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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0
    금강산의 백도라지(3)
    하얀저고리

금강산의 백도라지(3)

 

 

 

 

 

북한옛이야기

 

 

 

금강산의 백도라지(3)

 

 

 

 

 

이튿날 아침 라지는 무량이가 준 돈과

자신이 배낳이를 해서 모은 돈을 가지고 민부자네 집을 찾아갔어요.

 

 

"아니, 너 라지가 아니냐? 네가 어떻게...."

 

 

민부자놈은 뜻밖에 나타난 라지를 두고 제나름의 생각으로 얼굴에 상냥한 웃음까지 띄웠어요.

 

"그래 아버지 한테서 말을 다 들었겠지? 네가 참 생각을 잘했다."

 

 

민가놈의 징글스러운 말에 역겨워난 라지는 황급히 일어서며 가지고 온 돈을 내 놓았어요.

 

 

"저.... 사실은 빚을 물려구..."

 

 

"아니, 뭐? 그래 요걸 가지구 빚을 물겠다구?"

 

 

"먼저 이 돈을 받으시구 명년까지만 말미를 주시면 어떻게 해서라도 꼭 갚겠으니 제발 사정을 봐주세요."

 

 

그러나 민가놈의 입가에는 다시 느슨한 미소가 떠오르더니 제법 타이르듯 말했어요.

 

 

" 얘 라지야, 그러지 말고 내말을 듣거라.

그러면 너는 물론 너희 묵은 빚도 면제될게구.

네 어미 삼년상도 내 다 도와주지 않으리. 응?"

 

 

놈은 라지의 턱밑까지 다가와 간지러운 소리를 했어요.

 

 

라지는 온몸이 그대로 징그러운 뱀에게라도 감기는듯하여 급히 토방을 내려섰어요.

 

 

"무슨 그런 끔찍한 말씀을 하셔요. 소녀는 절대로 그렇게는 못하겠어요."

 

 

돌변한 라지의 태도에 민가놈의 두 눈은 악의에 차있었고 두볼은 푸들푸들 떨렸어요.

 

 

"네 이년, 어디 두고보자. 섣달 보름날까지 그돈만 다 갚지 못해봐라.

내 무조건 네년을 끌어 오고야말테다."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쥔채 흐느끼며 마당을 뛰쳐나오는

라지의 등뒤에 대고 민가놈은 악의에 차 소리쳤어요.

 

 

 

라지는 분하고 안타까운 마음안고 한밤을 꼬박 지새웠어요.

 

 

 

다음날 새벽이었어요.

 

길떠날 차비를 갖춘 무량이가 라지를 찾아왔어요.

 

 

"라지, 내 섣달 보름 전에는 꼭 돌아올테니 어떤 일이 있어도 꼭 기다려."

 

 

라지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념도 못하고 무량을 바래웠어요.

 

 

 

이날부터 그녀는 하루하루 손을 꼽아가며 무량이를 기다렸어요.

그가 기약하고 떠난 날짜는 불과 두어달 남짓하였어요.

이 사이에 그 돈을 다 마련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어요.

라지는 어쨌든 무량이가 성한 몸으로 돌아와주기만을 애타게 바라였어요.

 

 

 

 

마음을 조이며 안타까이 무량을 기다리는 가운데

날은 흘러 어느덧 섣달 보름째 되는 날 밤이 되었어요.

하루종일 문밖을 내다보며 바람소리만 들려도 부엌문을 열고

동네에서 들려오는 까치우는 소리에도

동구밖까지 달려가곤 하던 라지는 이젠 기다리기에도 지쳤어요.

 

문밖을 나선 라지는 저도 모르게 산골짜기를 따라 걸었어요.

온통 흰눈으로 덮여 눈세계를 이룬 속에서도

연주담의 물은 언제나와 같이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이 맑고 깨끗하였어요.

이 날따라 유난히도 밝은 달은 라지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려주는 듯 하였어요.

 

이밤만 지나면 라지는 민가놈의 집에 끌려가야 할 몸이었어요.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분했어요.

 

'민가놈에게 끌려가 더러운 욕을 당하기보다는 차라리 몸을 던져 나의 깨끗한 마음을 고이 간직하리라.' 

 

마음을 다잡고 물속을 들여다보는 라지의 귀에는

길 떠나며 당부하던 무량의 절절한 말소리가 쨍쨍히 울려오는 듯 했어요.

소스라치듯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그 사이 무량이가 돌아와 찾고 있는 것 같아 마을을 향해 달렸어요.

 

그러나 온 마을은 피피한 정적에 잠겨있을 뿐이었어요.

 

온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운 라지는 이른 새벽에 부엌으로 내려갔어요.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따뜻한 밥이라도 대접하고 싶어서였어요.

