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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적 지식인과 나

주지하다시피 ‘유기적인 지식인’이란 그람시의 옥중수고에 등장하는 용어로 ‘전통적인 지식인’과 대척점에 존재한다. 후자가 주로 사회계급과 무관하게 사회정치적 변동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종교인 학자 작가 등을 일컫는데 반해, 전자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제 영역에서 계급의 집단적 의식을 표명하며 구조적 모순과 정면으로 맞서는 민중들이다.

 

사실 노동자 계급에서 ‘유기적인 지식인’이 탄생하는 사례는 드물다. 그날그날 생업에 급급한 민중들이 논리적인 지식을 겸비해 행동에 나선다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허세욱 택시 노동자는 그 길을 끊임없이 추구해 사회운동에 투신하는 등 이론에 못지않은 실천적인 삶을 살았다. 

우리 빈철연은 허세욱 노동자가 1994년 서울 봉천동 강제철거에 맞서 투쟁에 나선 철거민 출신이라는 점에 각별히 주목한다. 그는 당시 철거민운동에 연대하던 빈민운동 활동가들과 교류하면서 한국사회의 깊은 병폐를 뼈저리게 인식했다. 이는 철거민운동이 한국의 민중적 사회변혁운동의 최전선에 위치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허세욱 노동자의 삶은 마치 노동자운동의 효시인 전태일 열사의 삶을 연상케 한다. 아니, 어쩌면 54세였던 허세욱의 삶이 더 무거웠을 수도 있다. 인간은 나이를 먹을수록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음에도 허세욱 노동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의 억압에 무릎 꿇지 않는 진보를 향한 ‘영원한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빈철연은 철거민이었으며 택시노동자였던 고 허세욱 선생의 치열했던 삶을 본받아 이 사회를 민중들이 살만한 세상으로 변혁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것은 허세욱 노동자가 한미FTA의 본질을 꿰뚫고 나선 것처럼 우리들도 ‘유기적인 지식인’이 되어 국내외 제 모순에 과학적인 세계관으로 맞서는 일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여기까지 빈철연 성명서에서 가져왔다

그렇다 내가 했던 것 역시 [유기적인 지식인]이 되는 것이다.

노동계급만큼이나 하루하루 바쁜 어린이-10대학생계급의 참된 해방을 부르짖는 것이다.

허세욱씨가 한 것처럼 전태일은 모두 '유기적 지식인'으로 한국사회의 큰 족적을 남기고 간 사람들이었다. 그래 그렇게 끊임없이 배우며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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