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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7월 6일

7/3(일) MP

눈을 뜨면 "15명이 우글우글"하는 공간이 보이지만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는 순간 나는 어느새 중재 워크숍이 열리던 공간에 앉아있다. 정말 대단한 마법이다. 일요일 오전 6시. 하루 더 쉬면서 책보고 편지를 쓸 수 있다니 기분이 좋다. 편지 쓰는 것이 '일'처럼 느껴질 법도 한데, 아직은 돌아올 답장을 생각하면 힘이 불끈 솟는다. 문장을 짧게 쓰는 연습을 신경써서 해야겠다. 일기장에 쓰는 글씨도 좀 더 알아보게 쓰고.

7/4(월) MP

파리의 거리가 떠올랐다. 르네 아저씨 집도 생각이 났고. 하루하루 어떤 새로운 일이 펼쳐질까 기대하고 설레던 기분이 좋았다. 동시에 옆에 의지하고 같이 즐길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고. 지금 내게 필요한 것. 오른쪽만 안 굽혀지던 손가락이 이젠 왼쪽도 안 굽혀진다. 좀 쉬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15명이 씻는 아침시간. 내가 씻을 타임. 화장실에 갈 시간을 잘 찾아야겠다. 곧 익숙해지겠지. 월요일이다! 꼭 첫 출근하는 기분이다. 약간의 긴장 약간의 설레임.

7/4

쿠사리. '꼽산다'는 말. 노이로제에 걸린 것 같긴 하다. 이럴 땐 '아직도'다. 아직도 1년 남았는데 앞으로 좀 더 무던해져야겠다. 햄 생일, 기념일을 앞두고, 갇혀있는 처지가 주는 무기력감일까. 힘이 잘 안 난다. 달리기를 시작해야겠다.

7/5(화) MP - 햄, 엄마 접견

나를 돌보는 것,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옆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벨기에 브뤼주를 떠올리고 있었다. 호스텔에 현지랑 남아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다독이던 시간들이었다. 하루하루 리듬이 잡히기 시작하는 것 같다. XP 활용에 대한 교육, 진도를 나가고 있다. 어떻게 공부를 할지 조금씩 감이 잡힐 듯 말듯, 아직은 여전히 간을 보는 중이다. 사생활이 없는 곳이라는 새삼스러운 사실이 실감이 난다. 날 자꾸 만지는 이에게 어떻게 관계를 악화하지 않으면서 잘 표현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난 아직 구속된지 100일도 안 된 '싱싱한' 존재이다. 10년을 예사로 산 사람들 앞에서 말이다.

7/6(수) MP

1년의 절반이 지났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제 절반 더 보내면 내년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도 그 순간만 지나고 스트레칭하면 많이 개운해지는 것 같다. 몸이 편해져서인지 갑자기 남은 시간이 길단 생각이 들었다. 참 간사하다. 편지가 더 많이 오면 좋겠다. 그럼 그때 충족되는 욕구는?

7/6

기다리던 햄의 전자서신이 오긴 왔다. 그런데 내가 보낸 등기는 못 받았다고 한다. 헐, 했다. 등기영수증도 받아 확인을 해봤다. 자세히 보니 익일특급으로 처리가 안 된 것이다. 짜증, 당황스러움, 무기력함. 억울하기도 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치워주세요"라는 지시에 누군가 "징역에 불필요한 게 어딨어. 다 필요하니까 이ㅣㅆ는 것데 불필요한게 아니라 못 쓰게 하는거지". 무릎을 딱 쳤다. 이곳의 규율에 어느새 적응해서 뭐 걸릴 건 없다 내 스스로 검열을 하던 프로세스에 시선한 충격을 준 말이었다. 자조의 웃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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