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2012/02/14 21:51

[티벳 여행] 7. 티벳의 약발은 벌써 다한 거니

아침 7시가 되자 온 객실에 불이 켜지며 갑자기 분주해진다. 대부분 승객들이 청두에 내리는 모양이다. 대강 씻고 짐을 챙기고 차분히 앉아 기다린다. 

 

엊그제 라싸에서 기차를 탄 지 40시간 만에 청두에 내린다. 2박 3일만에 밟아보는 땅이다.

아침에 비라도 온 듯 땅이 젖어있고 안개인지 구름인지 희뿌연 공기가 땅과 하늘을 감싸고 있다. 젊은 부부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무후사로 간다. 무후사와 인접해 있는 진리(锦里)는 마치 인사동처럼 옛날 건물과 장식으로 꾸며놓고 기념품이며 먹을거리 등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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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후사는 삼국지 스토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 했다. 이곳의 주인공은 단연 제갈량. 무후사의 이름도 제갈량의 호인 충무후(忠武侯)에서 따왔다. 제갈량 외에 무후사의 또 다른 주인공은 그가 모신 유비일 것 같지만 사실 관우다. 의리와 용맹함으로 오늘날에 신격화되어 있는 관우는 무후사 곳곳에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심지어는 ‘트랜스포머 관우’도 있다. 서울 동대문 근처에 있는 ‘동묘’도 관우를 모신 사당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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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후사를 나와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가게에서 ‘단단면’과 ‘훠궈’를 먹었다. 처음 보는데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니 미리 사진으로 본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그 이름만 가지고는 눈으로 보고 입에 넣어보기 전에는 안다고 할 수 없다. 음식의 이름과 맛은 역시 몸으로 배우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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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있게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기다리는 게 일이다.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지나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장소가 바뀌어서일까. 티벳에선 시간의 리듬이 몸에 맞춘 듯 여유롭게 흘러갔는데,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의 리듬은 더디기만 할 뿐 지루하기 짝이 없다. 티벳의 시간 리듬이 금세 도시의 시간 리듬으로 변해버렸다. 티벳의 약발이 벌써 다한 건가. 고산증까지 앓아가며 티벳에 적응하려 몸부림치던 게 불과 며칠 전인데 벌써 도시에 적응하겠다고 근질거리는 내 몸이 너무 간사하다. 조만간 또 티벳으로 가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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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4 21:51 2012/02/1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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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2/02/10 07:25

[티벳 여행] 6. 찡짱 고원을 달리다

 

찡짱 고원을 달리다

- 기차에서 보낸 이틀 밤

 

어제 과음을 했는데도 몸이 말끔하다. 새로운 여행을 맞이하는 긴장감에 몸이 먼저 채비를 갖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40시간에 걸쳐 기차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숙소 근처 대형 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건들을, 주로 먹을거리 위주로 사왔다. 컵라면, 차, 맥주, 과일 등속을 사들고 왔다. 기차 안에 꼼짝없이 갇혀있어서 입이라도 즐겁게 해줘야 한다. 창밖 풍경이 주는 감탄이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시각의 무뎌짐을 미각의 새로움으로 끊임없이 보충하기로 한다.

 

원래 작별은 허겁지겁 하는 모양이다. 라싸역에서 여유있게 오영씨와 작별인사를 하려했는데 대합실에 못 들어가게 하니 밖에서 어설프게 헤어지고 말았다. 어제 밤에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았으니 돌아가서 꼭 연락을 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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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역에는 순례를 마치고 돌아가는 티벳 사람들로 북적인다. 우리처럼 관광객들, 주로 중국인들도 곳곳에 보이고. 찡짱열차는 좌석칸과 침대칸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 관광객들은 침대칸을 주로 이용한다. 우리가 사용할 6인실 침대칸은 좌우 각 3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2, 3층은 공간이 좁아서 누워있을 수만 있고 앉아 있으려면 하는 수 없이 1층으로 내려와야 한다. 그런 탓에 1층은 공용좌석이나 다름없다. 우리와 함께 2박 3일을 보낼 동행자는 청두에 사는 젊은 부부다.

 

유럽에서 열차가 처음 생겼을 때는 걸어 다니거나 마차를 타고 다니는 것과 달리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치는, 직접 만지거나 들여다볼 수 없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하다 보니 기차 안에 가만히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거나 낯선 동행자와 어색한 침묵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독서를 하는 문화가 생겼단다. 귀족들을 위해서 따로 독실도 있었고(볼프강 쉬벨부시, "철도여행의 역사").

 

젊은 중국인 부부와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는 이내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다. 우리가 1층에 먼저 자리를 잡고 있으니 그들은 복도에 자리를 잡는다. 창밖으로 비슷한 풍경들이 지나칠 때쯤 식당 칸을 찾아나선다. 우리가 12시 45분 기차를 탔으니 따로 점심을 챙겨먹지는 못했다. 기내식당은 한가했다. 메뉴판에 영어와 한자가 병기되어 있기는 하나 그림을 보지 않는 이상 정체를 알기 힘들었다. 일단 맥주(!)를 시키고 생선요리를 하나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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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를 출발한 찡짱열차는 12시간도 넘게 해발 4~5000m의 고원을 달린다. 달린다기보다는 ‘난다’는 표현이 맞겠다. 저 멀리 눈덮인 봉우리를 배경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고원을 계속해서 달리다보면 높이를 실감하지 못한다. 기차 안에 공급되는 산소 덕분에 높이를 ‘안다.’ 빠른 속도가 풍경의 상실을 가져온다. “총알처럼 빠른 기차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거라곤 지리학적 구조와 전반적 피상 뿐”(철도여행의 역사)일지라도 그 피상마저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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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반이 되자 기차는 ‘나취역’에 정차한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젊은 부부와 이야기를 나눈다. 더듬더듬 영어가 손짓, 얼굴표정과 만나 대륙을 넘나드는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부부는 사범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한단다. 시간강사로는 생활이 어려워 다른 벌이를 해야 한다고. 시간강사로 밥벌이 못하는 건 한국이나 중국이나 똑같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부부 중 혼자 벌어도 생활이 가능하지 않느냐며 부러운 듯 묻는다. 단호하게 ‘노!’라고 답해준다.

 

쓰촨이 고향인 두 사람은 쓰촨에는 맛있는 것이 너무 많다며 자랑이다. 비행기랑 책상 다리 빼고는 하늘 아래 있는 거 다 먹는다는 소문이 있다고 하니 쓰촨은 새발의 피란다. 광둥에서는 원숭이 골 요리도 있고, 사산된 아기도 먹는단다. 그러고는 고추와 함께 절인 닭발을 건네주며 먹어보라고 권한다. 조미 오징어마냥 진공포장으로 간편하게 먹게끔 나오는 모양이다. 우리네는 이걸 빨갛게 양념해서 구워먹는데... 문득 소주가 먹고 싶다.

