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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쌍차 기사

쌍용자동차는 한미FTA의 미래다

론스타와 너무 닮은 쌍차.... 이는 단지 예고편에 불과

라은영 기자 hallola@jinbo.net / 2006년08월20일 21시31분

상하이자동차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맞서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16일 부터 폐쇄한 공장에서 숙식을 하며 파업을 전개하는 옥쇄파업에 이어 17일에는 중국대사관 앞까지 삼보일배를 전개하며 아스팔트에 노동자들의 땀을 쏟아냈다.

 

이에 맞불로 사측은 16일 정상조업이 이루어질 때까지 세금, 임금 등 현금 지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정부에 내는 세금 뿐만 아니라 부품 협력 업체들에 대해서도 최대한 현금 지급을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예상치 못한 사측의 초 강수에 1천 여개의 협력 업체들은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았다.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 먹듯' ..특별합의서는 뒤엎고 구조조정에 나서

 

쌍용자동차는 1999년 12월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결정, MOU를 체결한다. 8000억 원에 달하는 부채탕감과 구조조정, 노동자들과 경영진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매년 3000억 원의 이익을 내는 알짜기업이 된 쌍용자동차는 2004년 10월 5900억 원에 중국 국영기업인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다.

 

당시 자동차업계는 알짜기업을 헐값에 매각한다는 불만을 비롯해 국내 자동차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럼에도 사실상 정부가 매각을 강행했다. 상하이 자동차가 자동차 생산 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중국정부의 강력한 후원 속에서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당연히 쌍용자동차의 핵심 기술만 빼앗긴 채 청산될 것이라는 경고도 적지 않았다.

 

2005년 5월 상하이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특별노사합의서를 채택했다. 이 특별합의서에는 △노동조합의 노동 3권 보장, 모든 직원의 고용 승계 △기 합의된 노사 협약 준수하고 노동조건 저하 하지 않고 고용안정을 유지한다 △회사는 중장기 계획에 의거 매년 일정규모 이상의 투자를 실시 한다 △노사 공동으로 인수조건에 관한 이행사항을 수시로 점검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 한다 등이 명문화 돼 있다.

 

그러나 이 특별합의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 합의서는 휴지조각이 됐다. 고용안정 문구에도 불구하고 상하이자동차는 지난 7월 10일 경영난을 이유로 986명의 인원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 파견됐던 쌍용자동차의 핵심 인력 150여명을 통해 완전한 기술 이전도 마무리 됐다. 국내 부품협력업체를 중국 부품업체로 교체한다는 방침에 따라 4017개 항목의 부품 설계도면도 넘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0억 원의 투자와 30만 대 생산설비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단계별로 추진 하기는 커녕 인수 이래 지금까지 신차 개발은 고사하고 새로 투자한 자금도 전무 한 상황이다.

 

지독히 닮은 상하이자동차와 론스타

 

론스타는 2004년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합병 당시 희망퇴직 신청인원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자 직장폐쇄와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핸드폰 문자서비스를 이용한 정리해고 통보라는 신종 기법도 도입했다.

 

상하이 자동차는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을 비롯해 비조합원들의 임금 지급도 중단했다. 심지어 부품 협력 업체들의 현금 지급도 중단했다. 모든 현금을 중단한 이번 조치 또한 노동조합의 파업 무력화를 기도하는 새로운 신종 기법이다.

 

공통점은 한 둘이 아니다. 쌍용자동차 매각과 외환은행 매각 회계와 법률자문에 각각 삼일회계법인과 김&장 법률사무소라는 공통적인 뿌리가 있다. 김&장 법률사무소는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 한덕수 전 장관도 고문으로 활동한 전력을 갖고 있는 무소불위의 법률사무소이다. 또한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중인 금융 브로커 김재록 씨도 외환은행 매각 뿐만 아니라 쌍용자동차 매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은행 인수 자격조차 없는 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함에 따라 외환은행의 미국 점포는 패쇄됐다. 이후 상시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이렇다할 선진금융기법 도입도 없이 재매각을 위한 몸집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신한신용정보를 이용해 불법 채권 추심행위를 하다 12개 영업점 폐쇄 명령을 받았는가 하면, 외환은행 인수 5개월 만에 1조원의 차액을 챙기더니 2년 6개월 만에 4조 3천 억원을 남겼다. 조세회피 지역에 법인을 두고 있는 덕분에 세금은 '0'원 이다. 일상적 구조조정으로 1000여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됐고 비정규직 비율도 급증했으며, 기업대출도 줄였다.

 

금융과 제조업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상하이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 인 셈이다. 인수 2년도 체 안돼 자동차 생산의 핵심기술 이전을 완료했고, 정리해고를 진행하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1000여 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한다는 것은 한국 공장의 변한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지금은 1000명이지만 남은 노동자들 또한 안정적일 수 없다.

 

또한 신규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부품 협력 업체를 중국 업체로 교체한다는 내용은 국내 협력 업체들에 대한 정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니 공장 청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쌍용자동차, 외환은행... 한미FTA의 암울한 미래

 

상하이자동차와 론스타는 한미FTA의 미래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가 ‘고용창출 효과와 기업 발전들을 가져오고 한국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고, 고용이 늘어 노동자 국민의 삶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구세주 처럼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들은 한국 정부를 조롱하며 인력 구조조정을 일삼고, 신규 투자 없이 사회적 성과물을 챙겨가는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줬다. 정부가 그리 주창하는 직접 투자의 현실을 바로 론스타와 상하이자동차가 대표하는 셈이다.

 

또한 상하이 자동차가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협박, 검찰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도 론스타가 '한미FTA를 통해 세금을 내지 않게 해달라’며 미국 의회에 로비한 사건 등. 당사국과 FTA가 체결되지 않은 지금에도 사회적 물의를 빚는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제어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만약 한미FTA의 투자자 보호 조항과 분쟁해결 절차의 투자자-국가 제소 조항이 도입된다면 론스타는 당연히 한국 정부를 기소할 것이다. 왜 론스타만 검찰 조사하냐, 너희들 때문에 손해 봤다, 배상해라. 상하이자동차라고 해서 다를까.

 

한미FTA가 체결된다면 상하이자동차가 체결한 ‘특별합의서'는 필요 없게 된다. ‘이행의무부과금지조항’ 하나만으로도 고용승계 의무, 내국인 일정 비율 고용 의무, 기술이전, 현지생산품 사용 의무 등의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투자를 했으니 당연히 챙겨가겠다고 나올 그들에게 1000여명 노동자의 정리해고 쯤이야 문제가 될리 없다. 자동차 핵심 기술 뿐만 아니라 선진기술을 보유했다고 자랑하는 LCD, IT 업계의 기술이전은 문제도 아니다.

 

단 몇 개의 조항만으로 론스타와 상하이자동차는 지금 보다 더욱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이는 반대로 론스타와 상하이자동차가 지금까지 ‘사회’와 ‘국내 여론’의 눈치 보며 자제했던 행보들이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한미FTA로 인해 론스타와 상하이자동차 보다 더 질 나쁜 자본들이 수백 개 수천 개가 생길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계는 미국계라서, 국내 자본은 미국계에 덩달아서.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외환은행 불법 매각이 검찰 조사까지 진행되고 있음에도, 상하이 자동차의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매각’을 책임 지는 사람이나 단위가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없다. 이런 방치 상태는 한미FTA 체결 이후 더욱 심해질 것이다. 사회양극화와 빈곤화가 지금보다 더 심각해 질 10년 뒤 잘못 끼워진 한미FTA 협상의 책임을 과연 누가 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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