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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집회

(들 상임들에게)

 
지금 이곳은 독일의 프랑크프루트 근교(서울로 치면 하남 쯤?)의 오펜바흐Offenbach란 곳입니다. 일전에 언급한 코넥숀Connection e.V.이란 단체의 사무실이자 이 단체 상근자인 루디가 파트너와 함께 사는 곳이기도 해요. (잠깐 다른 얘기. e.V.가 무슨 뜻인가 궁금했는데 오늘에야 알게 됨. 한국말로 하자면 등록단체란 뜻이라고. 뭔가 피스나 반군사주의나 그런 단어일 줄 알았더니. 듣고 살짝 김빠짐)
금요일 밤 늦게 도착하여 주말을 보냈고, 오늘 낮에는 자전거를 빌려타고 루디, 루디 파트너인 카린, 여옥 그리고 저까지 넷이서 프랑크푸르트에 나가 피스마치(부활절 평화 집회?)에 다녀왔어요. 세월호 피켓이랑 병역거부 피켓을 만들어 나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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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녀온 집회 모습. 맞은 편에 보이는 시계 달린 건물이 프랑크푸르트 시장 집무실이어서 이 곳에서 집회를 연다고 하네요. 이 부활절 집회는 1960년대부터 시작했는데 핵무기 반대부터 베트남 전쟁 반대 등의 이슈를 다뤄왔고 오늘 집회에는 (독일어라 확신할 순 없지만ㅋ) 독일 군과 나토의 해외 분쟁 개입 반대가 주로 보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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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루디. 오른쪽이 파트너인 카린. 오늘이 둘이 만난지 25년째 되는 기념일이기도 하대요. 반군사주의 워크샵에서 만나 눈이 맞았다는. 결혼을 하지 않고 파트너로 살아도 유산 상속 등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68혁명 이후 70년대에 독일에 결혼이 아닌 파트너십도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끔 법제가 정비되었다는. 
카린은 터키에서 이주한 청소년들을 위한 방과후 학교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데, 더 자세한 얘기는 아마 곧 다시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쪽 동네가 특히나 터키 쪽 이주민이 많다고 하네요. 유럽 역사를 감안할 때 순수 게르만 비율을 논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지 모르나 지금 프랑크푸르트나 오펜바흐나 루디 말로는 이주민 비율이 50프로가 넘는다고)
암튼 내일 노이디텐도르프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선교회 세미나를 시작으로 (보따리 장수는 아니지만) 몇 군데 강연 돌아다니다가 2주 뒤에 다시 오펜바흐로 돌아오면 하루 비는 날이 있는데 그 때 아마 이 학교와 청소년들을 만나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그때 가서 일정이 또 어찌될지 보긴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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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힌 걸 보니 저의 시선과 얼굴 각도는 마치 무슨 선거 자보용 사진처럼 나오긴 했지만...암튼 농성 중인 유가족 분들한테 조금이나마 응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사진들 보냅니당.
참고로 저 뒤에 보이는 건물 양식이 관광객들한테 인기 있는 곳이라고 하네요. 여기서 30분 정도 사진 찍은 뒤에 다시 기차 타고 하이델베르크나 스위스로 바로 넘어가는 게 보통의 관광 코스라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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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무대를 뒤로 하고 한 컷. 집회 마무리할 때 쯤이어서 오늘 함께한 단체 이름 사회자가 하나씩 소개하면 박수치고 노래 한곡 부르고 그런 분위기더라고요. 마지막엔 소말리아에서 이주한 난민 한 분이 (아마도) 독일 정부의 난민 지위 인정에 관한 규탄 발언을 영어로 하면 옆에 분이 미리 준비한 독일어 번역으로 발표를 하는 장면도 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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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많이 타는 동네라 그런지 자전거에 앰프를 끌고 다닐 수 있게 만든 것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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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넥숀 사무실이자 지금 머물고 있는 집 정원 사진이에요. 날씨가 한국보다 좀 더 쌀쌀한데 꽃들은 웬만큼 다 피어있더라고요. 비가 오락가락 했는데 어제 하루 햇살이 쨍 나와서 정원에서 늦은 아침을 먹었지요. 부자 단체도 아니고 상근자 1명과 10여명이 참여하는 운영회의 같은 구조로 굴러가는 곳이라고 하는데, 루디를 포함한 5명이 3년 전에 이 집을 돈 모아 샀다고 해요. 그 전까지는 렌트로 이리 저리 옮겨다녔다고. (코넥숀 단체 소개와 역사는 여기에서. 독일어라 번역기 돌려야함;; 루디가 코넥숀에서 20년 일했다는데, 단체 창립년이 93년이라고 나오는 듯.)
쉬는 날 정원에 나와 반쯤 누워 책 읽다가 졸리면 그대로 자는데 참으로 부러워보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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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바라본 정원 모습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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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수많은 종류의 치즈들이 보이시나요.ㅋㅋ 부모님들이 왜 서양사람들은 삼시세끼 빵에 치즈 먹는다고 그래서 노린내(?) 난다고 하기도 하잖아요. 근데 와서 보니 진짜 삼시세끼 빵과 치즈가 등장하더라고요. 한 이틀 화장실 못 가다가 오늘 좀 밀어냈는데 스멜이 아주 그냥...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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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 내려먹는 커피 모습이에요. 이런걸 뭐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암튼 저도 이젠 어느새 커피가 습관이 되어서 요런 도구들을 보면 유심히 보게 되는 듯 해요. 쇼핑을 할 시간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요거 가격이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싼 것 같으면 사무실에도 하나 사갈까봐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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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본 코넥숀 사무실 건물 사진이고요. 왼쪽 갈색 문이 입구, 들어가면 정원과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나옵니당. 갈색 문 오른 쪽에 보이는 창문 두 개가 지금 제가 머물고 있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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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옥이가 찍은 사진. 대충 이런 분위기의 동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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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마인강 자전거도로 표지판. 왼쪽으로 가면 프랑크푸르트. 더 가면 라인강. 예전에 자전거 여행했던 그 코스를 만날 수 있고, 오른쪽 방향은 남쪽으로 강 발원지를 향하고 어디에선가(지명 까먹음) 산을 넘으면 다시 프라하와 비엔나까지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강이 이어진다고 하는데..더 늙기 전에(?) 꼭 한번 와보리라 다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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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회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한 컷..
 
