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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30
    윗집 꼬마 민수
    백운댁

윗집 꼬마 민수

우리 윗집에는 민수라는 9살난 꼬마가 산다.

처음 결혼해서 들어와 살때는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어 말거는 사람도 없고 되게 심심했다.

그런데 당시 7살이던 민수는 거리낌없이 우리집에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해서 나름대로 나에게는 친구같은 아이였다.

 

민수는 이혼한 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랑 살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사오던 해 봄에 할아버지가 용접을 하다 가스폭발 사고로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치료를 하면서 할머니는 병원에 거의 상주를 하게 되었고 아버지 또한 새로운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면서 이 친구를 보살펴줄 사람이 없게 되었다.

결국 서울에서 직장 다니던 삼촌이 내려와 지금은 같이 살고 있다.

 

그러한 민수였기에 밥은 제대로 먹지 않고 늘 라면에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가끔 그런 민수가 안쓰러워 밥도 같이 먹곤했다.

어차피 신랑이 일 나가고 혼자 밥을 먹으려면 나도 좀 그랬고 하던 일도 그만두고 심심하고 임신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맘에 여유도 좀 있었으니까.

 

떄로는 이 꼬마랑 동네 강둑을 따라 걷기도 하고, 잡채도 해먹고, 추수가 다 끝난 논길을 걷기도 했다.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면 같이 잘 놀아줄거지 하며 농담도 하고...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꼬마의 태도가 나를 불편하게 했다.

 

한참 단잠을 자고 있는 아침에 ' 아줌마' 하며 집으로 찾아와 문앞에서 나를 부르고, 낮에 불쑥 찾아와서는 '배고파요 . 밥줘요.' 한다.

이런 것이 반복되자 나중에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이 꼬마가 너무나 싫어졌다.

속으로 "내가 엄마도 아닌데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니?" 그런 맘.

 

결국 그 갈등의 시작과 나의 출산으로 민수를 한동안 멀리하게 되었다.

 

물론 성겸이가 태어난 후엔 여러모로 상황이 바뀌었다.

나는 성겸이에게 모든 신경이 가 있었고, 윗집 꼬마 민수가 와서 나에게 뭐라고 한들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사이 민수네 큰아빠네가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고 그 집 자식들인 지수와 현수가 민수의 벗이 되어주었으니...더 이상 심심해서 우리집을 찾아올 일도 없었다.

 

하지만 어쩌다 자기들끼리 싸우거나 하면 우리집에 놀러오기도 했다.

 

그런 민수가 오늘은  성겸이랑 산책하는데 자전거를 타고 내 뒤를 따라 오면서 그런다.

" 아줌마, 재수 없어요." 

" 그게 무슨 말이야? 왜 내가 그래?" 너 말 그렇게 밉게 할래!"

했더니, 언젠가 아줌마가 싸우면서 그랬단다.

"내가 언제?" 했더니 "부부싸움 하면서, 우리 집까지 다 들려요."

쪽팔려서..아니 그래도 그렇지...

"혹시 들었더라도 부부싸움이나 이런 것은 사생활보호 차원에서 아는체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다신 그런 말 하지마. 정말 밉거든."  

 

  

내 아기가 처음 태어났을때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누군가 조금이라도 내 자식에게 뭐라 그러면 눈물이 날 만큼 속이 상했다.

귀여워 해주지 않아도 되니 이러쿵 저러쿵 말라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라고, 자식 자랑 하고 싶으면 해도 좋지만 내 아이랑 비교하며 뭐라고 하지 말라고.

 

그런데 참 이상한게 아기가 태어날 때가 되자  좀 이기적이 된 것 같다.

아마도 그걸  눈치챘기에 막달로 갈수록 민수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아지고, 나 또한 본능적으로  그 애가 싫어진 건지도 모른다.

 

또 나는 안다.

민수의 그 말, 그동안 나에게 섭섭한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큰아빠가 퇴근해 들어가고 큰 집 대문이 잠기는 순간,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가는 ...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성겸이와 나를 따르며 '바나나스키' 를 외치다 그게 뭐야 했더니 "바나나 넣고 밥해줘요."

"왜 그걸 나한테 말해?" 했더니

 "그냥요. 집에 가서 뭐해요?"

치우고 밥 한다고 했더니 도와준단다.

됐다고 오늘은 늦었으니 그만 가라고.

 

가끔 이 꼬마가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인류애든, 모성애든, 너그러운 마음이든,  죄책감 같은 거...

 

그런데 왜 너그 아빠는 너를 방치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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