 

해는 금세 저문다. 기차는 한창 고원을 날고 있을 텐데 차창 밖은 온통 어둠 뿐이다. 멋진 풍경은 볼 수 없었으나 환한 반달이 계속 우리를 따라온다. 달빛 탓에 주위의 별들은 제 빛을 잃는다. 우린 지금 허허벌판 광활한 대륙에서 인위적인 조명 하나 없이 별빛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

 

벌써 하루가 지났다. 아침 8시 반이 되자 해가 불쑥 솟아오른다. 지평선이 하늘과 땅을 선명하게 가르는 경계선에서 빨간 해가 땅 속에서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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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중국인 부부는 밤새 악몽을 꿨단다. 난 편안하게 잘 잤는데. 이들은 티벳에서 네팔까지 넘어갔다 왔단다. 그런데 국경에서 검문을 엄청나게 심하게 겪었나보다. 게다가 네팔은 지저분했고 파업까지 겹쳐 불편했다고. 그래도 좋은 느낌을 받고 온 듯했다. 특히나 중국에선 파업권이 없어서 민주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단다. 네팔에서 좋은 음악을 들었는데 CD를 사오지 못해 아쉽단다. 국경을 넘을 때 CD와 책 등을 반입할 수 없다고 한다. 이른바 사상적인 통제인 것 같은데 그게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차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동쪽으로 내달린다. 밤잠을 설친 우리칸 식구들은 한가하게 오수를 즐기고 기차는 눈덮인 황색 연봉을 지나친다. 앞으로 15시간 후면 청두역에 도착인데, 벌써 서울 가서 할 일들이 생각나고 지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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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부가 우리에게 내일 계획을 묻는다. 비행기 시간까지 좀 여유가 있다고 하니 꼭 들러보라며 관짜이항즈, 진리, 무후사를 추천해준다. 팬더도 보고 싶었으나 거리가 좀 있으니 나중에 다시 오란다. 동선과 소요시간까지 상세히 알려준다.

 

계속해서 한국 영화 얘기를 물어오는데 아무래도 나보다 한국 영화를 많이 본 게 틀림없다. 주로 어떤 경로로 한국 영화를 보냐고 물었더니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본단다. 자막 파일도 누군가 척척 올려놓는다고. 한류의 주역은 인터넷이었다. 기술과 문화는 마음껏 국경을 넘나드는데 법과 제도는 늘 뒷북만 치고 욕은 욕대로 먹는다.

 

만난 지 이틀 만에 통성명을 한다. 바로 코앞에 붙어 있으니 굳이 이름을 부를 일이 없었던 탓이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면 바로 대화가 시작되었으니. 행여 다음에 청두를 찾게 되면 왕야오&리루이 부부에게 연락을 하리라.

내일 아침 7시 반에 청두에 도착하기 때문에 오늘 밤에 미리 짐을 챙겨둔다. 고원지대를 벗어난 기차는 도시로 접어들어 어제처럼 별빛을 보기 힘들다. 밤 10시 되자 일제히 소등이 되는데 잠을 쉬 이루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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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0 07:25 2012/02/1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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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2/02/07 19:50

[티벳 여행] 5. 짜쉬뗄레 라싸, 짜쉬뗄레 오영

 

짜쉬뗄레 라싸, 짜쉬뗄레 오영

- 라싸의 마지막 밤

 

푹 자고 나니 몸이 개운하다. 이제야 원상태로 돌아온 기분이다. 숙소에서 주는 아침 식사도 말끔히 비웠다. 오늘은 오전에 타쉬룬포 사원을 방문하고 라싸로 돌아간다. 라싸, 아니 티벳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타쉬룬포 사원은 마치 동네 절이나 교회처럼 주민들의 생활의 일부를 이룬다. 관광객이나 멀리 순례를 하러 온 사람들로 붐비는 라싸의 조캉사원과 달리 동네 주민처럼 단출해 보이는 차림으로 아침 먹고 한걸음에 나온 듯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양도 순례하러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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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시가체에도 기차역이 한창 건설중이다. 저 멀리 위구르의 우루무치까지 순환선을 계획 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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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에서 가장 많이 쓰는 흔한 이름이 있냐고 물어봤다. 철수나 영희처럼. 운전기사는 자기 이름이 가장 흔하단다. 그의 이름은 짜쉬. 티벳어에서 인사말로 쓰이는 ‘짜쉬뗄레’의 그 짜쉬다. 말이 나온 김에 아내가 자기의 티벳식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한다. 짜쉬는 생김새답게 호탕한 웃음을 지은 뒤 ‘조마 양중’이란 이름을 지어준다. ‘조마’는 향기로운 과일이란 뜻이고 ‘양중’은 불교에 나오는 선녀란다. 오영씨가 덧붙이길 지난 북경올림픽 때 성화봉송을 했던 티벳 사람도 이름이 조마 양중이란다. 굳이 얘기하자면 좋은 단어를 갖다 붙인 것 같다. 뭐 그럼 어떠랴. 지금 내 옆엔 조마 양중이 깔깔 웃고 있다.

특이한 건 티벳 이름엔 성(姓)이 없단다. 그냥 그 사람의 이름만 있을 뿐 그의 부(父)나 모(母)의 계통을 알려주는 정보는 들어 있지 않다. 어차피 가족 단위로 집단을 이뤄 생활을 하니 쟤는 뉘집 자식이고, 걔는 뉘집 자식인지 서로 다 아는데 그걸 굳이 호칭에까지 붙일 이유는 없지 않은가. 합리적인 명명이다.

 

며칠 전 쓰촨성에서 있던 독립시위 탓인지 라싸로 가는 길 중간에 검문검색을 여러 번 거쳐야 했다. 돌아가는 길도 마찬가지로 과속 방지를 위해 검문소에서 직접 통과 시간을 체크한다. 한국에선 기계가 하는 일을 여기선 사람이 직접 한다. 여러 차례 검문을 거치고 규정 속도를 지킨 덕에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라싸에 도착했다. 고생하신 짜쉬에게 감사드린다.