아껴두었던 쌀로 정성껏 밥을 짓고 여름내 뜯어다 말려두었던 산나물로 반찬을 만들었어요.

 

 

 

밥상을 차려들고 방안으로 들어서려는 때였어요.

갑자기 동구밖에서 개짖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어요.

문 밖을 내다보니 고갯마루에 여러 명의 장정들이 가마를 매고 이 쪽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어요.

라지는 눈 앞이 캄캄했어요.

애타게 기다리는 무량이는 나타나지 않고

생각만해도 소름끼치는 민가놈의 가마가 이른 새벽부터 들이닥치는 것이었어요.

 

"아버지------------------"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도씨 노인은 앓던 사람같지 않게 달려나오며 소리쳤어요.

 

"이 놈들아. 그에는 못 데려간다."

 

노인의 손에는 어느새 시퍼렇게 날이 선 도끼가 쥐어져 있었어요.

 

황급해난 마름놈은 노인을 확 밀쳐버리고

다급히 라지를 끌어 다 가마에 밀쳐넣었어요.

도씨 노인은 가마채를 끌어잡고 비통하게 소리쳤어요.

 

 

 

'네 놈들도 사람이냐? 이 놈들아----"

 

바빠맞은 마름놈은 노인을 발길로 힘껏 걷어차더니 가마군들을 재촉하여 도망치듯 마당을 나섰어요.

 

토방 밑에 쓰러진 채 두 손을 허우적거리며 딸을 부르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라지도 애타게 부르짖었어요.

 

"아버지,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아요.  아버지--------"

 

라지는 지옥에라도 끌려가는 듯 가슴은 터질 것 같았고 그대로 죽고만 싶었어요.

 

 

 

 

'아, 이런 때 무량이라도 곁에 있었으면,

 

꼭 돌아오마고 약속하고도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단말인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어젯밤에 연주담에 빠져죽을 걸.'

 

라지는 무량에 대한 야속한 생각과 함께 그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했어요.

하지만 이대로 그 놈의 집에 끌려갈 수도 없었어요.

 

라지는 마름에게 잠간 가마를 세워달라고 부탁했어요.

영문을 알리 없는 마름은 가마를 내려 놓게 하였어요.

가마에서 내린 라지는 떠나온 마을을 향해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하였어요.

불쌍한 아버지오 옥류동 사람들에게 올리는 처녀의 마지막 인사였어요.

 

이어 길가에서 좀 벗어난 산기슭을 향해 오르던 그녀는 한 무덤 앞에 멎어섰어요. 

어머님의 산소였어요.

가난한 살림이었으나 그래도 어머님이 계실 때에는 집안에 웃음도 있고 희망도 있었어요.

라지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애써 참으며 머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었어요.

두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어요.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라지는 한걸음 한걸음 벼랑을 향해 걸음을 옮겼어요.

 

 

 

한편 마을에서는 소동이 일어났어요.

라지를 태운 가마가 떠난지 얼마 안되어

길떠났던 무량이가 헐떡거리며 나타났어요.

온갖 고생을 다 겪으며 떠돌아다니던 무량은

어제 아침까지에서야 돈을 다 마련하여 밤낮으로 달려왔던 것이에요.

 

"라지....라지가 어딜 갔어요?"

 

무량은 웅성대는 사람들 속을 헤집으며 다급하게 물었어요.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도씨 노인은

무량의 손을 더듬어잡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어요.

 

"라지가 애타게 너를 기다리다가....

라지는 민가놈에게 끌려....."

 

노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량은 정신없이 달려나갔어요.

있는 힘을 다해 고개마루에 올라서니

라지를 태우고가던 가마인 듯한 것이

길가에 덩그렇게 놓여있는 것이 보였어요.

다행이라고 생각한 무량은 걸음을 다구쳤어요.

그럴수록 무량은 자기 걸음이 더딘것 같았고

가마군들이 당장 가마를 메고 뛸 것만 같았어요.

 

무량이 가마 앞에까지 다달았을 때였어요.

 

"어머니------------------------"

 

처녀의 애타게 부르는 울부짖음 소리가 들려왔어요.

 

무량이 머리를 들어보니 가파로운 벼랑가에 서있던 라지가

어머니를 애타게 부르며

벼랑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어요.

 

무량은 허둥지둥 벼랑턱에 이르렀어요.

라지의 애타는 부르짖음 소리는

아직도 산밭을 타고 메아리쳐가는데

벼랑 밑으로 검푸른 강물이 처녀를 삼켜버린채

노한 물갈기를 일으키며 세차게 굽이쳐 흐르고 있었어요.

무량은 비통함을 금치 못해 몸부림쳤어요.

