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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8
    신도림중학교(2011년 4월 15일)
    깡통

신도림중학교(2011년 4월 15일)

새벽에 차를 바꾸려니 열쇠가 없다. 어제 저녁에 내가 뭘했지? 아무리 찾아도 차 열쇠가 없다. 결국 앞 집 아저씨는 새벽에 일을 나가지 못했다. 새벽부터 난리를 쳤기 때문에 피곤하다. 인터넷으로 뒤져보니 열쇠를 깍는 분들이 자동차 연쇠도 깍는 단다. 오늘 신도림 중학교에서의 수업은 11시 40분이다. '민들레 74호'가 도착했다. 수업을 하러 출발하기까지 찾아봤지만 열쇠가 없다. 결국 길을 나서며 열쇠 깍는 분에게 1시에 오시라고 전화를 했다.


오늘이 신도림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수업이다. 3학년 6반에 들어서니 몇 명의 아이들이 입양과 관련한 수업을 하러 왔다는 것을 알아본다. 어제 쉬는 시간 다른 반에 놀러와 우리 반은 왜 수업을 안하냐고 묻던 아이가 보인다.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아이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묻는다. 입양을 하는데 돈이 드느냐? 독신자 입양도 가능하냐? 정말 딸을 입양했느냐? 매 수업마다 아이들에게 듣는 질문들을 또 다시 듣는다.


아이들과 입양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TV나 언론 매체를 통해 습득된 편견을 만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지속적으로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들을 습득하면서 편견의 틀을 견고하게 만든다. 그래서 반편견 입양교육이 중요하다.


공개입양이 무엇일까? 공개입양은 입양된 아동에게 너는 입양된 아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 아이가 묻는다. 선생님 아이도 입양된 것을 아나요? 내 딸은 6살이다. 작년 그러니까 우리 딸이 5살 때 하경이 할머니가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경이가 어디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낳은 엄마가 따로 있다는 말을 하더라. 그래서 우리가 알려줬다고 말씀 드렸다.


질문을 한 아이는 자기 같으면 자기가 입양된 사실을 안다면 기분이 나쁠 것이라고 말한다. 기분이 나쁘겠지만 진실을 숨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개입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자기 존재성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만약 우리 딸이 자라서 자기를 낳은 엄마를 만나고 싶다고 하면 하경이를 입양한 한국사회봉사회를 통해 연락을 해서 하경이를 낳은 엄마가 원한다면 만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보호하는 여러 형태가 있다. 그중 한 형태가 입양이다. 혹여 아직도 고아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고아원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고 보육원이라고 말해야 한다.


다양한 가족이 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도, 불쌍한 것도 아니다. 삶은 다 힘들고 어렵다. 문제 없는 가정은 없다. 하지만 모두가 불행하지도 않다. 어느 형태의 가정에서 생활하든 모두가 똑 같다. 다 문제가 있고, 행복도 있다. 그러니 나와 다르다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된다.


수업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이 일제히 일어난다. 다음 시간이 점심시간이다. 이미 창 밖에는 먼저 끝난 아이들이 어서나오라며 손짓이다. 아이들에게 모두 앉으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은 자리에 앉는다.


내게 주어진 45분, 또 다시 그 아이들을 만날 수 없다. 그 짧은 45분의 만남에서 내가 모든 아이들의 생각을 바꿀 수도 없다. 단지,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 입양은 불쌍한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만을 말해주고 싶다. 내가 처음부터 2분 정도 시간을 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2분 정도만 더 말하겠다.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 밥들 맛있게 먹어라!


수업을 마친 후 교무실에 내려가 컴퓨터 열쇠를 반납하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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