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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불빛

 

몇 일전 일터가 있는 동네 길을 지나다가 근처 성당에서 반짝이는 불빛이 넘치는 것을 보았다. 성당에 심어져있는 나무에다가 반짝거리는 전구를 달아서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게 꾸며 놓았다. 성당에서 예수께서 오신 성탄절을 맞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겠다. 그러면서도 요즘 같이 힘들고 어려울 때 너무 요란스럽게 불을 밝혀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아름답게 보이겠지만, 전구를 매달고 있는 나무는 전구에서 발산하는 빛과 열기를 견디기 힘들 것이다. 성당이 있는 ㄱㅍ동은 부유한 동네라고 할 수도 있으나, 성당 바로 옆에는 판자촌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언덕배기 뒤로 쳐다보니 건너편의 교회 높은 종탑에서도 눈부시게 반짝이는 불빛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이 성당만이 아니라, 모든 교회들이 그렇게 꾸미고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과 관청 그리고 모든 사회에서 성탄과 연말이면 경쟁적으로 밝은 불을 밝히고, 아름답게 꾸미고 있으니 이곳만의 탓도 아니다. 여기에는 환경을 생각한다고 환경운동을 후원하는 기업도 예외는 아니니 앞뒤가 안 맞는 노릇이다.


지난 3년 전인가 여의도에서 홍덕표 전용철 농민이 맞아 죽었을 때, 성탄절 전날 밤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광화문 청계천을 거쳐서 명동까지 걷게 되면서, 너무 밝고 휘향찬란한 조명장치를 해 놓은 것을 보고 우울한 발걸음이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루미나리라고 불린다는 조명은 외국에서 가져온 기술로 만들었다고 들었다. 날이 갈수록 더욱 기술이 늘어 더 눈을 현란하게 만드는 조명들이 넘친다.


방송에서 년말연시를 차분하게 보내자고 캠패인을 하는데, 우리 모두가 이렇게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이 때일수록 소박하게 성탄과 새해를 맞았으면 한다. 여기에 종교가 앞장서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김진호는 '명품교회에는 예수가 없다.' 라고 하고 한완상은 '예수없는 예수교회'라고 한다. 그렇다. 예수는 교회에도 내 마음속에도 안 계시고 차가운 거리에서 오늘도 헤메이고 계실것 같다. 찬란한 불빛 뒤로 성당은 보일듯 말듯 하면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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