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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30
    윗집 꼬마 민수
    백운댁
  2. 2008/06/17
    아이도 남편도 사랑이 필요해..(2)
    백운댁

윗집 꼬마 민수

우리 윗집에는 민수라는 9살난 꼬마가 산다.

처음 결혼해서 들어와 살때는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어 말거는 사람도 없고 되게 심심했다.

그런데 당시 7살이던 민수는 거리낌없이 우리집에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해서 나름대로 나에게는 친구같은 아이였다.

 

민수는 이혼한 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랑 살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사오던 해 봄에 할아버지가 용접을 하다 가스폭발 사고로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치료를 하면서 할머니는 병원에 거의 상주를 하게 되었고 아버지 또한 새로운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면서 이 친구를 보살펴줄 사람이 없게 되었다.

결국 서울에서 직장 다니던 삼촌이 내려와 지금은 같이 살고 있다.

 

그러한 민수였기에 밥은 제대로 먹지 않고 늘 라면에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가끔 그런 민수가 안쓰러워 밥도 같이 먹곤했다.

어차피 신랑이 일 나가고 혼자 밥을 먹으려면 나도 좀 그랬고 하던 일도 그만두고 심심하고 임신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맘에 여유도 좀 있었으니까.

 

떄로는 이 꼬마랑 동네 강둑을 따라 걷기도 하고, 잡채도 해먹고, 추수가 다 끝난 논길을 걷기도 했다.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면 같이 잘 놀아줄거지 하며 농담도 하고...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꼬마의 태도가 나를 불편하게 했다.

 

한참 단잠을 자고 있는 아침에 ' 아줌마' 하며 집으로 찾아와 문앞에서 나를 부르고, 낮에 불쑥 찾아와서는 '배고파요 . 밥줘요.' 한다.

이런 것이 반복되자 나중에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이 꼬마가 너무나 싫어졌다.

속으로 "내가 엄마도 아닌데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니?" 그런 맘.

 

결국 그 갈등의 시작과 나의 출산으로 민수를 한동안 멀리하게 되었다.

 

물론 성겸이가 태어난 후엔 여러모로 상황이 바뀌었다.

나는 성겸이에게 모든 신경이 가 있었고, 윗집 꼬마 민수가 와서 나에게 뭐라고 한들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사이 민수네 큰아빠네가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고 그 집 자식들인 지수와 현수가 민수의 벗이 되어주었으니...더 이상 심심해서 우리집을 찾아올 일도 없었다.

 

하지만 어쩌다 자기들끼리 싸우거나 하면 우리집에 놀러오기도 했다.

 

그런 민수가 오늘은  성겸이랑 산책하는데 자전거를 타고 내 뒤를 따라 오면서 그런다.

" 아줌마, 재수 없어요." 

" 그게 무슨 말이야? 왜 내가 그래?" 너 말 그렇게 밉게 할래!"

했더니, 언젠가 아줌마가 싸우면서 그랬단다.

"내가 언제?" 했더니 "부부싸움 하면서, 우리 집까지 다 들려요."

쪽팔려서..아니 그래도 그렇지...

"혹시 들었더라도 부부싸움이나 이런 것은 사생활보호 차원에서 아는체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다신 그런 말 하지마. 정말 밉거든."  

 

  

내 아기가 처음 태어났을때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누군가 조금이라도 내 자식에게 뭐라 그러면 눈물이 날 만큼 속이 상했다.

귀여워 해주지 않아도 되니 이러쿵 저러쿵 말라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라고, 자식 자랑 하고 싶으면 해도 좋지만 내 아이랑 비교하며 뭐라고 하지 말라고.

 

그런데 참 이상한게 아기가 태어날 때가 되자  좀 이기적이 된 것 같다.

아마도 그걸  눈치챘기에 막달로 갈수록 민수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아지고, 나 또한 본능적으로  그 애가 싫어진 건지도 모른다.

 

또 나는 안다.

민수의 그 말, 그동안 나에게 섭섭한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큰아빠가 퇴근해 들어가고 큰 집 대문이 잠기는 순간,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가는 ...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성겸이와 나를 따르며 '바나나스키' 를 외치다 그게 뭐야 했더니 "바나나 넣고 밥해줘요."

"왜 그걸 나한테 말해?" 했더니

 "그냥요. 집에 가서 뭐해요?"

치우고 밥 한다고 했더니 도와준단다.

됐다고 오늘은 늦었으니 그만 가라고.

 

가끔 이 꼬마가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인류애든, 모성애든, 너그러운 마음이든,  죄책감 같은 거...

 

그런데 왜 너그 아빠는 너를 방치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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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남편도 사랑이 필요해..

엊그제 애들 고모가 멀리 울산에서 왔다.

예정에 없던 외출,외박을 하게 됐는데...

낮에는 그렇게 잘 따르고 잘 놀던 사랑이가 10시쯤 자다가 11시부터 울더니 30분간 울어제꼈다.

보통 낮잠을 못잤거나 피곤했거나 낮에 스트레스가 있었거나 하면 가끔 울기도 하는데

이날은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엄!마!~아 엄마~악~~" 악을 쓰며 운다. 거의 발작.

가슴이 두근거리고 나중에는 화가 났다. 사랑이의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왜 우느냐고 물었더니 무섭단다. 집에 가잔다.

거실에서 술에 취한 아빠의 목소리때문에 사랑이의 울음이 더 듣기 싫고 짜증이 났다.