 

바코르 시장에 들러 기념품 구경을 한다. 나는 엽서 몇 장을 사고 아내는 티벳 사람들이 항시 들고 다니며 돌리고 기도하는 조그만 마니차를 산다. 오늘이 라싸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인데 이제야 적응이 되고 살만하다.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데. 여기 있는 동안 그렇게 천천히 움직였는데도 시간은 빨리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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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은 오영씨와 작정하고 한 잔 하러간다. 숙소 근처 야시장으로 양꼬치를 먹으러 간다.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자주 즐겨먹었다는데 그 맛을 쉽게 찾기가 힘들단다. 13살부터 술, 담배를 했다는 그의 주력 앞에 내 몸은 둘 바를 모르고 시야는 자꾸만 흐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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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와서 처음으로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살만하니 떠난다. 내일이면 기차를 타고 40시간을 달려야 한다. 잘 있다 갑니다, 짜쉬뗄레 라싸. 그동안 고마웠어요, 짜쉬뗄레 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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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19:50 2012/02/0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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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2/02/06 22:16

[티벳 여행] 4. 티벳은 몸으로 배운다.

 

티벳은 몸으로 배운다

- 시가체에서 하루

 

링거를 맞은 덕분인지 머리가 개운하다. 정말이지 살 것 같았다. 하지만 주사를 맞은 엉덩이는 아직 아프다. 멍이라도 들었겠지.

오늘은 라싸를 떠나 티벳 제2의 도시인 시가체로 가서 하루를 묵는다. 시가체는 아미타불의 화신인 판첸 라마가 사는 곳이다. 예전엔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가 서로 상대방의 스승이 되어 불법을 가르쳤다는데 지금은 아닌 모양이다. 현 11대 판첸 라마는 중국정부가 선발하였고 시가체가 아닌 북경에 산다고 한다.

시가체로 가는 길은 험준한 산길을 넘나든다. 차량의 과속 방지를 위해 중간중간 검문소에서 모든 차량의 통과 시간을 측정하기 때문에 너무 속도를 냈다가는 중간에 잠시 쉬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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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수장(水葬)터에 들른다. 티벳에서 장사를 치르는 방식은 크게 탑장, 천장, 화장, 수장, 토장 다섯 가지가 있단다. 탑장은 달라이 라마만 하는 것으로 탑 안에 시신을 각종 보물과 함께 안치하는 방식으로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에 모셔져 있는 탑들이 역대 달라이 라마의 시신을 안치한 것이다.

천장은 라마 같은 높은 승려들이 하는 것으로 시신을 독수리에게 먹이는 것. 티베트에서 독수리는 신성시하는 동물인데 사후에 시신을 신성한 독수리에게 보시하면 독수리를 통해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는다. 화장은 말 그대로 화장이고, 대부분 티벳 사람들이 장사를 지내는 방식이란다.

수장은 아이나 과부, 거지 등이 죽으면 물고기에게 주는 방식이다. 그런 이유로 티벳 사람들은 물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저렇게 시신을 처리하는 장소가 있고, 앞 강물에 던진다.

이 근처엔 천장터도 있다는데, 사다리 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곳이 천장터가 있다는 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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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토장은 흔치 않은데 범죄자나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 땅에 묻는 방식이다. 천장을 지내는 천장사는 신분이 제일 낮아서 이 사람이 죽으면 토장을 한단다. 실용적으로 생각해도 티벳은 땅이 척박해서 시신을 묻어도 잘 썩지 않는다. 따라서 토장이 아닌 화장, 천장이라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 게 납득이 된다.

 

가는 길에 시멘트 벽돌로 모두 똑같이 지어놓은 집들이 여러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보인다. 집집마다 중국의 붉은 국기가 펄럭인다. 중국 정부가 유목민들의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지어준 집단 정착촌이란다.  한국처럼 주택난이 심각한 곳에서 정부가 시행하는 '보금자리'라면 모를까 계절따라 양이나 야크 풀 먹이려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집 지어줄테니 들어와 살라고 하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긴.. 앞으로 다른 삶의 방식을 터득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면 도시에 정착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정착을 하면 가축의 마릿 수가 줄텐데, 생활은 어떻게 할까... 짧은 시간에 온갖 망상이 지나간다.  

 

해발 4490m에 자리한 얌드록쵸에 도착했다. 티벳의 4대 성스러운 호수 중 하나로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란 뜻을 담고 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제대로 서 있기 힘들었다. 저 멀리 눈덮인 산이 보이고, 한 겨울이라 호수는 일부가 얼어 있다. 호수 주변엔 사자처럼 목에 갈기가 있는 중국 개를 한 마리 끌고 사진을 찍으라고 호객을 하는 아주머니가 있다. 사진 한 장에 10원이다. 개와 아주머니를 피해 카메라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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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카즈’라는 조그만 동네에서 점심을 먹는다. 고산증에서 헤어나왔다고 생각했건만 식욕은 좀체 회복되지 않는다. 가이드 오영씨가 잘 못 먹는 우리를 걱정해서 기름과 향신료를 덜 넣고 조리해달라고 특별히 부탁한다. 그나마 기름을 덜 넣은(!) 식사가 나왔다. 우리 옆 테이블의 아저씨는 짬빠가루를 가지고 다니며 식당에서도 손수 반죽해서 드신다. 저걸 먹어 볼 기회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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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사람들은 해가 바뀔 때마다 코라(순례)를 하는 방법이 다른데, 이를테면 말띠 해에는 산을 돌고, 원숭이때 해에는 숲, 양띠 해에는 호수를 돈다고 한다. 그럼 올해 용띠 해는? 지금에서 든 생각이지만 그걸 왜 안 물어봤을까 궁금하다. 오영씨가 얘기해줄 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나보다.

 

카롤라 빙산에 도착했다. 저 멀리 하얀 빙하를 머리에 얹고 있는 산이 5500m 쯤 된단다. 여름엔 빙하가 녹아 이 앞에까지 개천이 졸졸 흐른다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아직 꽁꽁 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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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높이 보이는 요새가 바로 간체종이다. 20세기 초 영국군이 침략했을 때 쿰붐사원과 이곳이 최후 저항거점이었단다. 성벽에 포탄 맞은 자국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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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지역은 중국의 여러 성에서 나눠서 개발을 맡고 있는데 이곳 시가체 지역은 흑룡강성에서 개발한단다. 개발로 인해 생기는 수익은 중국 정부로 가지 않고 현지에 고스란히 돌려준단다.

 

식당에 들어서도 식욕이 당기지가 않는다. 종일 차를 타고 움직여서 에너지 소모가 적기도 했지만 기름기 없고 담백한 것을 먹고 싶은 욕구 때문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는 채소나 샐러드를 주문해도 오이와 청경채를 기름에 흠뻑 적셔서 내오기 때문이다.

고산증을 앓고 나서부터 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의 모든 물, 음식, 사람에게서 야크기름 향이 난다. 향 자체가 특별히 나쁜 것은 아닌데 아플 때 맡았던 향이라 몸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마도 여길 떠날 때쯤이면 향이 익숙해질까.

