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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옛이야기
은사다리 금사다리와 금강초롱(1)
아득히 먼 옛날 아름다운 금강산의
어느 한 골짜기에는 나지막한 초가집 한 채가 있었어요.
집은 비록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이 집에 사는 아지와 오랍동생 무쇠는
늙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화목하게 살고 있었어요.
열 다섯살난 아지는 이름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부엌일과 배낳이로 바쁘신 어머니를 도와
손에서 일을 놓을 때가 없었고 무쇠 역시 나이는 어리지만
집안에 하나밖에 없는 남자손이라 땔나무를 도맡아해오고
뒷산에 일궈놓은 뙈기밭도 부지런히 가꾸었어요.
이처럼 서로 위하고 사랑하며 웃음꽃만 피우던 집안에
갑자기 큰 근심거리가 생겨났어요.
가슴앓이로 시름시름 앓곤 하던 어머니가
웬일인지 입맛을 접히고 자리에 눕기 시작하더니
이즈음에 와서는 바깥출입조차 어렵게 되었어요.
아지와 무쇠는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온 산판을 다 뒤지며
좋다는 약초는 다 캐왔고 수 십리 먼 곳에까지 찾아가
의원을 청해 다가 어머니 병을 보이군 했으나
좀처럼 낫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어느 해 여름날이었어요.
나무지게를 어깨에 걸머진 무쇠는
바구니를 끼고 뒤따르는 아지를 흘끔흘끔 돌아보며
산골짜기를 따라 걸었어요.
오래간만에 누나와 함께 오른 것이
어찌나 즐거웠던지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산나물을 한줌씩 뜯어다가는 누나의 바구니에 넣어주기도 하였어요.
"누나 이것 좀 봐. 도라지가 꽃망울을 터치기 시작했어."
한껏 웃음 진 두 볼에 귀엽게 볼우물까지 살짝 지으며 달려온 무쇠는
손에 든 도라지를 내밀었어요.
진한 풀색이 도는 뾰족뾰족한 톱니모양의 이파리와
이 끝에 다소곳이 고개 숙인 하연 꽃망울,
아지는 채 피어나기도전에 뿌리 채 뽑혀진 것이
아쉬운 듯 정히 받아 두 손으로 감싸 쥐었어요.
"누난 금강산에 피어나는 꽃들 중에서 이 도라지꽃이 제일 곱다고 했지?"
"응, 이건 금강산백도라지야.
금강산에 처음 뿌리 내린 꽃이라고 그렇게 이름지었대.
약초로도 쓰이고 산나물로도 유명한 이 백도라지는 우리 금강산의 자랑이란다.
난 이 꽃을 볼 때마다 어머니가 늘 들려주시던 도라지전설이 생각나곤 해.
나도 라지언니처럼 깨끗하고 순결하게 살고 죽어서도
이 아름다운 금강산의 한송이 꽃으로 피어있고 싶어."
깊은 생각에 잠겨 영랑봉쪽을 바라보는
아지의 팔을 흔들며 무쇠가 문득 이렇게 물었어요.
"누나, 우리 금강산에는 병치료에 쓰이는 약초가 많다는데
어째서 우리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는 그런 약초는 없을가,
난 그런 약초만 있다면
아무리 멀고 험한 곳이라도 기어이 찾아가 캐올테야."
무쇠의 말에 아지는 가슴이 섬찍했어요.
며칠전에 아지가 백천동에 사는 백발할아버지를 찾아갔을 때였어요.
아지는 할아버지에게 어머니의 병세를 말씀오리고 어떻게하나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는 약처방을 지어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간청했어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깊은 한숨을 짓은 것이었어요.
"너희 어머니의 병은 인간세상의 약초를 가지고는
고칠 수가 도저히 없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다만 한가지 방도는 저 하늘나라 달 속에 있는
계수나무 열매를 따다 써보는건데....
그걸 어떻게 따온단 말이냐.
네가 전설에 나오는 선녀라면 몰라도..."
그 때 아지는 할아버지 말씀에
한마디의 대답도 올리지 못한채 집으로 돌아왔어요.
이제 생각해보니 여간만 후회되지 않았어요.
아지는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무쇠의 손을 꼭 잡고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약처방을 말했어요.
그의 말을 듣는 무쇠의 두눈은 반짝였어요.
"누나두 참, 왜 인제야 그말을 하나.
우리 금강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가 비로봉이니까
올라가면 하늘나라에 올라갈 수 있는 방도가 생길 수도 있잖아."
무쇠는 하루라도 늦어진 것이
그리도 아쉬운지 금시 하늘에 오를듯한 기세로
아지의 손목을 잡아끌며 산기슭을 따라 달리는 것이었어요.
비록 천진한 행동이기는 하나 어머니의 병을 고쳐드리기 위해서라면
하늘끝에라도 가보고야말려는 동생의 진정이 가슴가득 안겨와
아지는 그만 목이 꽉 메었어요.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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