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쌍추 쌈을 먹다가 한 가족의 탄생기를 듣다

몇 주전 논에서 점심을 먹었다.

우리 집은 논에서 먹는 점심은 특히 봄철은 밭에서 나는 여러 종류의 상추와 쑥갓 등의 푸성귀 그리고 된장국이-새끼 손가락만한 멸치가 꼭 두 마리가 들어있다, 이것만 빼면 만족할 만한데- 주된 반찬이다.

 

그날 모자란 일손을 도와주시러 온 나이 많으신 아주머니-우리집과 매우 돈독한, 집은 좀 멀지만 이우지, 일명 형광댁이-께서 쌍추 쌈을 싸시다가 어느 일가족의 탄생기 비슷한 얘기를 들려 주셨다. 아버지께서도 소년시절 때라 알지 못하는 이야기. 나는 이런 얘기를 듣는 것이 엿듣기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 참 재미가 있다. 그래서 여기에 옮겨 본다. 이야기 중 대화가 여럿 오고 갔지만 그것은 빼고 적는다.

 

"예전에도 참 상추 이걸 많이 먹었는데. 왜 그리 많이 먹었는지 몰라. 늘 상추가 없었으면 밥을 못 먹었으니. 많이도 묵었다아이가 한 소쿠리 가득. 아마 밥이 적어 상추나 풀로 배를 채울라고 많이 먹었지 싶어. 그래서 늘 점심 전에 동네 도랑으로 상추를 씻으러 많이 갔다아이가.

 

상추 씻으러 간 도랑에서 칠성이(가명)엄마 아나? 거기서 칠성이아빠랑 그리 된 기다아이가.

봄에 하루는 칠성이엄마가 상추를 씻으러 갔는데, 저짜저 거기. 야가 없어진기라. 그 집에서 찾으러 가 보이끼네. 도랑에 쌍추소쿠리만 덩거리니 있제, 사람이 없더라아이가. 어째 된 것인고 하니, 칠성이엄마가 도랑에 갔는데 칠성이아빠가 옆에 보리밭으로 델고 들어가서 눌맀붔지. 그라고 칠성이아빠는 일하러 갔부리고. 칠성이엄마는 보리밭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그 안에 한참 들앉아 있었다아이가. 칠성이엄마는 순진해서 수산-20리 정도 떨어진 읍네-이 뭔지도 몰랐어. 나가보다 못 했고. 나도 참 웃겼었지. 그걸 찾을끼라고 돌아댕기고, 보리밭에서 찾아서 뭐했노 물어 봤시. 나도 그때는 젊었을 때니까.

 

그래가꼬 사람들이 찾아냈는데, 좀 있다가 칠성이아빠가 밤에 칠성이엄마를 델꼬 어디로 내뺐버린기라. 그래 있다가 누가 저짜 삼랑진 다리 밑에서 찾았는데, 칠성이엄마가 새벽에 아침도 안 묵고 조개캐러 가는 거를 찾았는 기라. 칠성이아빠는 없고. 그래가꼬 델꼬 왔는데 그때부터 칠성이엄마를 밤마다 다른 데 재운 기라. 돌아가면서. 와 거기 동네 친척들 집에 돌아가면서 밤에는 불서고 장성들이 대문걸에 지키고 있고. 그때 칠성이아빠가 돌아와서는 밤에 돌아 댕기면서 술묵고 나댔거든. 델꼬 온나고, 다 쥑이뿐다꼬. 낫들고. 그래 돌아가면서 징키고 했지. 밤에 잠도 못 자고.

 

와 그래 식구들이 싫어했냐면 칠성이아빠가 그때 가진 것이 없었다아이가. 넘 머슴 살고. 아무 것도 없었지 그래서 싫어했지. 그래 안 했으면 장개도 못 가지. 그때는... 장가 가 볼라꼬 그랜 거지. 그래가꼬 칠성이엄마가 안 되겠다 싶어. 식구들한테 얘기했다아이가. 그냥 갈끼라고. 그래가꼬 우째 살겠노? 그자?

 

이래이래 가지고 둘이 결혼을 했는데, 그예 칠성이아빠가 바람을 핐으니 될끼가 그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