티벳은 여느 관광지처럼 정해진 시계에 맞춰 움직여서는 안 된다. 건방떨지말고 오기부리지 말고 호흡이 허락하는 대로 몸이 놔주는 대로 움직이고 생각해야 한다. 고산증으로 아파서 많이 못 보고 못 돌아다닌 것을 안타까워말고  티벳을 몸으로 배운 거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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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6 22:16 2012/02/0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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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2/02/03 22:26

[티벳 여행] 3. 주사는 엉덩이를 미리 놀래고 놓는 건데

 

주사는 엉덩이를 미리 놀래고 놓는 건데

- 라싸의 사원 돌아보기

 

1시간 간격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자고나면 괜찮아 지리라는 기대는 빗나갔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게다가 건조해서 입이며 코가 사막에 있는 것처럼 꺼끌꺼끌해 숨쉬기도 어려웠다. 아침도 못 먹고 오전 일정을 위해 힘겹게 걸어 나왔다.

오늘은 라싸에 있는 주요 사원들을 돌아보는 날이다. 누워있을 땐 깨질 듯 아프던 머리가 슬슬 움직이니 좀 낫다. 고산증은 병이 아니다. 다만 몸의 적응을 위한 준비일 뿐이다(라고 저녁까지만 해도 생각했었다).

포탈라궁은 이른 아침부터 순례를 온 사람들로 붐빈다. 포탈라궁은 ‘관세음보살이 사는 곳’이란 뜻으로 관세음보살의 화신인 달라이라마가 사는 곳이다. 지금은 인도에 있지만.

입장료는 현지인은 5원이지만 외국인은 무려 100원이다. 그나마 성수기인 여름에는 하루 방문객을 2천명으로 제한을 하기 때문에 관광객은 웃돈을 줘야 입장권을 구할 수 있단다. 아무래도 겨울이 티벳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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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엔 세라사원을 들렀다. 우리도 이곳 티벳 사람들처럼 사원 안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사원의 뒷산엘 먼저 올랐다. 이곳 사원이나 궁은 대체로 자연 지형을 활용하여 평지보다 높은 곳에 지어놓았다. 지난 2008년 대규모 시위가 있었을 때 이곳 세라사원에서 먼저 시위가 발생했다고. 사원 뒤편에는 커다란 방호벽 같은 것이 있어서 이 안에 피신해 있었다고 한다.

뒷산에 오르니 라싸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모든 건물을 포탈라궁보다 낮게 지어야 한다. 덕분에 포탈라궁은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 지도에조차 표시되지 않는 꽁꽁 닫힌 서울의 푸른 기와집과는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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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사원은 승려를 양성하는 불교대학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매일 오후 3시부터 젊은 (학생)승려들이 마당에 모여 경전의 교리를 서로 묻고 답하면서 교육하는 ‘변경’이 시작된다. 3시가 되기 전부터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손에 쥐고 마당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이곳 사원은 대부분 경내 촬영을 금지하거나 허가하더라도 돈을 받기 때문에, 억눌려왔던 셔터 본능을 이곳에서 해소하나보다.

3시가 되자 10살이나 갓 넘겼을까 어린 승려들이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삼삼오오 마당으로 입장을 한다. 이들은 관광객과 카메라가 너무나 익숙한 듯 각자 정해진 자리에 앉아 쑥스럼없이 대화를 시작한다. 서있는 승려가 손뼉을 치며 질문을 던지면 앉아 있는 승려가 그에 대한 답변을 한다. 때론 진지하기도 하지만 그 나이에 어울리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눈에 거슬리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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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경을 관광객만 보고 찍고 하는 줄 알았더니 사원의 순례자들도 가만히 지켜본다. 이곳엔 용하다는 승려가 있어서 그가 아이의 코에 검댕을 묻히며 기도를 해주면 아이가 공부를 잘한단다. 사원 한 켠에 어른과 아이들이 왜 줄을 서 있나 했더니 승려의 기도를 받기 위해서란다. 한국이었으면 사람을 사서 대신 줄을 세웠거나 빠른 교통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먼저 기도를 받고 더 검게 검댕을 묻히기 위해 부모들의 경쟁이 치열했으리라. 다행히 세라 사원의 모든 아이들의 코가 골고루 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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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은 개와 고양이들의 천국이다. 사람들이 개를 특별히 아껴서 애완동물처럼 기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코지를 하지도 않는다. 길거리엔 자유로운 개들이 어슬렁거리며 차도며 인도를 마음대로 넘나든다. 덕분에 차와 사람들이 개들이 먼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사원에도 개가 많다. 사원의 개들도 양지바른 곳에 너나 할 것 없이 널부러져 낮잠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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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들렀던 조캉사원엘 다시 들렀다. 오늘은 사원 내부까지 들어갈 셈이다. 여느 사원보다 이곳 조캉사원이 순례자들로 가장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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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티벳 사람들과 다르게 사원에 들어가면 눈과 귀로 담기에 바쁘다. 티벳 사람들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경을 외우고 기도를 하고 절을 하기에 바쁘다. 우리는 고개를 들어 불상과 주변을 쳐다보고, 사람들을 구경하고, 길을 몰라 땅바닥을 보며 걷기에 바쁘다.

 

조캉사원을 나와 찻집을 찾아 나선다. 어라, 갑자기 정전이 되어서 영업을 못 할지도 모르겠단다. 바코르 광장 뒷골목을 헤매다가 비구니 스님들이 운영한다는 찻집에 들어섰다. 처음으로 수유차를 마셔봤다. 정말 버터를 물에 녹인 맛이다. 원래는 보이차에다 야크버터를 녹인 것인데 차향보다는 버터 맛과 향이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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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은 서울보다 해발고도가 높아서 더 추울 것 같았지만 한낮엔 햇살이 아주 강해서 초봄처럼 따뜻하다. 그런데 한낮이라도 양지와 음지 간 기온차가 너무 크다. 그늘 속에 들어가면 한기가 싸~하게 몸을 휘감는다. 다행히 따뜻한 햇살을 인공적으로 가리는 높은 건물이 없어서 누구나 너른 마당에 나와 해바라기를 하며 추운 몸을 녹인다.

하지만 해가 떨어지자 오한이 들어 몸이 으슬으슬해진다. 저녁을 먹으러 간 곳에서 오기로 맥주 한 병을 시킨다. 어제는 고산지대에 적응한다고 술도 자제하고 활동도 자제했었는데 머리가 아프든 말든 오늘부터는 술을 맛봐야 하지 않겠는가.

 

오한이 든 데다 맥주까지 술술 넘겼으니 탈이 안 나는 게 이상했다. 머리는 어제부터 계속 아픈데다가 열까지 난다. 급기야 숙소에 와서 의사를 불렀다. 어제도 가이드가 고산증이 심하면 의사 불러서 링거 한 병 맞으라 했는데 라싸에 온지 이틀째에 의사 신세를 진다.

