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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속탄 생산 및 투자 한국 기업 리스트

아주 따끈따끈한 집속탄 관련 보고서가 나왔다. 제목은 "Worldwide investments in CLUSTERMUNITIONS a shared responsibility". IKV Pax Christi 와 Netwerk Vlaanderen 에서 이번 10월에 발간한 그야말로 최신 리포트인 듯 하다.

 

위의 두 그룹 중에 'IKV Pax Christi'은 병역거부 관련하여 여러번 들어본 것 같긴 한데 그렇게 익숙한 그룹은 아니고, 뒤에 그룹은 벨기에에서 무기거래와 관련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조직이다. 지난 2006년 WRI Triennial 에서 처음 알게된 그룹이다.  "My money clear conscience' 적당히 의역하면 '내 돈 깨끗하게 사용하기' 뭐 이런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예컨대, 그들이 진행하는 캠페인의 타겟 기업 중에 우리에게 꽤나 익숙한 ING, 씨티은행 이런 기업이 무기를 생산하는 기업들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널리 알림으로써 사람들의 도덕성에 호소를 하는 것인데 상당히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평가받는 것 같다. 이들의 캠페인과 관련한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이 리포트는 약 130페이지로 구성되어 있고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크게 집속탄 생산 기업과 집속탄 생산 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기관)들의 리스트 그리고 집속탄 생산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 국가, 기관, 기업의 리스트 등이 들어있다. 각 기업이나 기관 국가들을 'Hall of shame' 과 'Hall of fame'으로 명명하여 분류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무기 분야는 원체 공개된 정보가 별로 없기 때문에 누가 뭘 생산하고 어디로 수출하는지를 아는 것 자체부터가 어려운 일인데 이 보고서를 작성한 팀은 그래도 그들만의 자료 검색/수집 노하우가 쌓인 듯 하다. 보고서에 자료 수집에 관한 내용도 서술이 되어 있다.

 

집속탄 생산 기업 중 8개 기업이 요주의 리스트로 선정되었는데 그 중 두 기업이 한국 기업이다.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풍산한화가 바로 그 두 기업이다. 다른 여섯 개의 기업 중 네 개가 미국 기업이고, 터키와 싱가포르 기업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집속탄 생산 기업의 리스트 자체는 그렇게 새롭지 않은데, 이런 기업들에 투자를 하는 한국 기관들의 목록은 좀 충격적이다. 어떻게 다 조사했나 싶은 궁금증을 들게 만들 정도로 많은 한국 기관들이 공개되었다. 한 기업이 집속탄 생산 기업에 투자를 하는지 안 하는지 판별하는 자세한 기준도 나와있는데 영어이기도 하고 경제학(수학?) 얘기인 것 같아서 대충 봐선 잘 이해가 안 되는 것 같다.


천안북일교육재단, 대우증권, 동부증권, 한국수출입공사, 한화증권, HMC 투자증권, 국민은행, 산업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메리츠증권, 미래애셋, 국민연금, 신한은행, 신흥증권, SK 증권, 우리투자증권.

 

도대체 몇 개야.. 저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집속탄 생산 기업(대부분 한화와 풍산, 한화의 비율이 더 높은)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대부분 금융권 기업들인데 유독 천안북일재단과 국민연금의 이름이 도드라져 보인다.

 

이 리포트에서는 단지 기업 뿐만 아니라, 각 국의 연금(특히 국민연금들) 자본들이 집속탄 생산 기업으로 흘러가는 것을 오히려 더 경계하고 있다. 이 연금들의 규모는 특히 1990년 이후에 급속도로 증가하여 2007년에는 총 120억 달러에 이르렀고 2015년에는 여기서 다시 두 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숫자가 얼마나 큰 지는 현실성이 잘 안 느껴지지만, 이 보고서는 어쨌든 이 연금들이 국가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집속탄금지협약(CCM) 가입 국가들의 리스트와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또한 이 연금들을 운영하는 주체가 해당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큰 권한을 가질 수 있으므로 마찬가지로 주목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디에 투자하든 그건 자유 아니냐고 또 핏대를 올릴 사람들도 많겠지만, 집속탄의 파괴력을 생각한다면 집속탄을 생산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러한 기업들에 투자를 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작년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에서 집속탄이 사용된 바 있다. 무엇보다 집속탄은 불발탄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쟁이 끝난 뒤에도 애꿎은 민간인의 피해를 불러오는 위험한 무기이다. 과학자들이 그 좋은 머리로 이런 무서운 무기를 만든다는 사실이 참 슬프다.

 

요즘같은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한국 기업이냐 아니냐가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위에 언급된 한국기업들은 어쨌든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들이고, 알게 모르게 내 돈이 저런 기업을 통해서 무기산업으로 흘러간다는 걸 안 이상 모른척 하기가 참 찝찝해진다(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찝찝함이라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지금 한 달에 국민연금으로 뜯기는 돈이 얼만데..그 돈이 한화랑 풍산을 도와준다니..우쒸..

 

한국에도 이런 집속탄에 반대하는 운동을 해보려는 그룹이 있다. 지난 12월 3일에는 집속탄금지협약 체결 일주년을 맞아 홍대 앞에서 캠페인도 했다. '무기제로팀'이라고..'착한무기'였나?-_-ㅋ 암튼 관심있는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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