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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이었던 고통.

나는 올해 초까지 대한민국의 작전전투경찰순경-일명 전경이었다.

(의경도 풀네임은 의무전투경찰순경이다)

 

어떤 분은 우리 나라 군대에 대해서 양키의 용병이라고 하셨는데...

그것보단 정부의 전문 집회시위철거전문 용역부대라고 하는게 더 맞을것같다.

 

 



처음에 훈련소에서 너 전경으로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땐 하늘이 노래졌다.

감기 기운이 좀 있었지만 심하게 아프지 않던 몸이 갑자기 몸살이 나고 고열이 나기 시작했다.

어찌어찌 몸은 좋아졌지만...

 

어쨋든 전경도 의경도 육훈(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면 경찰학교(경찰공무원 나리들도 여기서 공부하고 셤본다)로 보내진다.

 

죽을수는 없어서 되도록 웃으며 재밌게 살려고 했지만....

군대에 가기전 전의경과 몇차례 부대껴주던 나로서는 웃는게 웃는게 아니었다...-_-;;;

 

부대에 배치받고는 절망스러웠다. 소위 신임대원이면 의례적으로 꽤 강도있는 훈련을 시키는데...

전의경이 하는짓을 모른다면 차라리 모르고 있었다면 암 생각안하고 걍 시키는대로 굴렀겠지만

뺑끼를 썼다. 그것이 나의 소극적 저항이면 저항이었겠지만 그것보단 혼란스러움, 두려움, 절망으로

몸에서 생각이 돌아가지 않았다. 정신으로 인한 몸의 마비와 이상.

 

그곳에서 내 정신은 강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다행히 집회시위 상황(경찰은는 집회나 시위를 상황이라고 한다) 나가는 일은 없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만약 계속 현장에 나가서 헬맷을 깔고 바닥에 앉아있다 시위대가 나오면

방패를 들고 집회 참가자들과 대치하는 것을 2년내 쭉 했다면....

내가 촛불을 들고 시민과 함께 거리로 나올 수 있었을까.

 

세상 사람 상처입고 아파하고 치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있겠냐만은...

나도 내 고통스러웠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하지만 많이 힘들다.

 

한겨레에 오늘 기사를 보니 전의경들이 둘러쌓여 있던 사진을 보고 전의경 부모모임의

인터뷰를 보며 다시 상처가 많이 아프다. 국가에 의해 생겨나는 증오의 굴레와 상처의 연속들.

 

곧 회의가 있으니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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