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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랑 대화, 참으로 오랜만이다.

13년 3월 10일

 

오늘 훈이랑 이야기했다.

 

참 오랜만이다. 이날을 위해 무슨 이야기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였고, 반복해서 되뇌이기도 하였다. 대화가 미루어질 수록 할 이야기는 늘어갔다.

 

생각과 실천의 간극은 짧을 수록 좋다. 생각만하고 실천을 하지 않는 것은 최악이다.

내 삶이 그랬다. 많은 생각을 했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극히 적었다.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전광석화(맞는 표현인가)같은 실행, 나에게 이것이 필요하다.

 

훈이와 이야기를 위해서, 마눌하고도 오전에 이야기했다. “훈이가 집에서 애미 애비의 대화요구에 시큰둥하고 삐딱한 것은 우리 책임이다. 부모관계가 좋지 않고 인상쓰고 있으니 훈이도 그런 것이다. 1년 남았다(훈이는 현재 고3이다). 1년만이라도 집에서는 즐겁게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 마눌왈 오케이, 나는 “이사장도 끝났으니 훈이한데 신경 좀 써라” 미눌 왈 “신경쓰고있다”

 

마눌은 지난 2년동안 생협이사장을 하였다. 임기동안에 생협매장까지 개장하여 그야말로 집하고는 담을 쌓고 지냈다. 3월 9일 생협 총회, 마눌 이사장 직책은 끝났다.

 

아침 8시 마눌하고 이런 대화를 마치고 광덕산에 갔다. 3시간 동안 산을 타면서 훈이랑 이야기할 것을 다시한번 정리하였다.

 

저녁 9시 훈이 방앞에서 “훈이 자냐. 아니요. 그럼 이야기 좀 하자. 네” 훈이가 웬일로 순순히 응한다. 그러나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답만하고 쌩까나하는데 훈이가 나온다.

 

“너가 애미 애비와 이야기하지 않고 인상쓰는 것은 다 부모탓이다. 부모가 집에서 인상쓰고 살갑지 않으니 너가 그런것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부모 잘못이다. 내가 잘못했다. 사과한다. 엄마하고도 이야기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도 애비 애미한데 살갑게 대하고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다”

 

안하던 짓을 하려니 참 거시기 했다. 하지만 어쪄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정신없이 내 뱉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좀더 연습을 더 했어야 하는데라는 후회도 들고. 암튼 실행했고. 훈이는 알았다고 순순히 대답하면서 싫은 기색없이 대화에 임한다.

 

다음은 진로문제다. 지난 1년이상을 어찌할 것인지 물어봐도 훈이는 화를 내면서 말이 없다. 기다릴 수 밖에.

 

“대학갈것인지 가면 무슨과를 갈것인지, 대학안가면 무엇을 할 것인지” 물었다. 대답이 없다. “8개월 남았다. 아직도 결정 못했냐? 더 기다릴까?” 뜸들이던 훈이 왈 “상담사 생각중이다” 그럼 무슨과? 심리학과냐? 물었다. 대답이 없다. 심리학과는 마눌한데도 이모들(친구들)한데도 전해들었지만, 훈이한데 직접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훈이 왈 “실력이 안된다”, “8개월 동안 노력하면 된다. 노력해서 되면 좋고, 안되도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너가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 부모한데 필요한 것을 요구해라. 부모의 역할이 그런 것이다”

 

결론은 조만간에 어찌할 것인지 정리하여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났다.

 

다음은 용돈 문제, 구정때 2일(나의 생일) 삼촌과 이모들(친구들이다)이 선물과 케익을 사들고 왔다. 이날 훈이없이 혼자 명절지내고 왔으며, 혼자 간것은 할아버지 고모등 돈을 많이 줘서 나는 늘 불만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혼자갔다. 훈이 엿먹으라고. 그랬더니 이모와 삼촌이 난리났다. 나를 구박하는 것이다. 그러더니 훈이를 불러서 세배를 시킨다. 훈이 좋다고 넙죽 절한다. 그리고 세배돈을 주었고, 어느 이모는 나의 지갑을 몽땅털어서 훈이한데 준다. 어림잡아 10만원이 넘었다.

 

그런데 그 많은 돈을 훈이가 2월달에 다쓴 것이다. 처음에는 그 많은 돈을 짧은 시간에 다쓴것을 문제제기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눈치보느라, 잘못하면 훈이가 딴데로 튀면 곤란하니, 용돈문제로 비켜선것이다.

 

그동안 애미와 애비는 너가 달라는 데로 돈을 다줬다. 물론 너가 적당히 요구한 측면도 있다. 앞으로 계속 그럴것인지, 아니면 한달 용돈을 정할 것인지 결정해서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다음은 신발, 훈이는 신발이 한 켤레다. 나이키. 드러운 나이키, 신발하나 사자고 했다.

 

암튼 오늘은 서로 튀지 않고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참으로 정말로 오랜만의 대화였다.

 

이러한 관계가 올해는 쭈욱 유지되어야 하는데, 내가 잘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훈이가 조만간에 후속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늘어지면 나는 화를 낼 것이다 아마. 그럼 또 틀어지겠지.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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