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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제는 난민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간

문다예(NGA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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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국제적으로 난민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중동에서 유럽으로 건너가는 난민들이 대규모로 증가함에 따라 난민 수용 찬반, 적절한 난민 정책 등에 대해 토론이 발생했다. 또한 유럽의 무슬림 인구 증가에 따른 경계심리,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난민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난민 증오범죄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안보의 위험이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다른 이슬람 지역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을 반대하는 등 여러 이유로 난민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적으로 난민들이 증가함에 따라 한국 사람들도 난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18년 500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제주도로 입국하여 난민신청을 하면서 난민에 관한 관심은 최고조로 높아졌다. 이제 한국도 난민 문제에 대응해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난민 제도는 어떨까?

 

한국의 난민법은?

한국의 난민법을 알아보기에 앞서, 국제적인 난민 보호 법체계를 알아보았다. 국제적인 난민 보호 법체계는 다음과 같다. 1951년 난민협약, 1967년 난민 의정서, 1967 아프리카 통일기구 협약, 1984 카타헤나 선언, 1954 무국적자 지위에 관한 협약, 1961년 무국적자의 감소에 관한 협약, 국내실향에 대한 지도원칙. 각 협약은 조약 당사국이 난민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보호하고, 그들을 함부로 추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동의하게 하였다.

한국은 1992년 12월 3일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 및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67년 의정서에 가입하여 1993년. 3. 3. 난민협약이 발효되었다. 같은 해 12월 10일, 출입국관리법에 난민 관련 조항이 최초로 신설되었고, 2012년 독립된 난민법이 제정되어 2013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국가가 되었다. 난민법 제정에 따라 UNHCR 최고대표는 한국의 난민제도가 아시아지역의 모범 사례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했으며, 인권 국가로서의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다음은 한국의 난민법 제정 경과이다.

사각형입니다.

 

한국은 다음의 내용을 난민법의 주요 내용으로 채택하였다. ⓵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제도 신설 ⓶ 난민신청자의 절차적 권리 강화 ⓷ 재정착희망난민의 수용 ⓸ 난민위원회 신설 ⓹ 난민인정자와 난민신청자에 대한 처우 신설 ⓺ 난민지원시설 설치 및 운영. 난민법의 내용에 대하여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협소한 난민 인정 사유

한국 법무부는 일상적 의미의 난민과 ‘법률상’ 난민을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난민 심사에서 난민 지위가 인정되는 경우가 매우 적어진다. 법무부는 1951년 난민협약을 기준으로 난민의 정의를 ‘①인종, ②종교, ③국적, ④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⑤정치적 견해로 박해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난민의 정의를 채택할 때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내전, 기근, 자연재해 등에 의한 피난민은 위 5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난민인정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난민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전이고, 최근 기후 위기로 인하여 자연재해 등과 같은 이유로 난민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에 정의가 너무 협소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이유에서 법무부는 ‘인도적 체류자’ 제도를 두고 있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인정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서 난민제도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고문 등의 비인도적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이 침해될 수 있다고 예상되는 경우 국내 체류가 허가된다.

이러한 협소하다고 할 수 있는 난민인정사유는 여성에게 더 억압적이다. 난민여성의 경우, 국가나 공동체의 묵인된 성폭력, 젠더박해 등에 노출되면서 난민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난민이 주로 발생하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국가의 부패, 내전, 기아 등이 맞물리는 상황을 겪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여성과 아동이 더 약자가 된다. 난민 여성들은 착취와 성폭력의 위협이 있으며, 일부 집단에서는 ‘할례’가 여성들에게 강제적으로 행해지기도 한다. 여성 할례는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루어지는 인권 침해적 행위이고 젠더 박해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국 난민법에 기재되어 있는 난민인정사유에 젠더에 근거한 박해는 없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난민여성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심층면접을 진행한 난민여성 21명 중 성폭력이나 할례와 같은 젠더 박해 사유 하나만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례가 존재하지 않았다. 또 난민 심사절차에서 이러한 피해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할례나 강간과 같은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이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들이 함께 감옥에 수감된 경우 등은 문서 등의 객관적인 자료를 구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해 여성들은 오로지 진술로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 했으며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는 어려웠다. 다행히 지난 8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국적의 30대 여성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 할례를 당할 수 있다며 난민을 인정해달라고 소송을 냈고, 승소했다. 법원은 할례의 위험이 ‘박해’에 해당하며,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당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난민 인정 사유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렇듯 한국도 젠더박해의 경우도 서서히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앞으로 더 포괄적인 방향으로 바뀌어 나가야 할 것이다.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난민심사절차

