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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빈 그릇 운동

도시살이는 하루라도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는 듯합니다. 하루에도 여러 통씩 배달되는 광고 우편물들과 몇 개씩 쓰고 버리는 일회용 컵, 인터넷으로 쇼핑이라도 하면 친친 포장되어 오는 포장지와 비닐들, 그리고 해먹고 집에 남겨지는 음식들. 하루 종일 우리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살펴보면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이 많은 쓰레기 속에서 도대체 내가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 걸까? 자연에서 빌려 쓰고 깨끗하게 갖다놓는 삶은 사는 사람들에게는 참 부끄러운 노릇입니다. 도시에 살면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건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서울 서초동. 서울 한복판에 40여명이 함께 살고, 낮에는 150여 명의 출퇴근자가 북적대는 건물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2004년 말부터 정토회에서는 도시에서 쓰레기 없는 삶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몇 가지 실험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제로화, 음식물 쓰레기의 완전 퇴비화는 기본이고, 세숫물은 반드시 받아서 쓰며, 헹굼물은 받아놓았다가 화장실 중수로 사용하고 화장실 쓰레기의 감량을 위한 인도식 뒷물 바가지 이용하기 등이 있습니다.

 

 이 중 몇 가지는 우리 같은 범인들은 엄두도 안 날 일 같지만, 실은 정토회 회원들도 다만, 먼저 시작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필요보다 욕망에 따라 많이 만들어내고, 많이 쓰게, 소유하고, 많이 버리는 순환 속에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만들어온 것이 사실이고, 이런 패턴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생태적 위기 속에서 시작한 소박한 실천이니다.

 도시라는 똑같은 공간에서 실천하고 있은 삶의 모습이라, 우리도 누구나 마음먹으면 따라해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무엇보다 삼시 세끼 먹을 때마다 지키면 되는 빈그릇 운동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일인 듯합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서약자가 20만 명을 넘은 빈 그릇 운동은 특별한 운동이 아닙니다.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뒤 각자의 생활 공간에서 실천하는 것을 뼈대로 삼고 있습니다. 서약을 할 때 1천원씩 낸 기금은 굶주린 이웃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마음의 표현인 동시에 서약자들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기금의 절반은 굶주리는 어린이를 위한 구호 기금으로, 나머지 절반은 쓰레기 제로 운동의 활동 기금으로 쓰였고요.

 정토회는 음식물 쓰레기를 전혀 배출하지 않습니다. 각자 접시에 먹을 만큼 음식을 덜어서 모두 먹고 접시에 남은 찌꺼기는 김치조각이나 무조각으로 깨끗이 닦아 먹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요리할 때 재료 손질 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입니다. 재료 손질 과정에서도 최대한 껍질을 활용하여 요리를 하고, 버려지는 음식물은 모아서 지렁이 화분에 지렁이 밥으로 넣어주고 있습니다. 정토회관에는 커다랗고 멋스러운 토기 화분들이 있습니다. 화분에는 그날그날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가 썩고 있습니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 냄새는 거의 나지 않습니다.

 빈 그릇 운동과 함께 투명망, 방수망으로 대안을 만드어갑니다. 장바구니를 생활화했다 해도 시장에 가면 과일, 야채 등을 여러 장의 비닐봉지에 담아오게 됩니다. 투명망, 방수망은 장바구니 속 비닐을 없애기 위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정토회관에서는 일회용 컵 대신 개인 컵을 쓰고, 일회용 티백과 쇼핑 비닐봉투 등을 쓰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여물지 못한 것입니다. 밥 깨끗이 다 먹기, 이런 걸 실천하자고 할 만큼 음식을 귀히 여기지 않는 우리의 기름진 마음 탓이기도 하겠지요. 목이 터져라 외친들,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몸으로 보여주는 것만 못합니다. 그래서 정토회 사람들은 쓰레기 만들지 말자는 말을 목청껏 외치는 대신, 조용히 그러한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정토회가 제안하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실천>

 

- 가정에서

 

1. 감자, 당근 등 채소 껍질은 가능한 한 버리지 말고 재료를 온전히 사용해 요리한다.

2.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적당량 혹은 조금 모자란 듯이 요리한다.

3. 단순하고 소박하게 차려진 밥상으로 적게 먹고 적게 쓰면 자연 환경도 파괴하지 않게 된다. 1식3찬의 소박한 밥상을 차린다.

4.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을 만큼만 덜어 남기지 않고 먹는다.

5. 음식을 먹고 난 다음에는 그릇을 닦아 먹는다.

6. 과일은 통째로 먹는다.

7.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는 가정 내에서 퇴비화 한다.

 

- 식당에서

 

1. 주문하기 전에 메뉴판을 꼼꼼히 살핀다.

2. 주문할 때 자신의 식사량을 미리 말해준다.

3. 먹지 않을 음식은 미리 반납한다.

4. 여럿이 함께 먹는 요리에는 개인 접시를 사용한다.

5. 음식이 남지 않을 만큼만 주문한다.

6. 먹지 않을 후식은 미리 사양한다.

 

 집짐승 몇 마리를 키워보면 말 그대로 '식구'다. 밭에서 배추 한 포기 뽑아들면, 겉잎은 닭 몫이다. 닭은 배추 잎을 어찌나 맛있게 쪼아먹는지. 시장에서 파는 배합 사료에는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이 들어 있단다. 그래서 배합 사료를 안 먹이고, 농사 부산물과 음식 찌꺼기를 먹여 키운다. 그러려니 사람이 잘 먹고 살아야 한다. 한참 닭이 알을 낳는 철에는 생선과 조개 요리를 해먹어야지. 조개 껍데기를 절구에 빻아 닭에게 주어야 달걀을 낳을 수 있으니까.

 집짐승이 안 먹는 마늘 껍질, 복숭아 씨, 닭다리 뼈, 솔잎 이런 것은 거름자리에 넣어 땅으로 돌려보낸다. 사람 똥오줌도 안 버리고 다 땅으로 돌려줄 수 있는 곳이 자연이다.

 

/김현주/

 

곰이 곰을 낳고
소나무가 소나무를 낳는다.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따라서, 사람이 사람을 낳고
쓰레기가 쓰레기를 낳는다.

인적이 없는 산에는 쓰레기가 없다.
인간들의 유원지에
쓰레기가 많은 까닭은
그곳에 많은 쓰레기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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