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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만도 못한 ...'에서 '개만큼이라도 ...'

요즘 여유가 없다. 그래서 블로그에 글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 8월 휴가철 노느라 신이 나서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점점더 비참해지고 있어 안절부절이다.

 

옛날에는 40세면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으며, 50세면 하늘의 뜻을 알았다 한다.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불혹(不惑)을 지나 낼 모레면 지천명(知天命), 과학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물질문명이 최고조에 이른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한치 앞은 어지럽다.

 

왜? 수신(修身)이 부족해서. 개인의 문제로만 보기엔 아닌것 같다. 그 만큼 이사회가 더욱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 관계가 사람과 사람이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개물(돈, 물질)이 사람(관계)를 결정하는 것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수신(修身)은 가능하지 않다고 보며, 하늘의 뜻을 알기보다는 물질의 확대가 가장 큰 목표가 될 수 밖에 없다.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아무것도 못하는 우리가 그래서 더욱 아무것도 못하겠다.

 

이야기가 왜 이리 무겁지, 자본주의 사회의 부적응 상태가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지는 것인가? 아님 자본주의 비판하지만 여전히 자본주의 삶에 빠져있기 때문인가? 오늘 가볍게, 콩순이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잘 될런지 모르겠다. 블러그 만들고 나니 글을 올려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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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콩순이

품종 : 말티즈

입양일 : 2008년 3월(생후 2개월)

2009년 12월 찍음

 

 

 

집안에서 개를 기르는 것은 처음이다.

내가 결정한 것도 아니고, 아들놈이 중1때 엄마와 작당해서 입양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당연하고 마눌과 아들놈이 개를 기를 준비가 않되었다는 것이다. 아들놈은 처음에는 지가 다 한다고 했지만, 몇 개월 후 본체 만체했다. 이후 마눌이 뒤치다꺼리하는데 오줌과 똥을 아무데나 특히 이블에 싸기 시작하고 아무 때나 짓어 뒷감당할 수 없었다. 스트레스 만땅 결국 마눌은 두손 들고 말았다.

 

거의 매일 두둘겨 맞아야 하는 콩순이, 작전을 변경하여 나는 아침 저녁 하루 2번 밖에 데리고 나가 오줌과 똥을 누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거나 집에 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콩순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이다.

 

아파트 화단에 똥싼다고 경비아저씨가 뭐라하고, 주민들은 놀라 도망가고 특히 어린아이는 더욱 놀라 넘어지거나 우는 경우가 발생 ‘죄송하다’는 사과도 여러번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도 콩순이도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 콩순이는 매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들놈과 마눌도 놀아(콩순이를 놀려먹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주느라 재밌어 한다. 콩순이도 대충 분위기 파악해 아들놈과 마눌하고도 잘 놀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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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순이는 내가 잠자리에 들면 이렇게 다가와 같이 잠을 잔다. 겨울에는 이불속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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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앉아있으면 이렇게 옆에와 있거나 아님 대부분 무릎위에 올라와 앉는다. 여름에는 더워서 내가 움직여 떨구어 버리지만, 그 외는 내가 움직일때까지 그대로 무릎위에 앉아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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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심심하면 놀아달라고 내 손을 깨물어 도망가고 다시 시도하고 한다. 깨물기보다는 입속에 넣고 장난친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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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방에 있다가 심심해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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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놀아 주면, “나 너무 쓸쓸해서 슬퍼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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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모르척하면 퍼질러 자는 척한다.

 

 

콩순이는 가난한 집에 입양되어 참 어렵게 살아간다.

밖에 나가면 이쁘게 미용하고 화사한 옷으로 치장한 견공들이 널려 있다. 개 미용 비용이 3만원, 콩순이는 엄마가 털을 다 밀어 버린다(처음에는 엄마가 이쁘게 깍아 줬으나 귀챦아선지 이제는 그냥 밀어 버린다). 먹이는 26,000원짜리 사료, 대략 25일정도 먹는다. 간식은 거의 없다.

 

사람과 사람관계, 사람과 콩순이관계는 어떠한가?

콩순이는 선택권이 없다. 그리고 버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가만히 따지고 보면 사람도 마찮가지라 생각한다. 재물의 양에 따라 선택권은 결정된다. 그리고 버려진다. 수많은 노동자들, 말 안듣는다고, 더 이상 울겨 먹을 것이 없다고.

콩순이를 버릴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잘 할때는 유지하고 필요없다고 잘 못한다고 관계를 끊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든 못하든 관계는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 생각이 들었다. 관계맺고 끊고 수없이 반복한 삶을 되돌아 본다. 콩순이가 나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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