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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나눈 대화' 밑그림

잠시 쉬면서 세상을 둘러보니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을 새록새록 하게 됩니다.
각종 매체들을 통해서 들려오는 세상 소식이나, 오래간만에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듣게 되는 세상 소식들은 온통 갑갑함과 공포로 휩싸여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형태의 범죄들은 그 세련됨과 잔인함으로 우리를 언제 듣지 불안하게 만듭니다. 각종 건강정보로 포장된 소식들은 질병에 대한 공포를 수없이 조장합니다. 패션이라는 형식으로 전해지는 모습들은 외모에 대한 병적 스트레스를 심어줍니다. 그 외에서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다가오는 불안감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불안한 세상에서 우리의 삶은 더 불안하기만 하더군요.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은 어느 한 순간도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가져보지 못한 채 오늘도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애들을 키우고 있는 경우에 가져야 하는 보육과 교육에 대한 불안과 부담은 새삼스레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요, 사람들과의 관계도 점점 피폐해져서 영혼이 황폐해지고 있더군요.
불안하기만 한 세상에서 점점 삶은 갑갑함으로 조여오고만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트랜스포머’나 ‘디 워’ 같은 영화를 보면서 그 갑갑함과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잊고 싶은 것인가 봅니다.

이렇게 세상의 갑갑함과 불안감을 몸으로 느끼면서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하다보면 사람들이 나보고 ‘자유롭게 산다’는 얘기를 자주합니다. 심지어 ‘낭만적이다’라는 얘기까지 들었어요. ㅎㅎㅎ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 싫지는 않은데, 기분이 좀 묘해요.
나도 세상 살아가는 게 힘들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진데...
사람들이 왜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 하는 것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 내 조건 자체가 자유롭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극빈층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재산을 중심으로 한 범죄에 대한 불안은 저와 거리가 멉니다. 외모에 대한 문제는 천성적으로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때문에 그에 대한 스트레스도 이제는 거의 없습니다. 건강에 대한 문제가 나이 들면서 조금씩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내 삶의 조건에서는 돈이나 시간을 투여해서 할 수 있는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삶을 절제하고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아직 비혼이기 때문에 육아나 교육, 가정 등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장남으로서 집안 문제가 약간 걸리기는 하는데, 집에서도 내 생활을 알기 때문에 그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아서 내 삶만 적당히 살아가면 됩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어쩌면 이렇게 사는 것이 각종 공포를 조장하는 세상에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원인이 되나 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내 삶이 목적의식적이어서 그렇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열나 구질구질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적당히 살아남고 싶지 않기도 하고, 욕심대로라면 확 바꿔버리고 싶기도 하거든요. 세상에 저항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크든 작든 자신의 구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현실 속에서는 그 구상과 노력이 수없이 뒤엉키고 헝클어지고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삶은 나름대로 재미가 있습니다.
뭐랄까요, 내 삶을 내가 만들어간다는 느낌이랄까요.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뭔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자유롭게 보이기에 충분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당분간은 더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좋겠다 싶어졌습니다. 특히, 나이 사십이 다 돼서 어느 정도 사회에서 먹어주기도 하고, 삶과 나이의 무게에 짓눌리는 시점에서 내 자신의 경험과 관성에 맞서 싸우는 것도 필요하거든요.
세상에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을 것입니다. 나의 경험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훨씬 많으니까요. 그런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그 얘기를 또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다보면 정말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들 때문에 울산이라는 지역에 묻혀서 벋어나지 못했는데, 이제 울산을 벋어났으니 용기를 내서 그런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울산에서의 10여 년의 경험은 엄청난 활력이었습니다. 쓰라린 경험이든 달콤함 경험이든 그 모든 것은 많은 고민과 상상력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울산을 넘어서서 다른 지역과 소통하고 교류하고 싶은 욕구는 쉽게 충족되지 못했습니다.
조직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조직 내에서 한정된 소통을 할 뿐이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개인적 인맥관계를 통해서 더욱 한정된 소통을 할 뿐이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해서 단편적으로 들려오는 소식과 정보들은 있지만, 이런 단편적 정보들은 갈증을 더욱 키워내기만 했습니다.
사람들의 과거 경험 속에서는 어떤 고민과 어떤 경험을 간직하고 있을까?
다른 지역과 부문에서도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을텐데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고 있을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발상과 상상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텐데...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했던 것처럼, 결국 이런 갈증을 해결하는 문제를 누군가에게 기댈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활동경험이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해 왔기 때문에 노동현장에 대한 고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얘기를 들으려고 노동현장 활동가들을 많이 찾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노동운동의 고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운동영역과 소통하면서 상상력을 키워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운동영역의 활동가들도 적극적으로 만나려고 합니다. 또 가능하면 명망성 있는 사람들보다는 현장과 지역에서 발로 뛰면서 몸으로 부대끼는 사람들을 만나서 생생한 얘기와 깊이 있는 고민들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이 과정은 크게 두 축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먼저 한 축은, 자기 경험과 역사를 자기 스스로 정리해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기 경험과 고민을 드러내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최고의 방법은 자기 스스로의 발언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런 제안을 했을 때 어느 정도 사람들이 동의를 하고 실제 그런 작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또 한 축은 직접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듣고 그것을 정리해서 공유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에서부터 시작하겠지만, 조금 지나면 사람들에게 소개를 받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려 합니다. 그리고 당사자의 얘기를 가능한 충실히 전하면서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과정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역사적 경험과 현실에서의 다양한 실천들이 서로 소통이 된다면 우리에게 분명 많은 상상력을 안겨줄 것입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한 달에 2~3명 정도의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듣고 그를 정리해서 공유할 계획인데, 그렇게 1년을 하면 30명 정도를 만나서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일을 같이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공유의 폭과 깊이는 더욱 넓고 깊어지겠지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 풍부함과 상상력을 만들어보는 이 일이 재미있지 않겠어요?
동지들도 함께 이 재미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함께하는 방법 하나.
조만간 공유를 위한 인터넷 카페를 만들 것입니다. 기본적인 공유는 그 카페를 통해서 이루어지겠지만, 제 메일링리스트를 통해서도 공유작업은 병행될 것입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1년 정도 해 볼 생각인데, 그동안 여러 동지들과 가능한 충분히 공유하고 서로의 생각을 같이 호흡하려고 합니다. 곧 만들어질 카페로든, 제 멜일로든 같이 호흡할 수 있도록 관심도 가져주시고 의견도 주세요.

