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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뺑소니 사고당한 이주노동자 압둘 칼렉

대구 뺑소니 사고당한 외국인 노동자 압둘 칼렉

일상과 꿈, 드러눕다 지난달 12일 새벽에 일어난 뺑소니 교통사고는 방글라데시 출신 산업연수생 압둘 칼렉(28·사진)의 일상과 꿈을 모조리 앗아갔다. 그는 손가락 하나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 누워있다.
내장파열에 팔·다리 부러져
수술 또 수술…병원비 걱정
‘패션디자이너 꿈’ 아스라히 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근처 와룡시장에서 라면을 사먹고 돌아오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 승용차와 차선을 다투다 옆으로 미끄러져서 가로수에 부딪혔는데 내장이 파열되고 왼쪽 엉덩이와 무릎뼈가 으스러질 만큼 크게 다쳤다. 팔과 다리도 모두 부러졌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병원이었고,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는 걸 알았다. 칼렉은 손상된 간 일부와 비장을 잘라내고, 부서진 뼈를 이어붙이는 큰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신장을 떼내는 큰 수술을 한번 더 받아야 한다.

대구가톨릭병원에서 수술 날짜를 기다리며 누워있는 칼렉은 날마다 병원비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4년전부터 성서공단에 있는 무역회사에 다니며 100만원 남짓 월급을 받아왔지만, 고스란히 고국에 있는 집에 부쳐줬다. 집에 보내고 남는 쥐꼬리만한 돈으로 어렵게 생활해 온 터라 저축이 한 푼도 없다.

그가 다니던 회사 김명순(39) 사장이 치료비 지불보증을 서고, 200만원을 내놨지만, 병원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벌써 치료비가 1300만원을 넘었다.

한국에 가족이나 친지가 없어 매일 간병인한테 간호를 받기 때문에 병원비는 하루가 다르게 불어난다.

산업연수생으로 오기 전 칼렉은 방글라데시 대학에서 패션디자인 공부를 하다 학비가 없어 그만뒀다. 그는 학비를 모아 못다한 공비를 계속하겠다며 한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왔다.

칼렉을 돕는 성서이주노동자센터 쪽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053)585-6206.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 2005-03-0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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