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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만나는 풍경들....

요즘은 주로 밤12시가 넘어서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마포대교의 밤풍경은 아주 쓸만하다.

여의도공원의 밤풍경도 꽤 괜찮다. 은은한 조명과 텅빈 넓은 공원....

 

그렇게 밤공기와 밤풍경을 즐기며 돌아오는 길 곳곳에 문득 부딪치게되는 사람들이 있다.

 

 

1. 오늘은 간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여의도 공원을 통과해보기로 했다. 좀 걷고싶기도 했고...

그렇게 혼자 노래를 부르며-_-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저씨가 동동동동 걸어가신다.

옆을 보니 큰 길가에 버스가 세워져 있다. 화장실을 가시는 모양이다.

그런데 잠시 후 동동동동 뛰어나오셔서는 버스를 타고 부랴부랴 출발하신다.

 

헐... 예전에 지하철 운전하는 노동자들도 소변통을 운전석 옆에 놓고 일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갑자기 버스노동자들은 어떻게 볼일을 해결할까 싶은데 상상이 안간다.

그 바쁜 아침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 한가찐 시간의 버스운행도... 대체 급한 볼일이 있을 땐

어쩌실까? 음... 그래서 결국 나의 여의도 공원 통과는 버스노동자들이 화장실을 갈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하느라 주위 풍경을 볼 겨를이 없었다 ㅋㅋ

 

 

2. 그렇게 집 주위에 도착해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 밤길이 무서워서 주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귀에 핸드폰을 대고 혼자 웅얼웅얼해보기도 하면서 오는 길에 만난 두번째 주인공은.

작은 리어커에 내가 보기엔 리어커높이의 3배정도 되는 쓰레기를 담고, 리어커를 앞으로 끌때마다 뒤뚱뒤뚱 리어커가 움직여서

조금만 앞으로 가도 모든 쓰레기가 다 쓰러질 것 같은데, 그걸 온몸으로 끌고 있으면서도 그 차가운 쇠를 움켜진

두 손엔 또 한뭉치의 쓰레기 봉다리가 들려있는 그 모습. 의 주인공이다. 온몸엔 힘이 바싹 들어가있는 모습...

하... 난 대륙에만 있는줄 알았다. 우리집 앞을 지나다니는 주인공일줄이야...  

 

결국 난 그 뒤를 졸졸졸졸 따라갔다가 앞으로 콩콩 나갔다가를 반복하며 저 리어카를 잡아줘야하나말아야 하나

혼자 고민하다보니 골목을 접어들게 되어서 ㅡ.ㅡ 그냥 왔다;;;

 

쓰레기가 정말 많구나... 우리가 쓰레기를 정말 많이 만들며 사는구나...

그리고... 쓰레기와. 청소부. 청소부. 청소부... 퍽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는 청소부김씨 노래를 흥얼거리며 골목으로 투입.  

 

 

 

 

3. 마지막 주인공.

이제 작은 골목을 통과하면 나의 보금자리가 나온다. 골목 초입을 나와 함께 출발하게 된. 오늘의 마지막 주인공.

어떻게 밤12시 반에 인적없는 골목길을 같이 들어가게되었는지는 모르지만 ㅋㅋ 여튼 시장갈때 어른들이 끌고다니는

작은 카트를 손에 쥐고 계신 꽤나 연세가 있으신듯한 할무니... 

 

초입부터 쓰레기 더미들을 유심히 살피신다.

앗... 그건 내 취미 @.@;;  방금전에도 전봇대 아래 버려져있는 하얀색 책장이 말짱해보이길래 가져가야겠다! 하고 들쳤더만,

곰팡이 투성이어서 포기하고 온 나였는데 ㅋㅋ

라고 생각은 안했다. 취미라니 ㅡ.ㅡ 쯧;

 

여튼, 그렇게 골목에서 만난 할무니는, 꽤나 전문적으로 여기저기를 뒤척거리시며 캔, 유리 뭐 이런걸 꺼내신다.

슬쩍 웃고 집으로 올라오는 길.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생각난다. 할머니도 저렇게 수집을 하신다.

그리고 사회시스템을 생각한다. 일. 일. 일. 돈. 돈. 돈. 그렇게 평생해도. 여전히 모자라야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

일을 신명나게, 창조적으로, 서로 도와가며, 소외되지 않게 그렇게 하는게 정말 어려운 일일까 싶었다.

갑자기 마구 억울했다. 왜 억울했지? ㅡ.ㅡ 쩝;

세상. 대체 세상은 어떤 곳인걸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밤에 만난 사람들을 어수선하게 말하고나니, 내가 밤12시에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늘 하는 인사가 생각난다.

 

먼저 갈께요~~ ㅡ.ㅡ 대체 밤 12시에 미안해하며 먼저 나오는 나는 뭔가.

그리고 그 인사를 받는 인간들은 뭔가;;;

오늘 밤풍경이약의 처음으로 들어갈 인간들이었군 ㅋㅋ

 

 

내일은 오랜만에 늦잠이나 자야겠다.

기분좋은 밤... 생각이 많아지는 밤...  담배야~ 기대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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