한국 법무부에 따르면, 난민신청은 ‘출입국항 난민인정신청’절차와 ‘국내 체류 중 난민인정신청’ 절차가 있다. 전문 난민심사관이 당사자를 면담하여 받은 진술과 제출받은 증거자료를 기초로 심사한다. 난민심사관은 각국의 국가정황정보, UNHCR 등 국제기구 및 다른 나라의 난민 관련 보고서와 판례를 수집하고 필요한 경우 현지 주재 우리나라 대사관에 사실확인을 의뢰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청자 진술의 진실성, 신빙성 여부를 확인한다. 면담이나 사실조사 등 모든 과정에서 난민전문통역인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절차 속에서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난민이자 여성으로서 난민여성은 또 다른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은 난민심사하는 과정에서 같은 성별을 가진 난민심사관 및 전문통역인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난민 여성은 난민신청에 대해 안내받지 못하거나 신청 절차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난민 여성이 성폭력과 같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진술할 때 남성 심사관이 배치되어 충분한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또 난민여성은 본국에서뿐만 아니라 본국을 떠나와서 난민캠프에서도 젠더폭력의 위협을 경험하기도 한다. 많은 난민 여성이 이에 대한 트라우마와 정신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상담이나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이다.

 

난민여성의 특수성을 고려한 지원 정책 미비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나서는 한국에서 잘 정착할 수 있을까? 난민 여성은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과 난민으로서 겨는 차별을 이중적으로 겪게 된다. 따라서 난민여성이 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정책을 살펴보고 개선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난민 지원 제도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특히 난민 여성과 관련된 정책은 아주 미비한 상태이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인정자는 한국 헌법에 명시된 사회보장, 기초생활보장, 사회적응교육, 학력인정 등 기본적인 권리를 동등하게 지닌다. 그러나 기본적인 자립 지원, 성폭력 등의 피해 구제, 여성과 아동 지원 정책들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난민여성은 육아와 가사노동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으며, 난민 남성에 비해 취업의 길이 막혀 있다. 난민 여성이 자립할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생계와 취업이 보장되고, 한국 사회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어교육, 직업훈련, 취업 서비스 등이 필요하다. 또 임신과 출산 등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난민 지위에 관계없는 의료지원이 필요하며, 돌봄지원 정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난민 인정을 못 받는다면?

인도적 체류자는 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한다. 그들은 국내 체류 허가 기한이 1년이기 때문에 자주 갱신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이러한 이유로 취업에서 불이익을 겪기도 한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 인정자와는 달리 사회보장 서비스나 교육 보장 등이 제공되지 않으며 법무부 장관의 허가에 따른 취업 활동만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인도적 체류 여성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국의 난민 제도는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이 많다. 난민법에는 난민 처우와 정착 지원 관련 항목보다 난민심사절차에 대한 내용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으며, 거의 법무부에서 난민 정책을 수행한다. 한국의 난민신청자는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이에 난민 관련 기구가 따로 필요할 것이고, 한국 사회에서 구성원으로서 정착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난민법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은 인식 제고와 관련된 항목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난민은 증가하는데 난민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인식은 부정적이며, 사회 내 난민 수용과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난민에 대한 인식 제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난민 남성에 가려져 난민 여성의 삶에 대해서는 사회에 더욱 알려지지 않은 바가 많다. 난민 여성은 난민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복합적인 차별을 경험해 왔으며, 이런 난민 여성을 지원하는 별다른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 난민여성은 자립하기 더 힘든 현실이며,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일 경우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한다. 이제는 난민 제도의 변화 방향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이다. 난민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가 그들의 인권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고, 난민여성의 특수성을 고려한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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