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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있었던 일들을 보면서 우리 학교 사람들을 아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고마웠고, 앞으로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4월 13일 카이스트에서는 비상학생총회가 있었다. 네가지 안건이 올라왔는데, 개혁 실패 인정을 요구한다는 안건을 제외한 세 개의 안건이 통과되었다. 과거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문제점을 고쳐 나가자고 생각한 듯하다. 나머지 안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결국 혁신비상위원회에서 안을 만들고, 이를 총장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총장이 물러나지 않은 것이 이상해 보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총장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이사회가 구성된 이상, 총장이 바뀌더라도 비슷한 정책을 포장만 바꾸어 실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임 총장 러플린이 개혁을 추진하다 반대로 물러난 다음, 한국 상황을 더 잘 아는 미국인을 데려온 것이 현임 총장 서남표이다.
앞으로 혁신비상위원회의 요구 사항을 지켜봐야 한다.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에 1차 요구 사항이 나왔는데, 전반적인 방향은 나쁘지 않지만 중요한 내용이 많이 빠져 있었다. 앞으로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등록금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는 않을 생각이다.
궁극적인 해결 방안은 학내 민주화가 될 것이다. 비상학생총회에서도 학생의 권리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했고, 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이사에 관한 규정을 강화한 한국과학기술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서는 이사의 과반수를 교원·직원 및 학생 대표로 구성한 평의원회에서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겠지만, 총장이 이사들을 추천하고 그 이사들이 총장을 선임하여 견제나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은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카이스트 문제에는 우리 사회의 문제가 많이 반영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큰 관심을 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왜곡된 사례를 앞세우며 추진하는 개혁, 잘못된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경영진, 등록금은 높고 기숙사는 부족하지만 모든 것은 장학금을 받으며 빨리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의 책임이 되는 것과 같은 구조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으며 점점 더 큰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금 문제를 제대로 보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일이 일어날 때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공계의 미래도 불안하고, 한국 산업의 미래도 불안하다. 누구든지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였다면 카이스트 문제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만의 노력이나 극단적인 내부 개혁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은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며, 민주적인 방법을 통해 사회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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