함께하는 방법 둘.
이런 식의 활동은 익숙한 방법이기도 하고 생소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좀 더 풍부하게 진행됐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 욕심입니다. 솔직히 제가 갖고 있는 한계를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활동에 고민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동지가 있다면 과감하게 함께 진행했으면 합니다. 그 구체적 방법을 어떻게 해야 될 지에 대해서 정리된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 문제야 나중에 서로 얘기를 하면서 풀어 가면 되지 않겠어요?

함께하는 방법 셋.
1년 동안 이런 활동을 진행하게 되면 가장 걱정되는 것이 생계문제입니다. 최소생계비로 한 달에 50만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1년이면 600만원이 필요합니다.
돈 문제와 관련해서 저의 철칙은 돈을 우선 고민하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하려는 일을 명확히 해서 돈 문제를 고민하다보면 어떻게든 풀리기 때문입니다. 사채나 절도를 제외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저의 이런 고민을 덜어주실 용의가 있는 동지는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농협 1189-02-020201 김성민

함께하는 방법 넷.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하고 정리된 글은 본인에게 먼저 보여줘 수정여부를 확인하고 공개할 것입니다. 그렇게 공개되는 글들은 copyleft원칙에 의해 자유롭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수준에서 활발하게 공유될 수 있다면 원래 취지에 더욱 부합하기도 하는 것이기에 2차 가공을 포함한 활발한 활용을 권장합니다.
다만, 공유를 위한 활용의 경우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알려주시면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고민스러운 지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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