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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01
    잡스도 울었습니다.
    깡통

잡스도 울었습니다.

10월 28일 프레시안에 올린 제인 정 트렌카의 글을 읽으며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모든 이야기를 풀어갈 수는 없어 떠오르는 몇 가지만 적어봅니다.


나는 ‘입양 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별법’이 전면 개정안이 돼서 ‘입양특례법’으로 이름이 바뀐 것에 대해서 입양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정 법률 역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면개정안 초안을 봤을 때는 조금 당황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법률은 많이 다듬어졌기 때문입니다.


입양특례법이 국회에 상정될 때 귀환입양인들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최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률 초안을 본 많은 입양 부모들도 관심을 가졌고 관련 정부부처에서도 법률에 대해 손질을 했습니다.


제인 정 트렌카도 알겠지만 입양은 특례법에 의한 입양과 민법상 입양이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장이 된 박원순씨가 민법상 입양의 경우죠. 우리 부부가 둘째를 입양하고 입양신고를 하려다가 나는 첫째를 입양했을 때 어떻게 입양 신고를 했었는지 절차가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했습니다. 어떻게 입양 신고를 했었지? 그래서 여기 저기 알아보니 절차가 생각보다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쉬운 절차가 민법상 일반양자입양신고 절차였다는 것을 알고 잠시 허탈했었습니다. 아시겠지만 민법상 입양에는 일반양자입양이 있고, 친양자 입양이 있습니다.


가끔 입양에 대해 부정적인 분들이 입양 후 파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대부분이 민법상 일반양자입양 후 파양되는 경우입니다. 최근 뉴스에 재산권 문제로 파양 이야기가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들도 민법상 일반양자입양입니다. 민법상 입양이든 특별법상 입양이든 입양은 입양이기 때문에 관계가 애매하게 되는 것이죠. 내가 제인 정 트렌카의 글을 읽다가 당황하는 대부분이 민법상 일반양자입양과 특별법상 입양의 예를 혼동하는 경우를 볼 때입니다.


사실 민법상 일반양자입양 신고 절차는 아주 쉽습니다. 입양을 보내고 싶은 부모가 사인하고 입양을 하고 싶은 부모가 사인하고 두 명의 증인이 사인하면 끝입니다. 재고 어쩌고 할 것도 없습니다. 때문에 이번에 전면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민법상 일반양자입양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바람은 민법상 일반양자입양도 입양특례법이나 친양자입양처럼 가정법원을 통하는 현재보다 조금 더 복잡한 절차를 적용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전면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민법상 친양자입양처럼 입양특례법으로 입양할 경우도 가정법원을 통해 입양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입양 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별법’ 때나 절차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입양과 관련한 대부분의 서류는 현재 입양을 하는 것처럼 입양 기관에서 준비를 해서 입양 부모가 가정법원에 제출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때때로 입양부모들이 오해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현재는 아동을 입양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부모가 작성하고 그 서류들을 바탕으로 입양 기관에서는 서류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 서류들(입양기관에서 작성한 서류들)을 가정법원에 제출한다는 것 정도만 추가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서류 절차가 지금보다 크게 복잡해진 것은 없습니다. 현재보다 입양 기관 직원들이 서류 정리 때문에 바빠질 것은 확실하지만 입양할 부모들이 크게 바빠질 것은 없습니다.


평소 제인 정 트렌카의 글을 읽다보면 느끼는 것인데 이번 글에도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입양한 부모들이 친자로 아이를 호적에 올리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특별법으로 아동을 입양한 입양부모들 중 상당수는 서류상에 입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이가 사람들로부터 불필요한 관심을 받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친자로 올리고 있다. 또한 친생자가 있는 경우 서류상으로라도 친생자와 차별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친생자로 신고하는 가정들도 있습니다. 물론 입양기관에서 친생자로 신고를 권했기 땜에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아이의 호적을 세탁하고자 친자로 올리는 부모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비밀 입양 문화에서 공개 입양 문화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제인 정 트렌카처럼 미국으로 입양된 당시 14세 아동이었던 스티브 모리슨(한국이름 최석춘)이 1999년 한인입양홍보회를 만들었을 때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00년에 한인입양홍보회는 한국입양홍보회라는 이름으로 바꾼 후 현재까지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사단법인입니다.


하지만 2011년 현재까지도 비밀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밀 입양을 원하는 이유는 다양하기 때문에 뭐라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아동을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가 차별받지 않고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 결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밀 입양을 원하는 부모들을 비난 할 수 없습니다.


나도 개인적으로 제인 정 트렌카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병의원이나 조산소에 의한 출생등록제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완전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도 아이를 혼자 낳아 버려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는데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음을 당하게 될까? 걱정을 하게 됩니다.


나는 그래서 이런 문제는 어떤 제도의 문제 보다는 사람들의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인 정 트렌카는 자신이 해외로 입양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가정 속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그랬을 것이라는 가정일 뿐입니다. 내가 제인 정 트렌카가 하는 말이 모두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제인 정 트렌카가 말하는 것이 모두 옳다고 보지 않는 이유입니다. 물론 내 글도 모두 옳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두 아이를 입양한 사람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분명한 것은 입양된 것 때문에 제인 정 트렌카만 운 것이 아닙니다. 스티브 잡스도 울었습니다. 아마 우리 딸들도 울 것입니다. 그래서 울며 들어오는 잡스를 안아주던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입양인들에게 네 진짜 엄마가 너를 버렸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낳아준 엄마도 진짜 엄마고 현재 함께 살고 있는 엄마도 진짜 엄마입니다. 자신의 아이를 버린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아이가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고민과 갈등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그러니 아이를 버린 것이 아니라 엄마 자신을 버린 것입니다. 그녀의 마음을 받아 하나님께서 아이를 우리에게 보내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인 정 트렌카에게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입양된 사람만 아픔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입양을 보낸 사람도, 입양한 사람도 모두 다 아픔이 있습니다. 그 아픔의 크기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당신의 글을 읽으며 때때로 마음에 들지 않아 짜증도 나지만 당신이 걸어온 삶의 고단함에 눈물을 흘립니다.


나는 당신이 현재 정부에서 입양을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친생가족과의 결별을 조장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당신이 아이들이 차별 없는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고 믿고 있습니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입양 부모들도 자신의 아이들이 차별 없는 세상에서 자라기를 원합니다. 제가 반편견입양교육을 다니는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낳은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면 모두 행복할 까요? 최근 경향신문에 아이팟을 함께 묻어주세요라는 기사가 났습니다. 자살한 청소년의 유언입니다. 나는 제인 정 트렌카가 말하는 진실과 화해의 뜻이 가 좀 더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멀리 스위스 제네바까지 다녀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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