 

엉덩이 주사 놓는 방법이 우리와 다르다. 바지를 내리라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엉덩이를 찰싹 때리면 긴장을 풀고 주사바늘을 기꺼이 받아들이리라 다짐했건만 엉덩이는 때리지 않고 바로 따가운 바늘이 들어온다. 주사액을 빨리 넣고 거즈로 눌러서 지혈을 하는 한국과 달리 주사액이 천천히 들어간다. 곁에서 지켜본 아내의 목격담에 따르면 주사바늘을 천천히 눌러가며 한 손으론 면봉을 들고 흘러나오는 피를 닦아 내더란다. 한국 간호사들의 노하우를 알려줬더니 웃는다. 이래봬도 일찍이 1960년대 독일에서도 검증을 받은 한국만의 독특한 노하우다.

1시간가량 링거 두 병을 손수 놓아주고 약까지 지어주고 가셨다. 올 때 두르고 온 목도리는 우리 방에 놔둔 채로. 신기하게도 링거를 맞자마자 머리가 가벼워진다. 심장도 차분해지고. 한국에선 병원에 가본 지 기억도 가물가물하건만 의료보험 한 푼 안 낸 낯선 땅에서 병원신세를 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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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22:26 2012/02/0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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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2/02/03 10:15

[티벳 여행] 2. 하늘을 우러러 보라

 

하늘을 우러러 보라

- 라싸의 높고 푸른 하늘

 

청두에서 티벳의 중심지인 라싸로 날아가는 하늘길은 산‘맥’이 아니라 아예 산‘해’다. 나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토빛 연봉들이 가는 길 내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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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라싸 공항에 도착. 청두와 달리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너무 파랗다. 워낙 건조하니 하늘로 증발할 수분조차 남아 있지 않다. 내 키가 서울에서보다 3600m 높아진 셈이니 내 평생 이렇게 하늘과 가까워지긴 처음이다. 거칠 것 없는 하늘 덕에 햇빛도 무지 강하다. 벌써 숨이 차오른다. 평소처럼 한 발짝 뗐을 뿐인데 숨이 벅차다.

 

하정우를 조금 닮은(것 같은데 일행 중 아무도 동의하지 않은) 가이드 오영씨가 마중을 나왔다.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자마자 청두에서 가이드한테 산 ‘홍경천(紅景天)’을 마신다. 고산증 ‘예방’을 위한 약인지라 일주일 전부터 먹어야 한다는데 한국에선 구하기가 어려워 현지에 와서야 부랴부랴 챙겨먹을 수밖에 없는데 아무렴 효과나 있으려나 모르겠다. 홍경천은 티벳에서 나는 풀 이름인데, 하늘을 우러러 보라는(敬天) 뜻으로 풀이해보면 어떨까. 이처럼 하늘이 높고 푸른 곳에서 함부로 얕잡아보고 생각하고 행동했다가는 경을 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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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적응을 위해 오늘은 조캉사원 근처에서 해바라기하며 쉬기로 한다. 조캉사원 앞은 한 해 농사를 마치고 각지에서 모여든 순례자들로 붐빈다. 중국은 지금 춘절 연휴 기간이라지만 이곳 조캉사원 앞은 명절 전날 시장 같다. 사원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거나 사원 주위를 도는 바코르를 하는 티벳 사람들의 표정은 너무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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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르 광장이 한 눈에 보이는 2층 찻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밀크티를 마신다. 사람들이 열심히 순례를 하는 와중에 중무장을 한 군인들 무리도 바코르 광장을 돈다. 순례는 시계방향으로 돌지만 군인들은 반시계방향으로 돈다. 이곳에선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가 돌고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티벳에 들어오자마자 쓰촨성에서 춘절을 기해 티벳 독립 시위가 벌어졌고 사람까지 죽었단다. 정작 이곳 바코르 광장은 티벳인보다는 군인과 경찰이 시위를 하는 모양새다. 한국에서 소식을 들은 아내의 친구가 우리의 안부를 물었으나 오히려 티벳의 중심이 더욱 안전한 셈이라 머쓱했다. 이곳 라싸는 큰 도시라 유목이나 목축을 하며 기존 생활방식대로 사는 사람들을 보려면 티벳 인근의 칭하이, 간쑤, 쓰촨으로 가야한다. 독립 시위도 그곳에서 일어난 것이고. 라싸 사람들은 중국 내지로 유학을 다녀와 이곳에서 공무원을 하는 게 꿈이란다. 우리처럼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고양이 뒤로 중국의 패스트푸드점 ‘다이코스’가 바코르 광장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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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인 가이드 오영씨는 헤이룽장성이 고향으로 신장, 운남성 등 중국전역을 돌며 가이드 생활을 하고 있다. 앞으로 가이드를 하며 한국과 일본을 거쳐 유럽까지 가고 싶단다. 아무래도 역마살이 낀 게 분명해 보이는데, 결혼 생각은 있냐고 물으니 안 할 생각이란다. 그러고 보면 나도 그 나이쯤에는 결혼을 안 하리라 생각했더랬다.

 

자신이 EBS 세계테마기행 ‘중국의 리틀 티벳’편 현지 가이드를 했단다. 정작 본인은 방송을 보지는 못했다는데 현지인의 생활모습을 담아내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연출된 장면들이 있었다며 씁쓸히 웃는다. 이번 여행준비하면서 해당 방송을 봤었는데 미처 엔딩 크레딧까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돌아가서 확인해봐야지. 그리고 영상작품은 꼭 엔딩 크레딧까지 보고 엉덩이를 떼자고 다시 다짐한다.

 

그건 그렇고 저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먹고 잘까? 사원 내에 숙소가 있고, 근처에 민박집이 있어서 거기서 주로 묵는단다. 순례를 떠날 때 양이나 야크 등 가축을 처분해서 마련한 돈으로 숙식을 해결한다. 먹는 거라고 해봤자 보리가루하고 야크젖으로 만든 수유차가 전부다. 그렇게 해서 순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이웃들이 십시일반하여 다시 가축을 사준다고. 티벳 사람들에게 순례란 삶이자 숙명이다.

