 뒤로 미루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잠시 뒤로 미룬 그 말을 영영 못하고 가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 ‘마흔과 일흔이 함께 쓰는 인생노트(고광애, 유경 씀, 서해문집)’ 중에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