 

아빠를 불러 집에 가자고 했다. 애가 도무지 그칠 줄을 모르고 집에 가잔다고 말했다.

표정 확~ 얼어붙은 사랑아빠. 거의 터져버릴 것 같은..

시댁에서 있기 싫어서 우는 애 앞세워서 집에 가려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 같았다.

술에 취한대다, 자기 식구들이라면 끔찍한, 정말 끔찍한 애아빠에게 왜 이상황에서

집에 가야하는지 설명할 자신이 없다. 그럴 겨를도 없었다.

할머니할아버지에게 가서 애가 무섭다고 집에 가자고 해서 가야겠다고 했다.

"애들이 그럴 수도 있어"라며 어서 챙겨서 가라고 하신다.

대리운전비도 주신다.

 

온몸으로 나를 비난하는 사랑아빠는 집에 가자는 내 말에 너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벌개지고 이미 사리분별을 못하고 있었다.

대리운전을 부르고 주말이라 30분을 차안에서 기다리다... 내가 이게 뭔가 싶다.

화를 내는 사랑아빠에게 뭐라 할 말이 없다. 

나도 이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으므로. 단지 사랑이가 집에 가자고 했으니 더이상

애가 힘들어하는 걸 못보겠어서 그렇게 했을 뿐이다.

 

애아빠는 아침까지 화를 내고 나를 죽일 것처럼 으르렁댔다.

내가 자기를 말려죽인단다. 사람 괴롭히는 것도 가지가지란다...

그런 말은 중요치않다. 그 사람이 그렇게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나랑 같이 살면서 내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지 싶다.

다시 자책,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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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둘째 해랑이가 오후 6시쯤 열이 났다.

37도 38도 왔다갔다 하는데 내가 너무 힘들어 병원에 못가고 아빠를 기다렸다.

7시쯤 정리하고 오겠다는 아빠는 연락이 없다. 문자를 보냈다. "애가 아퍼"

 

병원 문닫는 8시가 지나고 전화해도 안받는다. 그러더니 열이 39도에 이른다.

<삐뽀삐뽀119소아과> 책을 보니 6개월 미만아기에게는 해열제를 부루펜이 아닌

타이레놀을 쓴단다. 부루펜을 그냥 조금 먹일까 하다가 해열제 그렇게 함부로

먹일 약이 아니라서 일단 미지근한 물로 씻어줬는데 그때 뿐이다.

 

화도 안나고 이러다 응급실 가겠다 싶어 천천히 애들 옷과 기저귀 가방을 챙겼다.

백일 갓 지난 아기가 열이 나니 그냥 볼 수가 없었다. 그때 11시쯤 애아빠가 왔다.

술에 잔뜩 취해 작은 방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절망감...

그때 내 눈에 애 아빠는 사람이 아니었다.

 

택시를 불러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렸다. 사랑이는 업고 해랑이는 다 벗겨진채로

싸개 한겹으로 싸고 가방을 메고..눈물이 조금 났다.

교통사고 환자가 있는지 경찰들이 웅성거리고 여기저기서

애들 우는 소리...정신 쏙 빼고도 남게 생겼다.

기다리는 시간은 왜이리 긴지..

사랑이는 자가 깨서 컨디션 영 좋지 않고 해랑이는 계속 보챈다.

 

덥다. 나 혼자 애 하나 업고 애 하나 안고 큰 가방 메고...창피함? 아니 비참함..

한참을 기다려 접수하고 인턴이 상태보고..한참을 기다려 레지 와서 상태보고..

한참을 기다려 열이 폐렴때문인지 보려고 가슴 엑스레이 찍고...

여기도 타이레놀을 안쓰고 부루펜 처방을 했다. 타이레놀이 없단다.. 참담함..

(대학병원 응급실 절대 안간다...수술하게 생긴 거 말고. 상비약-해열제 등 꼭 구비해야 겠다. 사랑이는 거의 아픈적이 없이 커서 방심하고 자만했다.)

 

열은 높지 않아 약만 처방받았다. 애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응급실이라고, 이제 곧 갈거라고...끊었다. 그이도 나도..너무 가엾고 불쌍하다.

대체 사는게 뭐라고.. 그저 아퍼서 병원 왔고 그이는 올 수 없어 함께 못왔을 뿐인데..

나는 그걸 트집잡아 잡아먹을 것처럼 생각하고...그이는 미안함에 차마 말을 못잇더라.

 

택시를 불러 집으로 왔다.

놀란 애아빠는 한참을 아기를 바라보다가 작은 방에 가 잔다.

그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

눈뜨면 일어나 일하러 나가고 땡볕 아래서 돌가루 날리는 삭막한 공장에서

정말 개처럼 일하다 해가 지면 녹초가 되어

돌아와 밥한그릇 먹고 다시 자고...이게 아닌데..

 

 

사랑이도 소중한 우리 아이고 사랑이 아빠도 소중한 남편인데...

미운 감정이 너무 오래된 건 아닌지... 누가 정답좀 말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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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처음엔 서러워서 엉엉 울다가 나중에는

그 언니 말에 100톤짜리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 그리고 참회의 눈물을 펑펑 흘렸다.

언니 말,

"네가 남편한테 받고 싶은 대우, 그대로 신랑에게 먼저 해봐.

그러면 남자는 조금씩 바뀐다, 그리고 운전 배워. 인생이 달라져.

오라는데도 갈데도 없다는 말 하지 말고 나가라. "

 

울면 뭐하나..달라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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