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2007/06/09 12:43

아주 사소한 건망증.

물리적 육체적으로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정신적으로 매우 강력한 상처를 준다.

아~ 난 왜 이 모냥일꼬... 라는 자기비하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망원동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탔다.

택시 요금이 2천5백원으로 딸깍 올라갈 즈음,

핸드폰을 안가지고 나왔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택시를 돌려 집에가서 핸드폰을 갖고 나왔다...

 

오늘아침, 망원동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탔다.

택시 요금이 2천원으로 딸깍 올라갈 즈음,

가방을 뒤져보니 핸드폰이 없다.

다시 택시를 돌려 집 앞에 내려, 계단을 올라가다가

입고있는 옷 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을 발견했다.

다시 내려와 택시를 탔다.

 

일상적인 건망증 증세들...

안경쓰고 세수하다 콧잔등에 상처내기

안경쓰고 안경찾기

버스타고 가다가 어디 가는 중인지 잊어버려서 버스 내리기

운전하고 가다가 내가 뭐하고 있는 중인지 아무 생각이 안나서, 나가야 할 인터체인지 지나치기

과속 단속중이라고 GPS가 계속 "속도를 줄이세요"라고 떠드는데, 소리가 끝나면 잊어먹고 사진찍히기

전화걸다가 누구한테 걸고 있는지 잊어서 전화끊어버리기

누군가 받았는데 왜 했는지 잊어버리기

내 전화번호 까먹기

기타 등등....

 

사람들은 대개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구나 다 그래~"라고 위로한다.

그러나 위로가 안된다.

내 뇌세포가 몇개나 남아있는걸까 궁금해질 뿐.

다만 내가 저질렀던 '까먹기' 증상들만 또렷하게 기억난다.

이런 생각을 하며 또 뇌세포 네개정도 죽인 것 같다.

내 주먹으로 내 머리를 톡톡(또는 쿵쿵) 강타함으로써...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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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9 12:43 2007/06/09 12:43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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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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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이조삼천육백팔십칠만오천사백삼십사개가 남아 있지 않을까요? 돌아서면 까먹는 나는 몇갤까요? (날이 더우니 뇌세포들이 난동을 부리는 모양임. 지송... ㅠㅠ)
  2. 2007/06/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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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미/그럼, 뇌세포가 아직은 많이 남은거네요~ ㅎㅎㅎ 암튼 반가워요~
  3. 2007/06/13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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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옮겼나요
  4. 2007/06/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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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되는 게 하나도 없기는 한데, 그래도 뇌세포는 날마다 죽을 듯..술, 스트레스, 소음, 날씨, 노무현, 이석행, 줄레줄레줄레...(96년 이후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온 건 딱 한 번이니까, 전자파 때문에도 뇌세포가 무수히 죽었겠다!^^)
  5. 2007/06/1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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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루로드/오빠집... 엄마가 올라오셔서 나도 거기서 며칠 머물렀거덩요..
    감비/세상에나~ 해당되는 게 하나도 없다니... 다들 그런 건 아니었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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