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기저귀 빠는 밤...

요즘은 주로 밤에 빨래를 하게 된다.

건조해진 요즘, 빨래를 한 후 방에 널어놓고 자면 습도가 적정수준에 가까이 맞춰진다.

습도에 거의 무신경했던 나였지만 아이 낳고서 습도에 신경쓰다보니, 습도가 적정수준일때 얼마나 쾌적한지도 알게 되었다.

 

빨래는 세탁기가 한다지만 그것을 꺼내고 빨랫줄에 널고, 마른 것들을 개는 것도 꽤 힘이 드는 노동이다.

남편은 이 빨래와 관련된 노동을 모두 싫어라 하고 자신없어 한다.

청소와 설겆이는 나보다 훨씬 더 잘하는데.....

 

천기저귀를 써야지 마음 먹었던 것은 첫 아이를 가진 엄마의 과잉된 자의식이라고나 할까?ㅋㅋ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는 그래야한다는....^^;

몸도 다 회복되지 않았던 1~2개월 무렵, 시큰거리는 손목으로 밤에 기저귀를 빨며 굉장히 우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몸은 아프고 잠은 자고 싶은데 이 밤에 기저귀를 빨지 않으면 내일, 모레 쓸 기저귀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참...고생을 사서 했지 싶기도 하고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도 난다.

 

그러다 조금씩 요령도 생기면서 밤에 잘때와 외출할 때는 일회용 기저귀를 썼고,

외출 횟수가 늘어나면서 일회용을 쓰는 빈도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일회용의 편리함에 젖어들었다.

그래서 한때는 일회용을 종일 쓰기도 했다.

기저귀 값이 만만치 않아 선물 뭐 해줄까 묻는 사람들에게 염치없이 "기저귀!!!"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일회용 기저귀를 쓰니 할일이 엄청 줄어든듯하고, 아이에게 오히려 더 충실할 수 있는 것 같아 좋았다.

그러나 매일 쌓이는 기저귀 쓰레기들을 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

나 하나 편하자고 이 많은, 이 엄청난 쓰레기들을 마구마구 버려대고 있구나.....

잘 썪지도 않는다던데....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바로 천기저귀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태수가 만7개월이 지나가던 무렵, 그러니까 얼마 전이다.

임신이후 없어서 너무 좋기도 했던^^ 생리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난 결혼하고나서, 나의 유일한 혼수이기도 한 삶음빨래가 가능한 세탁기가 생기면서부터

면생리대를 사용했다.

면생리대도 빨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한번 사용하고 나니 그 아무리 좋다던 좋은느낌도, 속삭임도

싫었다. 그런것들은 매우 얇기도 해서 착용감은 좋은듯하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얼마나 안좋은지

면생리대를 사용하고나니 바로 알 수 있었다.

 

정말 잠시 잊고 있었는데 나는 내가 다시 생리를 하게 되면서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해보고나니

아이에게 일회용 기저귀를 채우는 것이 미안해졌다.

얼마나 답답하고 기분이 안좋을까....

 

그래서 난 그 이후로 다시 천기저귀를 쓴다.

그리고 이 밤에 빨래를 한다.

하지만 그 때처럼 우울하지 않다.

그 때처럼 나를 너무 몰아 세우지 않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고,

때때로 일회용도 쓰는 요령^^;도 생겼고,

이렇게 별 쓸데없는 이야기라도 들어주고 토닥여주는 보이지않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덧붙여...

친구 디디는 키퍼를 강추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면생리대 빨아대며 물쓰고, 세제 쓰는 것보다 키퍼가 훨씬 더 친환경적이고

편리할 것 같다.

 

요즘은 글쓰는게 많이 힘들다.

아이 낳고서 자꾸만 생각이 몸보다 빨리가고, 잔가지도 많이 친다.

그러니 자꾸 마음만 급해지고, 중요한 건 빼먹고, 잊어버리고, 허둥대고.....

글 쓰다보면 손보다 머리가 너무 혼자만 가곤한다. 왜 그럴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