 
 
 
내일 방문하는 노이디텐도르프Neudietendorf (발음완전어려움)에서 동아시아선교회주관 한국상황에 대한 세미나가 열리는데..거기 가서 또 인터레스팅한 사람들 많이 만날 수 있을 듯 합니다. 
 
앞으로 남은 독일 일정 동안 풀고 싶은 질문
1) 독일 징병제 폐지과정에서의 여론이나 완전거부에 대한 독일사회의 반응, 동독 징병제는 어떠했고 통일 이후에는 또 어떻게 달라졌는지 류의 질문 
2) 사회권을 다룰 때 언급되는 인간 존엄에 대한 공통감각의 문제. 오늘 잠깐 대화 나눈 코넥숀 회원 토마스와 카린 말로는 복지가 가난한 이들 더 게으르게 만든다는 식의 논쟁이 독일에서는 이미 종결된 이슈라고 하는데, 심지어 지금 메르켈 총리처럼 보수 정당이 잡더라도 복지를 줄여야 한다고 나오진 않는다고 하는데, 그게 연대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철학이나 합의일 수도 있고, (동독) 사회주의 영향일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셨음. 어쨌든 서독의 흡수통일에 가까웠기에 의료시스템 등등 통일 이후에 서독의 방식으로 재편됐다고 하긴 하는데 그런 것도 궁금하고.
복지 혜택을 받는 이들에 대한 관용수준이 이주민에 대해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물어보고 싶었으나 화제가 넘어가서 못 물어봤는데 다음 기회에 다시 물어보는 것으로. (예컨대 이들의 친구인 킴에 대해 말해주는데 그녀가 원래는 극장 건물 외관 담당 기술자였다가 아티스트로 직업을 바꾸어 뉴욕에 가서 공부를 하고 개인 전시회까지 열었고 지금 잠시 반년 정도 독일에 돌아와 잠깐 쉬고 예전에 하던 theater technician으로 단기 일자리를 구했단다. 그 얘기를 하다가 실업수당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물었고, 1년에서 1년 반 실업수당을 받고 난 뒤에는 다른 급여들이 나오는데, 무엇보다 아파트(플랫)가 제공되고 다른 수당들도 (실업수당보단 적지만) 나오기에 럭셔리하게 살진 못해도 어쨌든 살아갈 순 있다고 한다. 우리는 복지병을 걱정하는데 이들은 그런 수당으로 사는 삶의 수준이 높지 않아서 문제라고 말한다. 복지 혹은 사회경제적 존엄에 대한 독일 사회의 공통감각이 어떤 배경을 통해 형성된 것인지, 다른 인접 유럽 국가들과는 또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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