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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6월 27일

"새집을 구할 때까지 선릉역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호텔에 거처를 마련했다. 주변을 산책하기에도 그만인 곳이다. 한 변호사와 출소 기념으로 일식식사를 하고 호텔에 짐을 풀었다. 가슴이 뛰었다. 하얀 시트 위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있었다. 그리고 시트가 흥건하게 젖을만큰 눈물을 흘렸다. 슬퍼서도 아니었고 기뻐서도 아니었다. 그냥 가슴 깊은 곳에서 눈물이 치밀어 올랐다. 샤워를 하고는 그리웠던 편의점으로 가서 신선한 우유를 벌컥거리며 마셨다. 거리는 현란한 불빛과 건물들과 빠르게 움직이는 차들로 현기증이 났다. 나는 작은 방에 갇혀 1년 6개월을 보낸 후유증을 그렇게 겪고 있었다." - 신정아 <4001) 401쪽.

그냥 괜히 공감이 되었다. 내가 출소하는 날, 집에 돌아가면 나도 가슴 깊은 곳에서 치미는 눈물을 흘릴까?

"일년을 죽어라 먹던 '꿀꽈배기'와 '야채크래커' '빠다코코넛'이 사라지고 '맛동산'과 '홈런볼'이 들어오자 나는 기쁨에 겨워 정신없이 먹어댔다. 심지어 나갈 때가 되어 가는데 그제서야 '홈런볼'이 들어오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홈런볼' 때문에 안 나갈 수도 없는데 그토록 아쉬움이 들었으니, 나는 스스로도 엽기적으로 느껴졌다."

*13일 소인이 찍힌, 18일에 받아본 염 편지에 적힌 글귀. 수하가 염에게 보내주었던 메모라고.

"팔이 하나 남아 있고 눈이 하나 남아있다. 그러니까 아직 괜찮다."

"마음이 사막의 모래알처럼 빠짝 말라가는 삭막함 속에서도 마음 한켬에서는 풍성함과 고요함을 유지하는 오아시스를 키울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러니까 아직 괜찮다 부터 쭈욱 빨간 줄을 그어놓았더라)

 

6/20(월)

덥다.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 이틀 쉬고 다시 일 시작한 날. 위드 자격증 교육생 신청을 했다. 조출을 해서 새벽달을 본 감동이 남아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잡힌 조출. 일주일 뒤 달은 좀 더 하늘 높이 떠있겠지? 그믐달 정도는 아닐테고 .16시간을 깨어있다. 피곤하긴 하다. 이번주엔 휴일이 없네. 이번 주말이 취장에서 보내는 마지막 주말이면 좋겠단 심리적 마지노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6/21(화)

또 긴 하루가 이렇게 끝이 났다. 어제 아침 쌀 푸다가 찧은 왼쪽 무릎의 멍이 시퍼렇게 보인다. 내게 선택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내일 본다는 정보화교육생 선발 시험에 합격해도 괜시리 영치과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걸린다. 약속-영치에서 일하고 싶다는-을 지키는 것, 배려, 평탄함도 중요한데 정보화 교육생 신청을 한 것은 눈 앞에 더 확실하게 보이는 평탄함 예측가능성 때문이리라. 아, 이런 고민들이 피곤하다. 확실한 정보, 내 선택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6/22(수)

"정보화교육생" 선발시험을 보고 왓다. 금요일에 발표가 된단다. 분류과에 가서 물어보고 싶긴 한데 귀찮기도 하고. 결과 나온 다음에 가서 물어볼까나. <경제성장이~> 다읽었다. 독서의 속도를 높여야겠다.

6/23(목) (햄 접견)

어느 새 6월도 이제 일주일 밖에 안 남았다.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햄 말대로 오늘도 이렇게 일기를 쓴다. 고마워도 모자랄 판인데 오늘은 햄의 말에 서운함을 느꼈다. 내 처지를 좀 더 이해받는 것, 물론 햄만큼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도 없겠지. 그렇다면 그 걱정해주는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컸던 것 같다. 오죽했으면 내가 "그럼 정보화 교육생 신청 취소할까요?"라고 물었을까. 지금 드는 생각이지만 햄도 내게 서운하거나 섭섭한 것들이 있지는 않을까. 방금 햄에게 쓴 편지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 같은 방 진**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씨이 행동에 뜻하지 않은 큰 자극을 받았다. "파스 갖고 계신 분?"이라는 다른 이의 질문에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그의 모습을 곁눈으로 본 것이다. 난 편지를 쓰다가 그 질문에 대답하려던 찰나였다. 얄밉고 좀 짜증이 나기도 했다. 욕구가 안 찾아져서 자칼쇼, 자칼 인아웃을 해보니 그나마 욕구 찾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찾았다고 보니 사실 그리 큰 건 아니었다.

그는 영치금을 안 쓰고 나는 쓰는 상황에 대해 인정(표현) 받는 것? 공평함은 아닌 것 같고. 그래서 그를 좀 신뢰할 수 있는 것? 

그는 다만 파스가 필요한 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혹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그런 손가락질을 한 것일까? 평소에 쌓인 이미지들, 쉽게 자각하지 못하지만, 특정 행동에 자극을 크게 받는다면 그건 그에 대한 이미지, 평가가 무의식 중에 있는 것이다.

6/24(금)

여기서 배우는 것, 일희일비하지 않는 초연함? 정보화교육생 담당 주임이 왔다갔다. 분류과에 월요일에 가기로 했다. 뭐 결과가 어찌되든 이 예측불가능성에 대해 초연해지려는 평정심을 유지해야겠다. 취장에 남으면 남는대로 떠나면 떠나는대로.

편지를 먼저 쓰고 일기를 쓰니 필력, 기운이 달린다. 주말 이불 빨래 할 수 있는 날씨였음 좋겠다. 장마의 한가운데에서.

6/25(토)

출근. 아침 6시 20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냐며, 기억해야 하는 날이라는 상투적 말을 하는 담당주임. 그치, 기억해야겠지.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군인에 의해 살해되었는지. 한겨레21, 씨네21 정기구독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답답해서인가? 분류과와의 면담. 어떻게 될지. 이거 스트레스다. 머리 숱이 좀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이 비는 언제쯤 그치려나.

6/26(일)

비가 좀 개어가는 듯 보이는 하늘의 모습이다. 비 갠 뒤, 비 갠 오후의 하늘의 구름들이 참 예쁘다. 비갠 뒤 불어오는 습하지 않은 바람도 선선하니 좋다.

<나는 가수다>에서 한영애 "조율"을 JK김동욱이 부른다. 원곡이 아쉽지만 아쉬운대로 반갑다. <오늘의 교육>에 괜찮은 글, 레퍼선스가 많아서 자극이 된다. 즐, 온정에게 감사 인사를 다시 표현해야겠다.

6/27(월) (엄마, 문창 접견)

휴. 긴 하루였다. 조출을 해서인지 지금, 노곤하다. 우여곡절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뭔가 내가 모르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것만 같은데 어쨌든 정보화 교육생에 선발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없어질 정도로 아직은 정리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민망함. 수많을 것 같은 느낌들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느낌이다. 몸이 으슬으슬하다. 

(이젠 다 극복했다고, 들춰보기 멋쩍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타이핑을 해나가는데, 취장 벗어났다고 좋아하기엔 또다른 인간관계와 부딪혀야 하는 긴장과 대기상태의 팽팽함이 5년이 지난 나의 몸에 다시 되찾아오는 기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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