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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오해.

애써 붙들어 매지 않으면 금새 낡은 종이조각처럼 부스러지고 마는 관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산다는 건 참 서글픈 일이 아닌가.

 

벨이 -  진동이 울렸을 때 번호를 확인할 수 있기 이전까지는, 나는 특정 시간대의 전화를 묵살한 적도 있었다. 나는 겁장이다. 거기에 이기적이기까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하기 싫은 일을 요구하는 사람의 전화는 받지 않았다. 그건 지금에 와서도 끝이 다 털어내지 못한 숨막힘 중의 하나다.

 

그 행위에 핑계를 덧입히는 건 쉬운 일이지만, 얇은 장막을 벗겨내고 치졸함 - 혹은 극도의 자기방어적 나체를 발견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 오해라는 건 관계맺음에 있어 그닥 특별한 양상은 아닌 것이다.

 

오해를 선사하고, 오해하며, 서글픔을 주고받으며 힘이 풀리는 손가락들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것. 뭐, 그렇다는 것. 방학이 끝난다고 해도 그게 가지런하게 배열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씁쓸하게 상처 위에 큐어 크림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는 것 외에는.

 

덧. 매듭같은 오해들이 나를 조롱하는 이외에는 그닥 의미있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해도, 도망이 아닌 방어법을 찾기는 언제나 어려워. 플리즈 컴 백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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