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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이제 올해도 몇일 안 남아 12월 송년회 철이다.

 

살면서 바쁘고(핑계로) 잘 만나지 못하다가 송년을 구실 삼아 친한 사람들을 만나 그간의 소식을 묻고 힘찬 다음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보내고 있다.

 

이렇게 힘들고 우울한 때에는 송년회 나가기가 편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리라 보는데, 그래도 거리에 나가 보면 사람들은 북새통이다. 송년회를 다녀 오기도 하고, 앞으로 가야 할곳도 있다. 많이 나돌아 다니고 싶지는 않다.

 

지난 토요일에 송년회를 다녀왔다. 이십 몇년전에 탈춤 풍물한다고 만났던 사람들이다. 그 때에는 미혼의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사오십이 되니 대부분이 결혼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다. 아직 혼자 지내는 이도 몇 명이 있기는 하다. 젊을때 수년간 붙어 다녔기에 나이가 들어도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즐거워들 하며, 어른이 된 지금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흥사단에서 만나, 걸스카웃, YWCA, 신설동, 동대문, 제기동 등으로 거치면서 80년대 후반부터 오랜동안 한 식구같이 부대끼면서 지내던 친구들이었다. 여러해가 되다 보니 구성원들이 함께한 시간적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갔다.

 

젊은날 만날때는 별거 아닌것 가지고 티격태격하면서 가시돋힌듯이 싸웠던 사이라도 지금은 그 일들을 기억해 내면서 도리어 그 일이 즐거운 이야기 거리로 변해 버린다. 이제는 어릴때 보다는 이야기 폭이 더 넓어  시간만 있으면 편하게 아무런 이야기라도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 전에 잘 만나던 종로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삼청동 하얀집이 보이는 곳에 가서 와인을 한잔씩 하고, 밤을 지새우던 북창동을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나는 헤어졌지만, 나머지는 어울려 갔으니 그대로 갔는지, 더 놀다 갔는지 모를 일이다.

 

만나서 즐겁게 놀았지만, 처음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지금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 몇명 있다. 탈춤 가르치시던 김선봉 선생님은 연로하셔서 돌아 가셨지만, 우리들 중에도 사고와 병으로 돌아간 친구들이 있어 마음 한 구석에는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이렇게 다시 보면 보고 싶은 사람들이지만, 떨어진지가 여러해 되다 보니 차이들이 발생을 하고 지금 얼굴을 마주 보고 호흡을 맞추고 있는 사람들 보다는 어색한 부분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지지난해인가 10여년 전에 피시통신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송년회 갔다가 우울하게 돌아온 기억이 있다. 그 때 그 사람들이 통신공간 안에서 표현의자유를 비롯하여 무언가 해 보자고 하면서 열심이었던 사람들인데.... 몇년 지나 만나서 하는 이야기를 들을때 그 때의 그 기개는 다 어디 갔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만 하는것을 듣고 온 적이 있다. 그래도 지난 가을 서울역에서 비정규직 집회때 그 때의 한사람을 만난걸 보면 완전히 죽지는 않을것 같다. 그리고 자보편집장은 거리에서 자주 보았다.

 

송년회를 기하여 지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날들의 시간과 추억도 즐겁지만, 오늘도 함께 호흡을 하고 있는 친구들 보다는 가까이 느끼지 못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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