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지
낮잠을 잤어.
아주 긴 잠이었어.
사실 잠을 잘 생각은 없었거든...그래도 꿈 속에서 난 너를 보게 되었으니까
손해볼 건 그리 없을지 몰라.
아주 어두운 밤이었어.
보통 이런 분위기에선 뭔가 끔찍하고, 바라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지만
오늘은 아니었지.
난 그냥 산보를 하고 있었어.
실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렇게 느낀 건 아마도 나를 바라보는 내 시선 때문이었을꺼야.
그렇게 걷다 우연히도 널 보게 되었던거야.
너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았어.
난 그냥 주변을 맴돌뿐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지.
근데 웃긴건 발견될리가 없는데도
묘목사이에 숨어서 빼곰히 긴장하고 있는 내 모습이었어.
근데 갑자기 후배 한 명이 나타났지.
내가 말했었지. 종삼이라고...
녀석이 형 뭐해요라고 묻더군.
난 녀석 때문에 들키기라도 할듯이 잽싸게 녀석을 끌어내리고는
쉿 목소리를 낮춰라고 말했지.
놈은 쌩뚱맞다는 표정을 지었어.
녀석이 가장 잘 짓는 표정이지.
난 기회다 싶었어.
너 목마르지 않냐? 음료수마시자라고 말하고는
녀석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편의점으로 향했지.
근데 녀석이 나보다 빠르더군.
계단을 내려가는데, 한 108계단쯤 됐거든.
무지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거야.
난 땀이 좀 났지만, 그래도 놈이 다른 편의점으로 들어갈까봐 쉴 수가 없었어.
녀석을 뒤따라오게 하곤 앞장서서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너는 신경도 쓰지 않고 같은 알바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어.
알바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너를 보러온 친구들일지도 몰라.
여튼 난 안에 들어와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지.
유심히 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넌 여성주의에 대해 논하고 있었어.
역시, 쉬지않고 주변을 의식화시키는 노력에 감탄했지.
난 음료수를 두어개 집어들고 너한테 가려고했는데...
근데 여기서가 문제야.
가서 할 말이 없는거야.
우연차단 표정으로 아니 이게 어떻게 된거지라고 말할지
고생한다는 말을 할지
혹 내가 즐거운 대화를 방해해버리는 것은 아닐지
기타 등등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에
난 꿈에서 깼지.
이게 끝이야.
깨어서도 땀을 조금 흘리고 있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어.
가끔 이런 꿈도 괜찮을지몰라.
꿈은 꿈이나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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