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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8
    금강산의 백도라지(1)
    하얀저고리

금강산의 백도라지(1)

북한전래옛이야기

           

                           사진출처 http://cafe.daum.net/musicgarden/5SKQ/2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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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심신산천에 백도라지

한두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에 스리슬슬 다 넘누나

에헤요 에헤요 에헤요 

어야라 난다 지화자자 좋네

네가 내 간장을

스리슬슬 다 녹인다

 

 

여러분 도라지 노래를 아시나요?

옛부터 도라지꽃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금강산에서 내려오는 전설을 지금부터 이야기 해드릴께요.

 

금강산의 백도라지(1)

 

금강산의 옥류동 골짜기에는 언제부터인가 자그마한 마을이 생겨났어요.

이 마을사람들은 금강산을 몹시 사랑하였어요.

하늘을 떠이고 높이 솟은 봉우리들, 계곡을 따라 흐르는 수정 같이 맑은 물,

사시절 변화무쌍한 아름다운 풍치, 진정 금강산의 수려한 절경은 그들의 생활과 잇닿아있었어요.

이 마을에는 마음씨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가난한 살림이나마 서로 도와 화목하게 지내고 있었어요.

 

이들속에는 화전을 일구어 근근히 살아가는 도씨 노인이 살고있었어요.

노인에게는 라지라고 부르는 외동딸이 있었어요.

라지는 얼굴이 새벽이슬을 머금은 일출봉의 꽃송이같이 예쁘고

마음씨는 동해에 헹구어낸 비단결처럼 고운데다 부모에 대한 효성이 남달리 지극하여

그를 보는 사람마다 금강선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라지는 해가 뜨면 늙으신 아버지를 도와 밭 일도 했고 달이 떠오르면

베틀에 앉아 길쌈을 하여 근근히 살림을 이어나가느라 부지런히 일했어요.

도씨 노인은 하나밖에 없는 딸을 고생시킬세라 새벽달이 지기 전에 밭에 나갔고

저녁별이 뜬 다음에야 집으로 돌아오군하였어요.

그러나 라지네 살림은 어느 하루도 펴일줄 몰랐어요.

그것은 재너머 마을에 사는 욕심쟁이 민부자에게서 꾸어쓴 빚때문이였어요……

 

놈은 가을이 오면 일년내내 애써 가꾼 낟알을 모조리 끌어갔고 그것도 성차지 않아

마을사람들이 산에 들어가 따온 산열매까지도 죄다 빼앗아가군 했어요. 

두해전 가을이었어요.

라지의 부모들은 일년내내 땀흘려 거두어들인 낟알을

민가놈에게다 빼앗기다나니 겨울날 량식마저 떨어졌어요.

그 해따라 라지의 어머니는 시름시름 앓곤하던 병이 더 심해져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서발 막대를 휘둘러도 거칠것이 없는 집안살림이다보니 어머니의 장례치를 돈이 있을리 만무했어요.

할 수 없이 라지의 아버지 도씨 노인은 또다시 민부자놈을 찾아가

다음해 가을에는 꼭 갚겠다고 손이 발이 되오록 사정을 해서야 겨우 돈 몇푼을 얻어 왔어요.

이렇게 진 빚이 한해 지나고 또 한해가 지나자 그 돈은 본전의 세배나 되게 불어났어요.

 

어느 날 민부자놈은 도씨 노인 부녀가 일하는 밭머리에 나타났어요.

놈은 부지런히 일만 하고있는  라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어요.

복스러운 얼굴과 나날이 피어나는 아릿다운 자태가 어쩐지 새삼스럽게 눈에 뜨이는 듯했어요…….

 

'아, 이런 산골짜기에도 저렇게 고운 계집이 있었던가.'

 

이런 생각은 곧 불같은 욕심이 되어 뻗쳐 올랐어요.

 

"도서방, 금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묵은 빚을 다 물어야 하네. 그렇지 않다간 큰 경을 치를 줄 알게."

