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학교, 학부모단체중심공동구매활성화해야(세계일보인터뷰)

학교·학부모단체 중심 공동구매 활성화 해야
[세계일보 2006-02-18 00:45]

1990년대 후반 학부모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교복 공동구매’ 운동은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는 교복값의 거품을 빼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학교의 무관심과 교복회사의 횡포로 공동구매 학교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교복 관련 업계와 소비자단체에 따르면 교복을 공동으로 구매하면 20만∼30만원의 교복을 절반 수준인 10만원대에 살 수 있다. 교복을 공동 구매하는 대구 중앙경영정보고와 학생이 각자 구입하는 강원 춘천여고는 각각 11만2000원(여자교복), 20만6000원으로 9만4000원 차이가 난다. 올해 인상률도 각각 6%, 10.7% 였다. 〈그래픽 참조〉

서울 동덕여고는 4년 동안 공동구매 하다가 올해부터 자율적으로 구입토록 했는데, 지난해 13만5000원 하던 동복 값이 올해 23만원으로 올랐다.

동덕여고 교사 전상룡씨는 “공동구매는 교복이 필요한 1학년 학부모가 아닌 재학생 학부모가 결정하는 사항이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지속하기가 어려웠다”며 “가계 부담이 큰 만큼 학생 중 일부만 원하더라도 공동구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복값 감시운동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춘천소비자연맹의 조성자 사무국장은 “춘천 지역 학교들이 한때 공동구매를 하다가 1990년 말쯤 그만두자 13만원이던 교복값이 몇 년 새 20만원 이상으로 뛰었다”라고 말했다.

 

학부모단체인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에 따르면 2002년에 1000여개 학교가 공동구매에 참여했지만 현재는 100여개 학교만 남았다. 이는 학교와 교육당국의 무관심, 학교 뜻을 거스르며까지 나서기 싫어하는 학부모의 부담, 대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 탓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교복 공동구매는 입찰기업을 모집하고 품질을 평가하고 업체를 선정하는 동안 2주에서 한 달 이상 걸리는데, 학교 측에서 ‘공동구매 교복업체 선정이 불투명하다’ ‘학사 일정에 지장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교복 입는 날짜를 늦추기를 거부하는 곳이 많은 실정이다.

 

또 대기업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새로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학교마다 교복 가격을 내리거나 사은품 공세를 펴 자사 제품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추첨을 통해 무료로 교복을 증정하는가 하면 이미 공동구매로 구입한 교복을 가져오면 자사 교복을 할인해주는 곳도 있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회장은 “교복사업을 하는 대기업의 막대한 홍보비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입찰 과정 등 교복 공동구매 경험을 학교가 축적해 학부모에게 홍보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