 

이때 도씨 노인과 마을 사람들이 고개마루에 올라섰어요.

무량은 이들과 함께 민가네 집으로 달려갔어요.

마을 사람들의 기세에 기가 눌린 민가놈과 여편네는

쥐구멍이라도 찾지 못해 헤매였어요.

대청마루로 달려 올라간 무량은 민부자놈을 끌어다

마당에 꿇어 앉히고 놈의 죄행을 폭로했어요.

무량의 노기에 찬 목소리를 듣는

도씨 노인과 마을 사람들의 눈에서는 불이 이는 듯 하였어요.

그들은 물밀듯이 달려들어 민부자놈에게 뭇매를 안겼어요.

 

 

이듬해 어느날이었어요.

무량은 라지를 생각하며 고개마루 벼랑가로 올라갔어요.

억울하게 죽은 라지를 잊을 수 없는 무량이였어요.

라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모대기던 무량은

벼랑턱 바위틈에 피어난 한송이 꽃을 보았어요.

흙 한줌 없는 돌바위 짬에 외로이 피어난 그 꽃은

수줍은 듯 고개숙인 채 바람에 한들거리고 있었어요.

그 꽃에서는 그윽한 향기가 풍겨왔어요.

무량은 그 꽃이 라지의 넋이라고 생각되었어요.

 

흰 눈 같이 깨끗하고

순결한 꽃송이.

모진 양반 세상을 저주하는

라지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듯한 하얀 꽃송이.

죽어서도 한송이 꽃으로 되어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려는

그녀의 갸륵한 심정을

그대로 담고 피어난 꽃송이가 아닌가.

그 꽃이 오늘은 사랑하는 무량이 앞에

얼굴을 살며시 내민 것이리라.

온갖 꽃들이 뿌리내리기 저어하는

돌바위틈에 피어난 한송이 꽃.

그것은 험악한 이 세상에 대한

라지의 말었는 항변이이라.

 

무량은 뿌리 하나 상할세라

그 꽃을 떠다가 양지바른 곳에 옮겨 심었어요.

그리고 정성껏 가꾸고 씨를 받아 올류동 골안에 뿌려주었어요.

라지의 아름답고 순결한 마음을 담아 안고 피어난 한송이 꽃은

무량의 정성에 받들리여 온 금강산에 퍼져 금강산의 일만경치를 더 아름답게 해주었어요.

 

옥류동 사람들은 이 꽃에

라지의 성과 이름을 붙여 <도라지>라고 불렀어요.

옥류동 사람들은 도라지를 몹씨 사랑하였어요.

도라지는 그 꽃의 순결한으로 그 어느 꽃보다 사랑을 받아왔지만

하얀 뿌리는 귀중한 약재로 될 뿐만 아니라

산나물로 유명하여 더욱 귀중한 것으로 되었어요.

하기에 우리 민족은 오늘도 도라지 노래를 즐겨부르며

도라지를 금강산의 자랑으로 여기는 것이에요.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심신산천에 백도라지

한두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에 스리슬슬 다 넘누나

에헤요 에헤요 에헤요 

어야라 난다 지화자자 좋네

네가 내 간장을

스리슬슬 다 녹인다

 

 글 -  1991년 출판된 북한 조선미술출판사 <금강산 전설집 2권>에 수록 

 

 

 

 

 

여러분 도라지꽃의 이름이 옛부터 어떻게 지어졌는지 알았나요?

금강산에서 내려오는 전설은 노래로 전해져 왔어요.

북한과 남한은 원래부터 같은 민족이어서 이렇게 같은 노래를 간직하고 살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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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북한의 옛이야기를 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모르는 단어가 나왔는데 물어볼 데가 없다는 것이다.

'배낳이' 같은 단어는 어떻게 읽는 것인지조차 몰라서 (주)를 달 수조차 없었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도 안나온다.

참으로 멀고도 가까운 북한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소개 할 때 난감할 것으로 생각되어지는 문제는 맞춤법 문제다.

맞춤법은 바꿀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는 단어의 맞춤법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서술어는 남한에서는 옛이야기가 존칭어로 되어 있어서 그건 읽기 좋게 존칭어로 바꾸었다.

예를 들어 '살아왔다.'를----'살아왔어요.'로

또 한가지는 

북한은 거의 붙여쓴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거의 띄어 쓰고....

예를 들어 '날아오르는 듯한'을----'날아오르는듯한'으로 붙여 쓴다.

책을 보면서 일일이 자판을 두드리는데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다.

남한식 띄어쓰기 표기법에 익숙한 자판치기라서 힘들었다.

이 문제도 아이들에게 소개 할 때 선생님들께서 난감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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