 

저녁 식사를 하러 오영씨가 즐겨찾는다는 쓰촨식 카페테리아로 갔다. 간판은 ‘물만두집’인데 정작 만두는 피가 너무 두꺼운 게 맛이 별로다. 신기하게도 당시에 먹을 때는 정말 잘 먹었는데, 고산증으로 아프면서부터는 기름 냄새가 역하게 기억되면서 헛구역질을 연발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고산지대는 기압이 낮아서 뇌 속의 압력이 커지며 나타나는 증상이다. 내 머리 뿐만 아니라 가져온 커피믹스와 과자봉지도 터질 듯 팽창해있다. 아내는 증상이 다르다. 머리는 멀쩡한데 숨이 가쁘단다. 건강하거나 허약하거나 간에 이곳에 오면 누구나 평등하게 고산증상을 겪는다. 청두에서처럼 편히 자기는 글렀다. 다시 한 번 하늘을 우러러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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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10:15 2012/02/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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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읽기 2012/02/03 09:56

[티벳 여행] 1. 커피는 달라고 말을 해야 주지

커피는 달라고 말을 해야 주지

- 청두에서 하룻밤

 

티벳을 가기로 결정하기까지 그리고 출발 전날 준비하기까지 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만큼 티벳이란 곳을 무심한 마음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저녁 비행기로 인천을 출발해 청두에 도착하니 밤 12시를 넘어가고 있다. 현지 가이드가 우리를 위해 아침 8시 모닝콜을 부탁해놨으니 아침식사도 하고 여유있게 준비하란다. 익숙한 듯 대강 씻고 편히 잠을 청한다.

 

다음날 아침, 7시 반쯤에 눈이 떠진다. 청두는 고지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라 쨍쨍한 햇살을 보기가 힘들단다. 아침부터 희부연 하늘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그나마 숙소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인공적으로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은 없다. 아파트 베란다가 길가로 나 있어서 빨래며 평소에 잘 안 쓰는 각종 살림살이들을 누구나 보게 되어 있다.

8시가 넘었는데 전화기는 울지 않는다. 모닝콜을 부탁했다는데... 내가 프론트를 깨워줘야 하나...

 

호텔 식당에 내려갔다. 종업원에게 “커피?” 하고 물으니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라? 근데 한국에서부터 동행한 청년은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게 아닌가. 물어보니 달라고 하니 줬단다. 아까 종업원을 다시 불러 “커피, 플리즈” 하니 그제야 서랍을 뒤져 인스턴트 커피 한 봉지를 타서 건네준다. 거 참. 처음에 ‘커피 있냐’고 물었을 때 진즉에 줬으면 될 것을.

 

호텔 로비 한 켠에 조그만 기념품 코너가 있는데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아마도 무명시절이었을 젊은 양조위가 충전기 모델을 하고 있는 모습이 풋풋하니 새롭다. 이걸로 충전을 하고 나면 마치 레이저라도 쏠 수 있을 듯 강렬한 눈빛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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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09:56 2012/02/0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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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읽기 2009/02/25 16:14

일제고사가 낳은 폐해-미국

미국에서 일제고사의 악영향을 다룬 또 다른 한편의 글입니다. 미국에서는 고위험 평가(high-stakes testing) 라 해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어, 수학 시험을 보게 한 뒤 그 성적에 따라 진급/유급/탈락, 졸업 여부를 판가름합니다. 그리고 교원 인사와도 연계하고 학교에 재정상의 인센티브/불이익을 주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제고사와 같은 셈이죠.

 

요점은 간단합니다. 일제고사 탓에 교육과정이 왜곡되고(시험에 대비하느라 시험에 나오지 않는 과목은 대폭 축소됨), 교수법이 강의중심과 암기위주로 이뤄지고, 시험문제를 개발하고 채점하고 통계처리해주는 기업이 떼돈을 벌고 있다는 겁니다.

 

성적 조작 사건이 계속 번지자 당국에서는 채점 시스템을 손본다고 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계속 시험을 본다면 현재 시험문제내고 채점해서 보고하는 교육과정평가원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게 됩니다. 이름들으면 알만한 사교육업체에 하청을 줄지도 모를 일이죠. 지금도 사교육업체에 세금지원해주면서 자율형 사립고나 국제중학교 설립허가해주는 마당에 시험 채점하고 보고하라는 업무를 주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정말 암울한 미래죠.

 

아래 글은 일제고사에 대해 꾸준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리씽킹 스쿨> (www.rethinkingschools.org)이란 잡지에서 퍼온 글입니다. 저자는 지난 2007년 전교조가 주최한 교원평가 토론회에 초청되어 발표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여기 말고도 페어테스트 www.fairtest.org 란 곳에 가보면 관련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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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의 암울한 미래

- 시험에 지배당한 교육


<리씽킹 스쿨> 2008 봄호


웨인 우



우리는 죽어라 시험을 보고 있다. 『표준화된 정신: 미국 시험문화의 비싼 대가 그리고 우리는 이를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의 저자인 피터 삭스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아이들과 성인들 할 것 없이 학교안팎에서 해마다 6억 번의 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이는 NCLB가 통과된 2002년 이전에 벌어진 일이다.


민간 연구소인 에듀케이션 섹터의 보고에 의하면 오직 NCLB에 의해서만 일 년에 4천 5백만 번의 고위험(high-stakes) 표준화 학력평가를 치러야 한다. 또한 NCLB가 요구하는 규정을 완전히 실시하지 않는 주(州)라 하더라도 연방정부의 지침에 따라 새로 1천 1백만 번의 읽기와 수학시험을 치러야 하며, 과학시험이 추가된다면 1천 1백만 번의 시험이 더해지게 된다.


어째서 이러한 암울한 사태가 벌어졌는지는 의심할 바 없다. 1983년 레이건 정부 시절 발간된 『위기의 국가: 긴요한 교육개혁』보고서는 향후 25년 동안 교육정책의 궤도역할을 했다. 그 보고서는 미국에 만연한 질낮은 교육을 국가안보의 위협과 동일시하며 경종을 울렸다. 보고서가 발표된 지 일 년도 채 안 돼 45개 주에서 교육위원회가 설치되었고, 26개 주에서는 졸업요건을 강화했다. 1994년이 되면 45개 주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연방정부가 실시하는 고위험 표준화 학력평가를 향한 행진은 조지 H.W. 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지속된다. 부시가 주지사들과 함께 개최한 교육정상회의는 '미국 2000 계획'(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학교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의 토대가 된다. 이러한 평가중심 정책은 레이건과 부시정부에서 탄생되었지만 이는 언제나 초당파적 지지를 받았다. 클린턴과 고어 정부도 부시정부가 세워놓은 목표에 따라 '강한 성취수준'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강한 성취수준에 맞게 전국적인 평가체제를 추구하였다. 2000년이 되면 아이오와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의무적 시험을 실시하게 된다. 2008년 현재 NCLB에 따라 공립 초중고 학생들이 한 해 동안 총 6천 5백만 번의 고위험 표준화 학력평가를 치르게 된다.


문제는 학력평가가 교육을 죽인다는 점이다. 학력평가는 교육과정을 왜곡시키고 교수법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일부 사기업만 배를 불리게 한다.