 

한마디 내뱉고 지팽이를 휘두르며 내려가는 민부자놈을

바라보는 도씨 노인의 입에서는 한숨만 새어나왔어요.


 

 

                                                                                                                                                         (금강산계곡 김룡 作) 

 

 어느 날 라지는 저녁끼니거리가 걱정되어 바구니를 옆에 끼고 옥류동 계곡을 따라 올라갔어요.

언제 보아도 금강산의 수려한 경치는 라지의 마음을 끌었어요.

장려한 기상을 보여주는 비단필같은 폭포물,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이 맑고 푸른 쟁반 같은 소들과 소나무,

잣나무 숲사이를 날아돌며 지저귀는 온갖 산새들,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느라니 어느새 온갖 근심이 다 가셔진듯 마음마저 상쾌해졌어요.

 

라지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노랫가락이 흘러나왔어요.

흥이 나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갖가지 산채를 뜯던 그녀는 연주담 가까이에 이르렀어요.
하늘 선녀들이 흘리고 갔다는 두알의 구슬이 그대로 소가 된 듯 맑은 물이

웃소에 고였다가는 다시 흘러내려 아래소를 이루는 그 모양이 마음을 더더욱 황홀하케 하였어요.


'저기 저 폭포가 다문 한폭의 명주라도 되어 헐벗은 아버님의 옷감이 되어주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리고 저기 저 연주담이 쟁반이 되어주면 천도라는 복숭아를 담아 놓으신 아버님께 대접해보련만…….'


라지는 홀린 듯 그 자리에 앉아 부러운 눈길로 산발이며 맑은 물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이때 등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어요.


"라지, 거기서 뭘하고 있어?"


라지에게는 귀에 익은 총각의 정다운 목소리였어요.

같은 마을에 사는 무량이라는 총각은 소꼽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다정한 사이였어요.

무량이는 인물이 잘나고 의협심이 강하여

남의 일을 즐겨 도와주곤 하는 마음씨 착하고 부지런한 총각이었어요.

이들은 한두해 나이들면서부터 남다른 사이가 되었어요.

라지의 아버지도 무량의 부모들도 마음씨 곱고 부지런한 라지와 무량이를

친자식처럼 여기며 은근히 앞날을 바라고 있었어요.
갑자기 나타난 무량이를 보는 순간 라지는 몹시 반가왔어요.

그러나 그녀는 새침해서 말했다…….

 

"아이참, 난 또 누구라고. 깜짝 놀랐네."


라지는 고운 눈을 살며시 내리깔았어요.
날이 갈수록 예뻐지는 라지의 활짝 핀 얼굴 모습은 언제부터인가 무량의 마음을 슬그머니 사로잡았어요.

라지의 옆에 놓인 바구니에 산나물이 반쯤 차있는 것을 눈여겨 보던 무량은 바구니를 냉큼 잡았어요…….
무량은 바구니를 든채 성큼성큼 골짜기로 내려갔어요.

둘을 개울가를 따라 내려가며 산나물을 뜯었다.

잠깐 사이에 바구니는 불쑥하니 차올랐어요.
그들은 옥류담의 너럭바위 위에 앉아 구슬같은 무늬를 수놓으며 미끌어져내리는 물결에 땀을 씻었어요.


"언제보아도 꼭 명주필이 흘러내리는 듯 하구나……"

 

옥류담의 황홀경에 마음이라도 빼앗긴 듯 무량은 환성을 올렸어요.

무량이와 같은 생각을 하며 앉아 있던 라지는 조용히 자기 속마음을 비치었어요.


"내가 짜는 베틀에서도 저렇게 명주필이 흘러나왔으면…….

그러면 우리동네 사람들에게 옷을 모두 해입히고도 남을거야."


"어디 그런 보배손 한번 구경해보자."


언제나 자기네 집보다도 먼저 온 동네사람들을 생각하는

라지의 그 고운 마음씨가 무량의 마음을 끌었던 것예요…….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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