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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08
    당신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깡통

당신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내일이면 하경이 동생 하람이가 집에 온다. 비가 많이 내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지난 5월 4일 하람이 문제로 한국입양홍보회 한연희 회장님과 상담을 하다가 뿌리의 집 김도현 목사님을 만나러 갔다. 언론을 통해 김도현 목사님의 글과 주장을 접했던 터라 한번 만나 뵙고도 싶었는데 한연희 회장님이 생각난 김에 한번 만나 뵙자고 말씀하셔서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김도현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한연희 회장님과 나는 여러 이야기들을 나눴다. 서로 좁힐 수 없는 지점과 함께 공유하는 지점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성과라면 성과라 생각한다.


5월 11일 입양의 날이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싱글만의 날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 한국입양홍보회 한연희 회장님이 있고, 뿌리의 집 김도현 목사님이 있다. 참 재미있는 구조다. 이 날 만남은 서로가 다른 지점과 그 거리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리였다.


이제 몇 시간 뒤 나는 또 다른 만남을 또 누군가는 생이별을 한다. 그리고 하늘은 비를 내린다고 한다. 눈물일까? 아이를 입양 보낼 수밖에 없는 사람만 아픔을 간직하는 것일까? 입양된 아이는? 그리고 입양하는 사람은? 5월 11일이 그저 행복하기만 한 날일까? 아니면 잔인한 날이기만 할 것일까?


하경이는 지금 내 뒤에서 잠이 들었고, 아내는 저쪽 방에서 친구와 대화를 하고 있다. 나는 지금 여러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려고 자판을 누르며 이 글을 쓴다. 어쩌면 며칠을 글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후에 하람이 옷을 사기 위해 길을 나섰다. 이것저것 하람이 맞을 준비를 하지만 막상 어떤 것을 어떻게 준비를 해야 좋을지 막막하다. 12개월인 하람이가 새로운 환경에 들어서면 어떻게 될까? 걱정 또 걱정이다.


며칠을 울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제 편안한 잠자리는 당분가 반납해야 될 것 같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하람이를 입양하려고 할까? 우리에게 하람이를 보내는 엄마는 왜 하람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려 할까?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려 할 때 얼마나 피눈물을 흘리며 고민을 했을까? 그녀에겐 자신의 선택을 지지해줄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는 것일까?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버렸다는 죄책감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정말 그럴까?


나는 그녀에게 감사하다.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낳아줘서 감사하다. 그리고 그녀가 시간이 지난 뒤 자신이 낳은 아이와 함께 살 수 없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나는 그녀가 선택한 결정이 어설픈 결정이거나, 사회가 그녀에게 보내는 폭력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당신이 고민하며 눈물 흘려 내린 결정을 그 누구도 비난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5월 7일 반편견입양교육을 다녀왔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에게 말했다. 입양이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우리 하경이가 자신을 낳은 엄마나 아빠와 함께 살았다면 그것이 가장 바람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하경이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입양은 그런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아동을 보호하는 방법 중 가장 바람직한 것이 입양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 하람이와 떨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엄마는 뜬 눈으로 밤을 보낼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보내려는 결정을 어설픈 결정이라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입양 부모 그 누구도 미혼모가 낳은 아이를 그녀가 길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은 엄마가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다른 누군가에게 보내려 한다면 그녀의 결정을 어설픈 결정이라거나 사회적 폭력의 산물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나는 하람이를 낳은 엄마의 결정을 존중한다.


입양의 날 또는 실글맘의 날을 코앞에 두고서 우리는 하경이 동생 하람이를 가족으로 맞이한다. 마음 한 구석에서 비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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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중 날자가 틀려서 첨가 합니다.


뿌리의 집 김도현 목사님을 만난 것은 5월 4일이 아니라 3일 입니다.


하람이 엄마에게 이야기를 전해 달라고 몇가지 부탁을 한 메일을 확인해보니 4일 오전에 보냈더라구요


요즘 내가 정신이 없어서....


날자를 수정하려다가 글 쓸때의 느낌을 남겨두고 싶어서 이렇게 부연 설명으로 달아 글을 수정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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