'전국 교육평가 공공정책 위원회' National Board on Educational Testing and Public Policy 가 2003년 실시한 전국 조사에 따르면 고위험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주(州)에서 응답자의 43%가 시험과목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슷하게 '교육정책센터' Center on Education Policy(CEP) 가 2006년에 실시한 전국 조사에서도 조사대상 학구(school district)의 71%가 NCLB가 강제하는 학력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읽기와 수학 수업시간을 늘리느라 최소 한 과목 이상을 없앴다고 한다. 콜로라도의 어느 공립학교 교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학구에서는 읽기, 쓰기, 수학에 집중하라고 요구합니다. 그 결과, 과학과 사회 과목은 가르치지 않아요."


학력평가 찬성자들은 시험과목에 대한 시간투자에 박수를 보낼지 모르겠으나 실상은 그렇게 시간이 늘어난 시간은 결국은 손해일 뿐이다. 학력평가 탓에 교육과정은 제로섬 게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수학과 국어 시간이 늘어난 만큼 다른 과목 시간은 축소되었다. 교육정책센터의 2007년 연구에 의하면 NCLB 때문에 사회과목 시간은 주당 76분, 과학은 75분, 음악 미술은 57분, 휴식시간은 45분, 체육은 40분이 줄었다.


성적이 낮은 학생과 비백인 학생들은 특히나 이런 교육과정의 왜곡에 민감하다. 2006년 교육정책센터 보고서에 의하면 캘리포니아 주의 일부 학구에서는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읽기/수학 보충수업을 받게끔 하여 이 학생들은 자신의 교육과정에서 과학과 사회 과목은 아예 제외시켜야만 했다. 또한 동 보고서에서는 대부분 비백인 학생들이 모여 있는 빈곤층 학구의 97%가 읽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정책을 도입했다고 한다. 부유층, 백인들이 모여 있는 학구중에 비슷한 정책을 도입한 비율이 55~59%에 이른다는 사실과 대조를 이룬다. 결국 NCLB가 강제하는 고위험 학력평가체제는 빈곤층, 비백인 학생들의 교육경험을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제한적이고 부실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고위험 평가 시대에 제로섬 교육과정의 논리란 단순하다. 시험에 나오지 않으면 가르치지 않는다. 특히 성적이 낮은 학교에선 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이러한 논리는 아이들에게 사회와 역사, 과학, 체육, 음악, 미술을 배울 기회를 축소하고, 사회․문화․환경 정의 문제를 외면하게끔 만든다는 점이다.


더욱 암울한 것은 그나마 고위험 평가체제 아래서 가르치는 과목들은 고위험 평가가 교사들로 하여금 나쁜 교수법을 사용하여 의미 없는 내용을 가르치게끔 함으로서 거의 황폐화되고 있다. 예컨대 2003년 실시된 전국 조사에 따르면 고위험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주에서는 교사의 76%가, 저위험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주에서는 교사의 63%가 교사중심 수업, 교재의 기계적 암기, 강의가 증가되었다고 보고되었다.

메사추세츠의 어느 국어교사는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알다시피 우리는 학생들에게 쓰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정해진 형식을 따라오는 방법을 가르칠 뿐입니다. 그건 마치 아이들이 숫자에 맞춰 색을 칠하는 것과 같죠."


고위험 평가가 모든 교사들에게 어떻게 악영향을 미치는지도 화가 나지만 신임교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특히나 절망적이다. 뉴욕시립대학의 아서 코스티건 부교수(교육학)는 평가체제가 신임교사의 첫 해 수업에 영향을 주며, 이는 자신이 가르친 학생과 자신의 실천에 나쁜 영향을 주고, 교사들은 어마어마한 시험의 양과 그 압박에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했다.

코스티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숱한 교사들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교에서 정말 현실같은 시험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그들은 "시험이 요구하는 교육과정과 교사 자신의 실천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험 문화는 비백인 젊은 교사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뉴욕주립대학의 제인 에이지 교수는 사범대학을 갓 졸업한 아프리카계 여교사의 사례를 연구했다. 이 여교사는 다양한 문화를 가르치고, 비백인 학생들의 성공을 돕고, 학교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를 품고 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고위험 평가의 강한 압력에 직면하여 이 젊은 여교사는 시험에 대비하느라 능동적이고 평등주의적이었던 자신의 목표를 포기해야만 했다.


이게 바로 고위험 평가체제의 실제 비극이다. 신임교사로서의 첫 해는 수많은 업무를 담당해야 하고 또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될 수 있는 교사의 상을 잡아나가야 하는 불확실한 시기이다. 교사로서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계발시켜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떻게 아이들을 잘 가르칠 것인가 하는 감수성이 미처 계발되기도 전에 이를 무디게 함으로써 시험은 신임교사들의 열망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한편 우리가 죽어라 시험을 치르는 동안 사기업은 우리의 고통의 대가로 수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NCLB의 강제에 따라 주가 더 많이 시험을 보면 볼수록 이익은 특정 기업에 흘러들어간다. 보스턴에 있는 에듀벤처 사(社)는 기업들에게 시장동향에 뒤처지지 않게 해주고,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평가하며, 고객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자료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데, 2006년 미국에서 시험, 시험대비 교재 등을 통해 벌어들인 총수익이 23억 달러에 이른다.


에듀벤처는 2005-2006학기동안 NCLB와 관련된 시험 개발, 인쇄, 실시, 분석, 보고에 관한 시장 규모가 5억 1천 7백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수익금의 90%는 Pearson Educational Measurement, CTB/McGraw-Hill, Harcourt Assessment Inc. and Riverside Publishing, Educational Testing Service 와 같은 소수의 기업에 집중된다.


돈과 이윤이 넘쳐나고 교육시장이 팽창하는 가운데 두 가지 단순한 사실이 잊혀지고 있다. 일부 거대기업이 교육과정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와 학구는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시험중심의 교과서, 시험대비 교재, 강의 프로그램에 점차 의존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시험을 통해 미국의 교육과정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두 번째로, 이들 기업에 흘러들어가는 돈은 바로 세금이다. 공립학교에 배당되어야 할 돈이 사기업의 금고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평등과 책무성을 이유로 교육에 대한 통제권이 기업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교사들은 매일매일 수업에 들어가 교사로서의 자존감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교실과 학교는 점차 우울한 디스토피아가 되어가고 있으며, 고위험 평가가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능력을 망쳐놓고 있다. 그러는 동안 양당의 정치인들과 NCLB의 지지자들은 병든 교육의 치유책으로 고위험 평가를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그 치유책이란 게 우리는 죽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험은 공립학교의 소중한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 시험이 교육과정의 생명을 앗아갔다. 시험은 나쁜 교육을 촉진시킨다. 시험이 교육을 죽이기 전에 시험을 죽여야 할 때다.

