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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14
    옥상이 좋다.
    깡통

옥상이 좋다.

2014년 7월 6일

살아보니 궁동이라는 동네가 좋다. 처음 광명시에서 이사를 했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은 저녁이면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광명시에 살 때는 사는 곳이 길가라 저녁마다 꽤나 시끄러웠었다. 처음 이사를 했을 때처럼 지금도 궁동의 저녁은 조용하다.

하경이가 옥상에서 저녁을 먹자고 해서 옥상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온 가족이 저녁을 먹었다. 하경이는 가지만 빼고는 반찬을 다 잘 먹었다. 특히 미역줄기는 아주 많이 먹었다. 하람이는 반찬을 잘 안 먹으려다 혼난 뒤 깍두기와 콩나물과 밥을 먹었는데 집에 돌아와 잠자기 전 하람이는 배가 고프다며 다시 밥을 먹었다.

우리 가족에게 옥상은 참 친숙한 공간이다. 광명시에서 살 때 깡통과 징검다리는 한 동안 옥탑방에서 살았었다. 그곳에서 하경이를 입양했다. 옥상 평상에 앉아 밤하늘을 보기도 하고, 비오는 날 지붕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수년을 살았다. 겨울에는 하경이가 따뜻한 곳에 가면 얼굴이 벌게지는 것 빼고는 하경이는 옥탑방에서 잘 자랐다. 옥탑방의 겨울은 정말 추웠다. ㅎㅎㅎ

광명시에서 서울 구로구 궁동으로 이사를 하니 옥상 바로 아래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옥상을 자주 올라온다. 가끔 우리는 빌라 옥상에 올라 돗자리를 펼치고 논다. 때로는 텐트를 치고 놀기도 한다. 아내는 옥상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밤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하경이와 하람이는 옥상에서 뛰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빌라에 사는 분들이 참아주셔서 다행이다.

지금 나는 아내가 두고 내려간 핸드폰에서 들리는 노래를 들으며 이면지에 연필로 글을 쓰고 있다. 옥상에서 일기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필을 깎고, 이면지를 준비해서 옥상에 올랐다. 그 이유는 최근에 개인적으로 아이들 보는 앞에서는 가능하면 컴퓨터와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으려 마음을 먹었지만 실천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연필로 글쓰기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니 하경이와 하람이는 개미를 따라다니며 논다.

나는 어릴적부터 성격이 지랄 같아서 필체가 좋지 않다. 더군다나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읽는 것이 싫어 빠르게 글을 적다 보니 필체가 더 살아 꿈틀거렸다. 예전 어떤 목사님은 이전도사는 글이 살아있다며 놀리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이 글을 다른 이들이 볼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있다. 음... 뭐지?

어딘가 손으로 적은 글을 보면 내가 얼마나 급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주로 필기 보다는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다. 오늘도 하경이가 글을 쓰고 있는 내게 다가와 이게 무슨 글자냐고 묻는다. 솔직히 말하면 가끔은 자신이 쓴 글을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ㅋㅋㅋㅋ 건너편 빌라 옥상에도 두 명의 남자가 나와 있다.

빌라 옥상에 누워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다. 저녁을 먹은 후 그림을 그리던 아내는 뒷정리를 하러 자기 짐을 챙겨 내려가고, 하경이와 하람이는 유모차를 가지고 놀고 있다. 옥상 올라오는 계단 한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휴대용 유모차를 하람이가 타고 싶다고 해서 꺼냈더니 둘이서 잘 논다. 하람이가 앉고 하경이가 밀어 주며 놀더니 하경이가 하람이에게 자신이 유모차에 앉겠다고 하고는 앉았다. 싫다던 하람이도 결국 유모차를 힘써 민다. 그런데 유모차가 뒤로는 조금씩 움직여도 앞으로 갈 생각을 안 한다. 두 녀석은 유모차를 버리고 나를 괴롭힌다.

날이 점점 어두워져 자리를 정리하고 옥상을 내려갈 준비를 한다. 하람이는 먼저 내려가고 하경이와 이면지에 오목판을 그려 오목 세 판을 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아침에 컴퓨터 자판을 눌러 정리한 뒤 블로그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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