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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문제, 이어서

요즘 카이스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사람이 몇 명씩 죽어나가는데도 "이 세상 그 무엇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분이 총장이고, "10%를 위해 개혁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분이 기획처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분들 주변에 이런 말을 말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함께 알 수 있었다. 일단은 총장과의 대화를 열었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듯하다. 대책을 모르는 상황이 아니고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인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2008년에도 총장과의 대화가 있었지만, 늦은 밤이 되자 총장은 퇴장하였고,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총장과 주변 사람들을 바꾸지 않고서는 개혁을 위한 개혁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충격적인 것은 "미국의 명문대는 자살률이 더 높다"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2001년 미국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10만명을 기준으로 볼 때 MIT에서 10.2명, 하버드에서 7.4명, 존스 홉킨스에서 6.9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온다. 당시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자 MIT에서는 높은 남학생 비율 등을 반영하지 않은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반박을 하면서도 정신 건강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그런데 미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이 수치들은 모두 한국 평균 자살률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매일같이 미국의 명문대를 따라한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교육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학교 총장이 꼭 인격자일 필요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윤리는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맹자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명문대학을 위해 학생 몇 명 정도는 죽어도 괜찮다는, 그러한 생각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학내 민주화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총장에게 많은 권한을 준 제도가 추진력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견제가 없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번에 무리한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사회에 학생이나 교수, 직원 대표가 있었다면 이 정도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규정만 따지면 이사회에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기획재정부 관계자를 믿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도 이사회장은 "총장은 학교 개혁을 열심히 한 사람"이라는 말을 하고 있고, 그나마 교육과학기술부가 "우리는 이의를 제기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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