원문 보기

http://www.rethinkingschools.org/archive/22_03/dyst223.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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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5 16:14 2009/02/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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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읽기 2009/02/23 17:52

일제고사가 성적 향상 효과를 낳았나?

고구마를 캐다보면 정말이지 이놈들이 땅속에 얼마나 더 묻혀 있는지  짐작할 수가 없다. 캐면 캘수록 줄줄이 달려나오기 때문이다.  이제 엔간히 다 나왔다 싶어 호미로 흙을 고르다보면 운좋게 몇 개 더 걸린다.

 

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된 이후로 성적 조작 사건이 그야말로 고구마 넝쿨처럼 줄줄이 달려 나오고 있다. 대개의 사건 사고가 그렇지만 이번 성적 조작 사건도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경고했었다. 시험을 보고, 성적을 공개하고, 잘잘못을 가려 상/벌을 주게 되면, 반드시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거라고.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성적 조작. 즉 성적이 낮은 아이들은 아예 학교를 못 오게 하거나 시험지를 주지 않고, 아니면 결과 보고에서 누락시키는 방식은 이미 '선진국' 미국과 영국에서 자행되던 선진적인 수법이었다.

 

수차례 경고를 했음에도 도대체 말을 듣지도 쳐먹지도 않던 정부가 이제 와서 대책을 마련한다 한들 허투루 쓰고 만 세금 170억 원은 누가 책임질 셈인가. 차제에 미국에서 나온 일제고사에 대한 관련 글을 몇 개 싣는다. 영어좀 한다는 양반들이라 그런지 국내 학자들이 제 아무리 경고해봐야 듣지 않는 것 같다. 여기 글로발 스탠다드, 미국 사례 나가신다.

 

아다시피 미국은 과거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뒤쳐지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도록' (NCLB) 끊임없이 시험을 치르게 하여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도록 했다. 이제 시행된지 벌써 7년이 되어가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이 정책이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고, 숱한 논란만을 낳았다. 급기야 신임 오바마 대통령은  NCLB 정책을 대폭 수정할 참이다.

 

이 정책을 시행한 미국에서도, 이를 그대로 베껴온 한국에서도 내세우는 목표는 바로 학력향상이다. 즉 잘볼때까지 계속 시험을 치르게 해서 잘하면 상주고 못하면 벌주는 게 사실 이 정책의 핵심이다. 그런데 먼저 시행을 해본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시험을 치르게 해봤자 실제 성적 향상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인종간, 계층간 학력격차를 줄이는 데에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래는 보고서를 발표한 연구소에서 내 보도자료를 번역한 것이며, 아래 링크에 가면 연구보고서의 원문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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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LB 평가: NCLB 정책이 인종간 학력 격차를 좁히거나 학업성취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2006. 6. 14



하버드 대학 시민권 연구소 The Civil Rights Project at Harvard University (CRP)는 NCLB 정책이 성취도 격차를 좁히는 데 있어서나 읽기와 수학 성적의 향상에 있어서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경향이 지속된다면 2014년까지 모든 학생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NCLB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다.


“성취도 격차의 추적과 성취도 격차에 대한 NCLB의 영향 평가: 전국/주(州) 읽기와 수학 점수에 대한 심층 고찰” 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전국학업성취도평가 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 Progress (NAEP) 결과를 주(州)별 학력평가 결과와 비교한 결과, NCLB가 요구하는 고위험 평가와 그에 따른 처벌이 계획한대로 잘 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는 NCLB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기존 연구 및 부시 정부의 주장과는 차이점을 보여준다.


NCLB에 따르면 각 주(州)는 책무성과 효율성을 측정할 학력평가의 종류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런 후에 주(州)는 학력평가 결과에 따라 성적이 낮은 학교에 대해 처벌을 줘야 한다. NCLB는 각 주(州)가 일정한 목표수준을 정하고 모든 학생이 그 수준에 도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NCLB 시행 이래 주(州)별 학력평가 결과, 성적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학생들의 전국학업성취도평가(NAEP) 성적은 향상된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고서의 저자인 뉴욕주립대학 이재경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NCLB가 강제하는 주(州)별 학력평가와 전국학업성취도평가는 같은 과목으로 시험을 보기 때문에 주(州)별 시험에서 성적이 향상되었다면 당연히 전국학업성취도평가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목격한 것은 시험의 위험부담이 높을수록 결과의 불일치도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전국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비춰볼 때, NCLB 시행 이후 학력격차를 줄였다거나 학력이 향상되었다는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이번 보고서는 NCLB 시행 이전 기간(1990-2000)과 NCLB 시행 이후 기간(2002-2005) 동안 각 주별 학력평가 결과와 전국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비교하였다. 전국과 각 주의 4학년, 8학년 학생들을 인종별, 계층별로 나누어 NCLB 이전과 NCLB 이후로 읽기와 수학 성적을 비교하였다. 주요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 NCLB는 전국에 걸쳐 읽기와 수학 성적 향상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전국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기초하여 NCLB 시행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읽기와 수학 전국 평균점수는 별 차이가 없었다. 4학년 수학점수는 NCLB 시행 직후 약간 상승했으나 곧 예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갔다. 결국 이 상태로 가다간 2014년까지 모든 학생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목표와는 멀어질 것이다. 고작해야 읽기에서는 24-34%의 학생만이, 수학에서는 29-64%의 학생만이 목표에 도달할 것이다.


- NCLB는 주(州)와 전국의 성취도 격차를 줄이는 데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전국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서 나타나는 인종간 사회계층간 성취도 격차는 NCLB가 시행된 이후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백인학생과 소외계층 학생 간의 성취도 격차는 2014년까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 NCLB 시행 이전부터 시험 중심의 책무성 정책을 도입한 주(州)들의 불확실한 성공사례를 확대하려는 시도, 1세대 책무성 주(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 정책은 실패했다. 1세대 주들은 성적이 향상되지도 않았고, NCLB 시행 이후에 시험 중심의 책무성 정책을 도입한 주(2세대)에 해당 정책의 효과를 전달해주지도 못했다. 게다가 1세대, 2세대 주 모두 NCLB 시행 이후 성취도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 NCLB는 학교 책무성의 토대를 주(州)의 평가에 의존하기 때문에 주가 관장하는 평가가 효율성을 과대평가하고 인종간 계층간 성취도 격차를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평가의 위험성이 높을수록 전국학업성취도평가와 주의 평가 결과 간에 불일치 정도가 높았다. 특히 가난한 흑인, 히스패닉 학생들에게서 불일치 정도가 높았다.


관련 내용 원문 보기

http://www.civilrightsproject.ucla.edu/news/pressreleases/nclb_report06.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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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읽기 2008/11/26 21:00

과학용어의 진실

해민님의 [[펌]과학용어의 진실] 에 관련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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